[Dispatch=황수연기자] "되게 잘한 줄 알았는데…."
전도연은 국가대표 배우다. 배우로서의 역량은 국내는 물론 전세계에서 인정받은지 오래다. 그 어떤 캐릭터도 주어진 몫, 그 이상을 해내는 배우로 유명하다.
그런 전도연이 자신의 연기에 아쉬움을 털어놨다. 스스로 보기에 완벽하지 않다는 것. 영화 '협녀, 칼의 기억'(감독 박흥식, 이하 '협녀')는, 그에게도 어려웠다.
전도연은 5일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협녀' 기자간담회에서 "어떤 노력을 해도 피해갈 수 없었다"며 말 문을 열었다.
그가 맡은 캐릭터는 맹인 여검객 월소. 배신한 동료 유백(이병헌 분)을 향한 사랑과 복수 속에서 사는 인물이다. 밖으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캐릭터다.
전도연은 "감정적으로 쉽지 않았던 신이 많았다"라며 "굉장히 절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연기할 때 스스로의 감정에 빠지지않으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쉽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맹인 설정이 어려움을 더 키웠다. 상대방과 눈을 맞출 수도, 시선을 움직일 수도 없었던 것. 감정을 전달하는데 제한적일 수 밖에 없었다.
그는 "부담이 컸다. 나중에는 감독에게 꼭 맹인이어야 하냐는 이야기를 했을 정도"라면서 "결국 촬영할 때 집중하는 수 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 상황에서 도움이 됐던 것은 상대배우 이병헌이었다. 든든한 연기와 완벽한 호흡으로 전도연이 오롯이 자신의 연기만 신경쓸 수 있게 만들었다.
명배우들의 시너지였다. "이병헌과는 서로를 배려하며 연기했다"라며 "각자 캐릭터의 감정에 빠져들 수 있게 했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결국 전도연은 또 하나의 명연기를 보여줄 수 있었다. 눈빛 대신 온 신경을 활용했다. 얼굴 근육의 떨림과 묵직한 목소리로 캐릭터의 감정을 밖으로 내보였다.
"완벽한줄 알았는데 아니었다"는 자평은 과한 겸손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질 정도. 그 대신 이번 연기로 자신의 역량을 또 한 번 키웠다는 평가가 어울렸다.
'협녀'는 배신으로 엇갈린 세 검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이병헌, 전도연, 김고은이 주축이 됐고 박흥식 감독이 무협과 멜로를 결합시켰다. 오는 13일 개봉 예정이다.
<사진=이승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