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김소정기자] 조용한 연습실에 연예계 대표 내향인들이 모였다. 어색한 공기를 뚫고 음악이 켜지자, 한명씩 일어나 말없이 헤드스핀을, 속사포 랩을 쏟아냈다.
강동원, 엄태구, 박지현이 그 주인공. 한때 가요계 정상에 섰던 혼성그룹 '트라이앵글' 멤버로 뭉쳤다. 댄스머신, 폭풍래퍼, 센터 등 각각의 역할에 영혼을 갈아 넣었다.
여기에 고막남친 오정세가 합류했다. '트라이앵글'에 밀려 38주째 2위를 하고 있는 비운의 발라더 최성곤 역이다. 오정세의 출연 이유는 호기심에서 시작됐다.
"상상이 안 되지 않아요? 강동원이 댄스를? 엄태구가 랩을? 박지현이 아이돌을? 제가 발라드를? 이렇게 생각하면 '물음표'가 생기는데 그런 지점이 흥미를 생기게 했어요."
영화 '와일드씽'이 7일 오전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제작보고회를 열었다. 손재곤 감독, 강동원, 엄태구, 박지현, 오정세가 참석했다.
현장은 내향인들의 정모였다. 하지만 영화로 웃기고 싶은 간절함은 모두가 한마음. 강동원은 "정말 오직 웃기겠다는 마음으로 춤을 추고 찍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 댄스머신, 생계머신
'와일드씽'은 가요계를 휩쓸었던 3인조 혼성그룹 '트라이앵글'의 재기 스토리다. 이들이 기회를 잡기 위해 무모한 도전을 벌이는 코미디물이다.
강동원은 '트라이앵글'의 리더 '황현우'로 분했다. 댄스와 보컬을 담당하고 있다. 그룹 해체 후, 생계형으로 연예계에 붙어 있다. "계속 일을 하고 싶은데, 잊혀지고 있는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코미디 장르를 선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게 코미디다. 일단 대본이 너무 재미있었고, 꽉 찬 코미디에 꽉 닫힌 결말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엔딩을 향해 달려가는 네명의 스토리가 좋다"고 귀띔했다.
스틸컷에 공개된 헤드스핀은 5개월간 연습한 결과물. "저는 힙합에 대한 이해도가 제로였다. 대본 받고 제가 헤드스핀을 하면 얼마나 웃길까만 생각했다. 브레이크댄스를 몰랐는데 발을 잘 안 딛고 있더라. 중력을 거스르는 춤이다"라고 헛웃음을 지었다.
그럼에도 완성도는 아쉬웠다. "저는 촬영 전에 연습을 많이 하는 편이다. 너무 아쉬웠다. 연습할 시간이 더 있었으면 반바퀴라도 더 돌았을 텐데"라고 말했다.
오정세는 강동원과의 첫 만남을 떠올렸다. "연습실에 가면 항상 (헤드스핀) 저 자세로 있었다"고 회상했다. 박지현은 "땀에 젖어서 걱정될 정도였다"며 강동원의 열정을 극찬했다.

◆ 폭풍래퍼, 폭망래퍼
엄태구는 '트라이앵글'의 막내이자 메인래퍼 '구상구'를 연기했다. 해체 후 솔로 앨범을 냈지만 망했다. 현재는 빚더미에 앉은 채 보험설계사로 버티고 있다.
연예계 파워 내향인으로 유명한 엄태구는 이번엔 조금 남달랐다. "무대 촬영 당일에 이 자리에서 귀엽지 않으면 죽겠다는 마음으로 했다. 강동원 선배님이 옆에서 연습하는 걸 보고 자극 받았다"고 웃었다.
완벽한 랩을 위해 실제 연예기획사를 찾았다. "매일 JYP엔터테인먼트로 출퇴근했다. 아이돌분들은 못 봤는데 개인 부스에서 매일 연습했다"고 전했다.
파격적인 변신에, 잠시 후회했던 순간도 있었을까. "후회되는 순간은 연기가 아쉽게 나오거나, 이거 안 웃기고 이게 더 웃겼을 거 같은데 그런 장면을 찍고 지나가게 됐을 때뿐"이라고 답했다.
강동원과는 '가려진 시간' 이후로 10년 만에 만났다. "작품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가 선배님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둘 다 내향인답게 촬영 기간엔 문자로 대화를 나눴다고 털어놨다.
강동원은 "'가려진 시간' 때도 그했고 이번에도 같은 그룹인데 워낙 말씀이 없으셔서 그렇게 많은 대화를 많이 나누지는 못했던 것 같다. 문자로 대화를 나눴다"고 고백했다.

◆ 절대매력, 절대재력
센터 '도미'는 박지현이 맡았다. 청량한 에너지를 발산하는 절대매력의 소유자다. 실제 성격은 털털한 쾌녀. 해체 후, 재벌가에 시집을 가게 되며 엄청난 부를 얻는다.
청순한 외모의 박지현은 "코미디에 대한 갈증이 컸다. 도미라는 캐릭터를 이중성 있는 캐릭터를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도 컸고. '와일드씽'을 보고 코믹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작품을 만날 수 있겠구나 싶더라"고 말했다.
'도미'를 구현하기 위해 당시 모든 여자아이돌 영상을 찾아봤다. "예전에 그런 인터뷰를 했었더라. 무대 위에서 폭발적으로 가창도 해보고 춤도 해보고 싶다고 했었는데, 이번에 대리 경험했다"고 흡족해했다.
무대 촬영 당일엔, 강동원과 엄태구 기에 눌렸다. "오랜 기간 준비해서 무대에 섰다. 그런데 선배들이 너무 잘하는 거다. 동원 선배는 춤에 심취해있고, 태구 선배는 끼를 부리는데 윙크를 너무 많이 하더라"며 황당해했다.
이어 "끝나고 너무 아쉽더라. 제가 밀렸다. 제가 센터인데 두 분이 찢으셨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강동원은 "아니다. 내가 지현씨한테 촬영하고 한 말이 있다. 무대체질이라고. 무대에서 빛났다"고 강조했다.

◆ 여심사냥, 진짜 사냥
오정세는 발라더 '최성곤'으로 출격한다. 여심을 사냥하다가 현재는 멧돼지 사냥 중이다. "유해 동물 사냥꾼으로 활동하면서 우연치 않게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생겨 꿈을 향해 달려간다"고 소개했다.
장발 비주얼과 우아한 제스처는 손 감독과 상의 끝에 완성됐다. "많은 논의와 많은 시도 끝에 나온 모습이다. 사실 원래 조금 더 단발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평범하게 표현하면 밋밋할 것 같고, 너무 과하면 안 되는 인물이었다. 절제된 동작 안에서 강렬한 제스처가 필요했다. 참고한 연예인은 없다"고 부연했다.
솔로곡 '니가 좋아'는 중독성이 강한 발라드. "처음 이 명곡을 받았을 때는 헛웃음이 났다. 들을수록 좋더라. 가사도 좋다. '니가 착해서 좋아', '니가 예뻐서 좋아'다"라고 애착을 드러냈다.
'트라이앵글'은 'LOVE IS' 챌린지도 원했다. 강동원은 BTS를 콕 찝었다. "저희와 함께해주시면 영광이겠다"고 부탁했다. 오정세는 "(진행자)박경림과 '니가 좋아'를 부르고 싶다"고 요청했다.
마지막으로 강동원은 "이 영화를 통해 각자 빛났던 시절을 떠올리며 즐겁게 즐겨주셨으면 좋겠다"고 마무리했다. 엄태구는 "영화를 보면서 많이 웃을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사진=이승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