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야 사는 남자' 조희팔. 그는 어디에 있을까?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가 '희대의 사기꾼' 조희팔의 죽음을 파헤쳤다. 살아있을 가능성이 크다. 돈과 권력으로 산 '죽음'이라는 복면가면을 쓰고.
조희팔은 다단계 기업 사기꾼이다. 사기 피해자는 약 4만 명. 피해 금액만 해도 약 4조 원에 달한다. 건국 이래 최대 사기 금액이다.
조희팔은 2008년 12월, 수사망을 뚫고 중국으로 밀항했다. 그 후 4년 뒤인 2012년 5월. 조희팔이 심근경색으로 사망(2011년 12월 19일)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검찰은 조희팔의 사망을 공식 발표했다. 근거는 중국 현지에서 촬영한 장례식 동영상과 사망 서류였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사망 후에 중국과 태국은 물론, 전국 각지에서 조희팔을 봤다는 목격담이 속출했다.
몇 년 후, 검찰도 생존 가능성을 인정했다. 이영렬 대구지방검찰청 검사장은 지난달 18일 국정감사에서 "어느 쪽으로 확증은 없습니다만, 살아있는 걸 전제로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조희팔은 어떻게 살아있는 것일까? '그알' 제작진은 프로파일러 표창원 박사와 함께 추적에 나섰다. 조희팔의 도피처인 중국 산둥성의 웨이하이를 찾았다.
죽음을 위장하는 일은 쉬웠다.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 위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사망증은 진짜였다. 병원 관계자는 "사망증에 중국 공안의 직인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시체는 정말 조희팔일까? 이미 화장해서, DNA 검사는 할 수 없다. 누구의 시신인 지 확인할 수 없게 된 것. 제작진과 전문가들은 가짜 장례식의 가능성을 제기했다.
특히 장례식 영상이 의심스러웠다. 죽은 사람을 굳이 영상에 담을 필요가 있냐는 것.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의도가 다분하다는 의견이었다.
현지 취재 결과, 중국에서는 돈만 내면 얼마든지 장례식을 연출해 찍을 수 있었다. 영상은 편집의 흔적도 있었다. 죽은 척 하고, 가짜 동영상을 찍었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조희팔의 생존 증거는 계속 나왔다. 공식 사망일 이후 2년 간 칭다오의 한 골프장에서 11번이나 골프를 친 기록이 나왔다. 웨이하이의 한 식당 종업원은 "올해 초까지 식당에 왔었다"고 말했다.
중국판 SNS인 웨이보와 한인 온라인커뮤니티에 글을 올리자, 제보가 더욱 많아졌다. 한 제보자는 "지난해 상해에서 조희팔이 여권브로커에게 2천 만원을 주고 한국 여권을 만들었다. 필리핀에 간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최근 제보에 따르면, 조희팔의 오른팔 강태용이 중국 소주에 있다. '그알' MC 김상중은 "강태용이 있는 곳에 조희팔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경찰은 검거를 중단한 상태다. 재수사할 의지가 있는 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조희팔은 중국으로 간 후 '조영복'이라는 교포로 신분을 세탁했다. 사망한 '조영복'의 신분을 되살려, 스스로 '조영복'이 됐다. 돈으로 가능했다.
조영복의 호구(호적)은 여전히 살아있다. 중국 현지 기자는 "호구가 있다는 것은, 사람도 살아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조희팔은 수사 권력의 비호 속에 도주했다. 밀항 전 당시 사건 담당 강력계장(대구지방경찰청 권혁우 총경)은 조희팔에게 9억 원을 받았다. 이 밖에 검사와 전, 현직 경찰 여러 명이 조희팔에게 뇌물을 받았다.
중국에서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그알'은 조희팔이 현지 경찰에게도 뇌물을 준 정황을 포착했다. 현지 경찰은 조희팔과 측근 강씨를 잡을 수 있었는데도,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표장원 교수는 "하나의 사기 사건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총체적인 부정과 부패와 불합리,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어떤 모순된 모습이 총체적으로 집약된 사건"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 사건을 해결하지 않고 그대로 묻어둔다면, '대한민국 전체의 수치'라고 밖에는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까지, 조희팔 사기 사건의 피해자 약 30여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진출처=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