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박수연기자] "삶과 죽음에 대한 화두를 던집니다." (박준우 감독)
MBC-TV 새 금토드라마 '메리 킬즈 피플'이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안락사(조력사망)를 정면으로 다룬다. 메디컬 드라마이자 스릴러다. 삶과 죽음, 선택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박준우 감독은 "쫓기는 주인공과 그를 추적하는 사법당국의 이야기를 그리지만, '왜'를 묻는다"면서 "안락사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제기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배우 이보영과 이민기가 의사와 시한부 환자로 만났다. 생명을 살리는 의사가 환자를 죽음으로 인도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전개된다. 그 끝에서 '무엇이 옳은가'를 묻는다.
'메리 킬즈 피플' 측이 31일 상암 MBC 1층 골든마우스홀에서 제작발표회를 열었다. 배우 이보영, 이민기, 강기영, 권해효, 윤가이, 박준우 감독 등이 참석했다.
'메리 킬즈 피플'은 메디컬 스릴러 드라마다. 조력 사망이라는 소재를 내세웠다. 불치병 환자의 고통을 끝내려는 의사와 이들을 추적하는 형사의 이야기다.
박 감독은 "의사지만 경찰 쪽에서 보면 연쇄 살인마"라며 "왜 이들이 안락사라는 불법적인 살인을 했는지가 이 드라마의 핵심적 주제"라고 설명했다.
국내 드라마 최초로 안락사라는 주제를 다뤘다. "장르는 스릴러지만, 에피소드마다 사연이 나온다"며 "환자들이 어떤 죽음을 원했는지, 왜 안락사를 요청했는지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는 불법이지만 일부 국가는 안락사를 허용한다. 이 드라마가 '안락사'라는 화두를 던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다소 극단적인 설정이지만, 현실과 맞닿아있다. 그는 "가족과 부부 간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타인의 아픔에 어떻게 공감하고 반응할지 그리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이보영은 응급의학과 의사 '우소정'으로 분했다. 강한 신념을 가진 인물이다. 무의미한 연명 치료에 반대, 비밀리에 조력 사망을 시행한다.
이보영은 "나이가 들면서 노후와 미래에 대해 고민하던 시기에 대본을 받았다. 우리가 이런 얘기를 꺼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이번 작품에서는 감정을 절제하려 노력했다. "울컥하는 순간이 많았다. 하지만 제 감정을 다 쏟아내면 보는 분들도 굉장히 힘들 것 같았다. 건조하게 표현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그린 소정은 선한 인물. "소정은 자비로 고통을 끝내주는, 절대적으로 선한 인물이라고 분석했다"며 "눈빛에도 따뜻함을 담으려 했다"고 말했다.
이보영은 13년 만에 MBC 안방극장을 찾았다. "솔직히 부담감도 있었다"며 "그래도 오랜만에 불러주신 만큼 (시청자분들께) 좋은 결과로 보답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민기는 1인 2역에 도전했다. 우소정의 불법 의료를 추적하는 형사 '반지훈'을 맡았다. 시한부 말기암 환자 '조현우'로 위장해 잠입 수사를 펼친다.
그는 처음부터 작품의 주제에 매료됐다. "다큐멘터리를 좋아한다. 안락사라는 주제를 다큐와 뉴스를 통해 접했다"며 "안락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작품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민기는 죽음을 원하는 환자와 그것을 쫓는 형사의 얼굴을 오간다. "현우는 소정에게 조력 사망을 원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동시에 형사 지훈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훈이 겪는 내면의 혼란을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 "분명 살인이지만, 조력사망을 행하는 모습을 조사하면서 '단순한 살인으로만 볼 수 있나?' 등 혼란에 빠지게 된다"고 전했다.
강기영은 전직 성형외과 의사 '최대현'을 연기한다. 소정과는 의과 대학 동기다. 의료 사고로 면허 박탈 후 소정의 조력 사망을 돕는 인물이다.
그는 "우리는 구원과 좋은 안식을 준다는 마음으로 한 일이지만, 다른 시선에서 보면 부정적으로 비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선한 마음으로 최대현을 연기했다"고 전했다.
극 중 분위기 메이커로 활약한다. "주제에서 오는 무게 탓에 밝을 수만은 없는 드라마다. 대현이 그것을 상쇄한다. 거기서 매력을 느꼈다"며 "소정과의 케미를 살리려 했다"고 말했다.
이보영에게 직접 연기 요청도 했다. 그는 "케미와 환기에 중점을 두고 (이보영에게) '이렇게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자꾸 시키네?' 하면서도 다 받아주셨다.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웃었다.
'메리 킬즈 피플'은 전편 19세 등급으로 편성됐다. 박 감독은 "심의 기준이 죽음에 대한 묘사에서 자살을 조장하면 안 된다고 한다. 19세 한정으로 본질적인 걸 잘 표현하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자극적인 소재인 만큼, 우려도 있다. 자칫 안락사를 미화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 감독은 "전체적인 이야기가 '안락사가 필요하다, 해야 한다'는 내용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갈등 속에서 각자의 선택을 찾아간다는 것. "소정도 굉장히 갈등한다. 때로는 대현이 말리기도 하고, 대현이 소정을 말리기도 하고 갈등의 연속"이라며 "심지어 지훈조차 혼란스러워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답은 각자에게 있지 않을까. 소수자의 선택"이라며 "모든 사람에게 좋은 방법이라고 말할 수 없다. 행복한 죽음을 보장하는 지름길이라는 말씀도 못 드린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이보영은 "조금이나마 이야기 나눌 시간이 되면 좋겠다"며 "드라마 소재로 논란이 된다면 많이 봐주신다는 뜻이니까 감사하다"고 마무리했다.
'메리 킬즈 피플'은 다음 달 1일 오후 10시 처음 방송한다.
<사진=정영우기자(Dispatc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