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 | 부산=정태윤기자] "나는 왜 영화를 만드는가."
영화 '룩백'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 같은 작품이다. 감독은 영화를 만드는 내내 이 질문을 머릿속에서 되뇌며 촬영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만화를 통해 영화와 다시 마주보게 됐다. 그때 받았던 충격을 영화를 통해 표현했다"고 소개했다.
영화 '룩백' 측이 부산에 상륙했다.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7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 전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갈라 프레젠테이션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화제작을 소개하는 부산국제영화제의 대표 섹션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제28회 영화제 때 '괴물'로 부산을 찾은 이후 3년 만의 방문이다.
나나세 후리(어린 후지노 역), 데구치 나츠키(후지노 역), 마키타 아쥬(쿄모토 역), 오카다 로카(어린 쿄모토 역) 등이 자리했다. 박가언 부집행위원장이 모더레이터로 이끌었다.
데구치 나츠키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불러주셨는데, '룩백' 팀과 함께 다같이 올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마키타 아쥬는 "첫 부산이다. 어제 개막식에서 많은 분을 보면서 귀중한 경험을 했다"고 전했다.
'룩백'은 작가 후지모토 타츠키의 만화를 최초로 실사화한 작품이다. 만화라는 같은 꿈을 가진 두 소녀가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며 성장해가는 여정을 그렸다.
영화는 재능에 대한 질투와 동경, 함께한 시간이 남긴 우정, 그리고 갑작스러운 이별과 상실 등의 이야기를 덤덤하지만 감각적인 시선으로 그려낸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연출과 각본, 편집을 맡았다. 제83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공식 경쟁작으로 출품됐고, 제51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북미 프리미어도 마쳤다.
고레에다 감독은 실사화한 이유에 대해 "만화 자체가 굉장히 인기 있는 작품이다. 영화를 전제한 것이 아닌,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해 읽게 된 만화였다"고 떠올렸다.
그는 "서점에서 이 만화를 가져와 읽었을 때의 충격을 잊을 수 없다"며 "(만화의 상황을) 저에게 대입해서 '나는 왜 영화를 만드는 것인가' 질문을 받게 됐다"고 밝혔다.
"만화로 표현하는 것과 영화적 표현은 다르지만, 사람이 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가, 창작을 하는 것에 대한 질문을 늘 머릿속으로 생각하면서 이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영화는 고레에다 감독 특유의 아날로그적인 색감이 느껴진다. 이번 작품 역시 35mm 필름 카메라를 사용해 아름다운 사계절과 두 소녀의 성장을 포착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필름으로 찍는 이유는, 지금 이 순간에 의식을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후반 작업으로 바뀔 수 있는 부분을 차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기를 한 분들에게는 긴장을 더하게 되는 부분도 있겠지만, 이 순간 여기서만 가능한 것, 그런 긴장감이 모였을 때 현장에서 생기는 자장이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원작자 후지모토 타츠키가 나고 자란 일본 아키타현 니카호시를 촬영지로 선택하고 1년 동안 로케이션 촬영을 진행했다. 배우들은 그 동네에 살았던 사람처럼 시간을 보내고 촬영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제가 세세하게 연출을 했다기 보다, 네명이 함께 공연하는 시간, 동네에 흐르고 있는 사계절의 시간, 빛의 변화를 정성스럽게 영화 속에 담고 싶다는 생각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번 영화에는 특별한 도전도 있었다. 애니메이션 시퀀스를 삽입한 것. 고레에다 감독은 그 이유에 대해 "쿄모토의 방에 들어가서 이루지 못한 두명의 꿈을 다시 보게 되는 장면이다. 그 부분을 애니메이션으로 보여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애니메이션과 실사 중간에 있는 느낌으로 완성했다"며 "두 사람이 이루지 못한 꿈이 이루어지는 장면을 담고 싶었다"고 전했다.
영화에선 수도 없이 후지노의 등을 보여준다. 그림을 그리는 데 열중하고 있는 등. 쿄모토가 수도 없이 바라봤을 등을 담는다. 마지막은 혼자 남은 후지노의 등으로 마무리한다.
데구치 나츠키는 "등으로만 (감정을) 전달하는 신이 꽤 많았다. 감독님은 마지막 신에 대해 '등에서 쿄모토의 마음이 느껴지게 해달라'고 하셨다"고 밝혔다.
이어 "촬영지 아키타에서 쿄모토와 촬영을 쭉 했는데, 갑자기 혼자가 된 상태가 무척 쓸쓸하고 외롭기도 했다. 함께 있는 것 같으면서도 없는 상황에 허망한 감정을 느끼며 촬영했다"고 털어놨다.
한편 '룩백'은 이날 영화의 전당 루프씨어터 야외극장에서 부산 관객들을 만난다. 영화가 종료된 후에는 GV도 진행한다.오는 8일에는 전국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사진=송효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