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서보현기자] 2년 전부터다. 그가 나오면 신드롬이 됐다. 2012년,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이하 '해품달')로 '훤앓이'를 양산했다. 쉽게 멈출 열풍이 아니었다. 영화 '도둑들'과 '은밀하게 위대하게'(이하 '은위') 역시 대박행진을 이어갔다.
2년 만에 다시 돌아 온 안방극장. SBS-TV '별에서 온 남자'(이하 '별그대')는 또 한 번 신드롬을 일으켰다. 2년 전 그 때보다 더 강력했다. 한국을 넘어 중국까지 삼켰다. 그의 이름 앞에는 당연하게, '한류스타'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배우 김수현의 이야기다. 이제 겨우 26살 밖에 되지 않은 이 배우는, 그 누구보다 빠르게, 그리고 단단하게 성장중이다. 거품이 아닌 실력으로 승부했고, 지금은 더 높은 곳으로 향하고 있다.
김수현의 잠재력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그 힘의 원천을 물었고, 김수현이 답했다.
◆ "도민준, 별에서 온 낯선 캐릭터"
벌써 4작품 연속 히트다. 불과 2년 만에 일어난 일이다. '해품달', '도둑들', '은위' 등에 이어 '별그대'까지…. 김수현은 출연작 마다 화제의 중심에 섰다. 여심은 흔들렸고, 작품은 날아갔다.
김수현은 그 공을 캐릭터에 돌렸다. 하나같이 가슴 아픈 사연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었다는 것. 덕분에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해석이다. "무엇보다 작품이 훌륭했기 때문"이라며 "난 그저 많은 사람의 마음을 열 수 있는 캐릭터를 연기한 것 뿐"이라고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김수현에게도 '별그대' 도민준은 낯설었다. 400년째 지구에 머물고 있는 외계인, 그러나 그 어디에도 참고할 캐릭터가 없었다. 그래서 상상했다고. '실제로 도민준이 이 세상에 있다면 어땠을까', '도민준은 왜 이런 성격일까' 등을 고민했다.
"도민준이 지구에 도착했을 때를 생각했습니다. 그도 처음에는 궁금한 게 많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인간들에게 상처를 받으면서 마음을 닫은 건 아니었을까, 싶더군요. 그게 도민준의 세월이고, 그 점을 연기로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 "그를 이해하니 감정이 살아났다"
캐릭터를 이해하니 감정 연기가 수월해졌다. 김수현은 냉철한 외계인이 마음을 열게 되는 과정을 정성스럽게 표현했다. 12회 에필로그에서 보여준 숨죽인 오열신 등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떠나야 하는 심리를 애잔하게 드러냈다.
동료 배우들에게 공을 돌렸다. "함께 출연한 선배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은 것 같다"면서 "김창완, 전지현 등과 함께 하는 모든 상황들이 감정 연기를 하는데 좋은 조건이었다. '내가 이래서 연기를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잘 맞았다"고 말했다.
진한 감정 연기는 김수현의 실제 성격에서 비롯되기도 했다. 그는 스스로 "집요한 성격"이라고 정의했다. 어느 한 곳에 꽂히면 그것만 파고 들어서란다. 이 성격이 연기할 때는 적잖이 도움이 된다고 했다. 매 순간 집중, 감정선을 깊숙하게 파고 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매 컷, 매 신, 매 회 등에 집중하며 연기합니다. 제 성격이 그래요. 어떤 감정을 집요하게 표현하죠. 그럼 그 감정선들이 하나로 이어지더군요. 그러다보니 시청자들도 '김수현이 저런 사람을 표현했구나'라고 생각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 "도전? 지금은 남자를 준비할 때"
이제, 김수현은 20대 대표 배우를 넘어섰다. 연기력과 스타성, 모두 또래 배우들을 압도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일각에서는 김수현에게 변신이 필요할 때라고 말하기도 한다. 스타성은 충분히 입증했으니 실험적인 작품에도 임해볼 때가 됐다는 이야기다.
"전 도전을 꿈꾸는 배우입니다. 가능하다면 공격적으로 도전하고 싶고요. 다만 도전에 적합한 시기는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나는 언제 이런 캐릭터를 연기해보지?'라는 고민은 하지 않아요. 전 계속 연기를 할거고, 그러다 보면 (다양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요?"
김수현은 사람들의 채근에도 침착했다. 그 안에는 조금의 조급함도 느껴지지 않았다. 당장의 만족을 위해 무리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그의 목표는 분명했다. 진짜 남자, 그리고 어른이 되고 싶다고 했다. 지금은 그를 이루는 과정이었다.
"어디선가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 있어요. '남자는 눈빛에 자신감과 여유만 있으면 돼'라는 말이었죠. 이 말이 제 가슴에 크게 박히더라고요. 제 눈에도 그런 것들이 담겼으면 합니다. 그렇게 진짜 어른과 남자가 되고 싶습니다. 그게 조급하다고 되는 건 아니잖아요."
<사진제공=키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