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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러브사인, 수어의 플러팅"…'수어돌' 빅오션, 매력의 손짓

[Dispatch=유하늘기자] "All the sexy deaf people, stand up!"

그래미 어워드 수상 청각장애인 프로듀서 프랭키 빅즈가 단체 대화방에 던진 한마디다. "섹시한 청각장애인들, 다 나와!"라는 유쾌한 외침이었다.

이 한마디가 빅오션의 새로운 콘셉트에 불을 붙였다. '섹시 핸즈'(Sexy Hands). 하루종일 끊임없이 움직이고, 수많은 감정을 표현하는 손. 이번에는 그 손을 유혹의 도구로 삼았다.

빅오션은 세계 최초 수어 아이돌이다. 멤버 3인 모두 청각장애를 갖고 있다. 이들은 수어로 음악을 전해왔고, '희망과 극복'이라는 키워드로 팀의 정체성을 노래했다. 이번에는 수어로 '플러팅'을 시도한다.

"수어가 가진 또 다른 얼굴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수어를 하는 남자의 손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수어라는 언어 자체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동시에 담으려고 했죠." (채민경 퍼포먼스 디렉터)

'디스패치'가 빅오션의 신곡 '러브 사인'에 숨겨진 '수어 플러팅' 안무 제작기를 들어봤다.

◆ 수어, 콘셉트가 되다

지금까지 수어는 가사의 의미를 전달하는 통로였다. 노래가 먼저 완성되면, 그 뜻을 수어로 옮겼다. 음악을 눈으로 볼 수 있게 만드는 또 하나의 언어였다.

'러브 사인'은 그 순서를 뒤집었다. 기획팀은 "지금까지는 노래 뒤에 수어가 따라붙는 구조였다"며 "이번에는 수어 그 자체를 주제로 놓고 싶었다"고 밝혔다.

제목부터 중의적이다. '사인'(Sign)은 수어이자 신호를 의미한다. 동시에 "What's your sign?"이라고 물을 때의 별자리(sign)를 뜻한다. 수어에 관한 가사가 누군가를 향한 구애의 문장으로도 읽히도록 설계했다.

안무 역시 달라졌다. 채민경 퍼포먼스 디렉터는 "기존에는 가사를 그대로 옮기는 데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수어가 가진 움직임을 춤으로 확장했다"고 차이점을 짚었다.

단, 의미를 훼손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그는 "겉으로는 일반적인 춤이나 제스처처럼 보여도, 그 안에는 분명한 수어의 의미가 담겨 있다"며 "뜻을 지키면서도 하나의 세련된 퍼포먼스로 보이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 '섹시 핸즈'의 탄생

'섹시 핸즈'는 단순한 발상에서 시작됐다. 하루 종일 끊임없이 움직이고, 수많은 감정을 표현하는 손. 그 손이 누군가를 유혹하는 도구가 된다면 어떨까.

프로듀서 프랭키 빅즈의 한마디가 콘셉트의 출발점이 됐다. 어느 날 채팅방에 "섹시한 청각장애인들, 다 나와!"(All the sexy deaf people, stand up!)라고 적었다.

채민경 디렉터는 이 아이디어를 안무 곳곳에 녹였다. 대표적인 구간은 "Eyes on my fingertips". 상대의 시선을 손끝으로 끌어당긴 뒤, 살포시 거리를 벌린다. 손끝을 따라가는 시선과 몸의 거리감으로 플러팅의 긴장감을 만들었다.

마지막 후렴은 한층 대담하다. "What's your sign?"과 "Put your lips all over me"를 직관적인 수어로 표현했다. 여기에 시선과 표정, 몸의 방향까지 세밀하게 연결했다.

채 디렉터는 "'What's your sign?'은 수어 자체가 한눈에 이해될 만큼 명확했다"며 "새로운 동작을 만들기보다 수어가 가진 직관적인 매력을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 수어와 춤, 그 사이

수어와 춤을 하나로 엮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춤은 절도와 정확한 타이밍이 중요하다. 반면 수어는 말처럼 '뉘앙스'가 중요하다. 수어를 박자에 지나치게 끼워 맞추면 표현이 딱딱해질 수 있다.

채 디렉터는 이 지점을 가장 어려운 과정으로 꼽았다. 수어가 곡의 분위기와 어긋날 때는, 번안 담당자와 의미를 유지할 수 있는 다른 표현을 찾았다. 춤과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으면 안무를 수정했다.

완성된 뒤에도 끝이 아니었다. 번안 담당자와 모니터링을 반복하며 수어의 의미와 뉘앙스가 흐트러지지 않는지 확인했다. 동시에 퍼포먼스로도 자연스럽게 보일 수 있도록 계속 다듬었다.

제작 방식도 일반적인 안무와는 다르다. 곡이 나오면 수어 번안과 안무 제작을 동시에 시작한다. 멤버들은 각각을 따로 익힌 뒤, 두 언어를 하나의 퍼포먼스로 합친다.

가장 오래 걸린 건 세 사람의 합이었다. 채 디렉터는 "멤버 모두 청각장애가 있고, 음악을 받아들이는 방식도 다르다"며 "세 사람이 하나의 박자와 감정을 공유하도록 호흡을 맞추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쏟았다"고 떠올렸다.

◆ 플러팅은, 손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러브 사인'의 플러팅은 손에서 끝나지 않는다. 표정과 시선, 몸의 방향까지 모두 수어의 일부다. 같은 손동작이라도 어떤 표정을 짓고 어디를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달되는 감정이 달라진다.

수어에서는 이를 '비수지 요소'라고 한다. 얼굴과 시선, 몸의 움직임이 더해져 말의 뉘앙스와 감정을 완성한다. '러브 사인' 역시 멤버들이 직접 상황을 상상하고 표현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채 디렉터는 멤버들에게 '자신이 정말 매력적인 사람이라고 믿을 것'을 주문했다. 그는 "노래 속 화자가 누구인지, 어떤 상황에서 상대를 유혹하는지 직접 상상하게 했다"고 말했다.

뮤직비디오 촬영은 더 극적이었다. 멤버들은 실내에 비를 뿌리는 장면에서 인공와우와 보청기를 모두 뺐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상태에서 상대를 유혹해야 했다.

처음에는 서로 얼굴만 마주쳐도 웃음이 터졌다. 하지만 몇 차례 촬영을 거치며 금세 몰입했다. 멤버들 스스로도 "나한테 이런 면이 있었어?"라고 놀랐을 정도다.

◆ 누구에게나 보이는 언어

'러브 사인'은 수어를 아는 사람만을 위한 무대가 아니다. 정확한 뜻을 모르더라도 손끝과 눈빛, 몸짓만으로 플러팅의 감정을 읽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채 디렉터는 "'섹시 핸즈'라는 모티브를 표현하기 위해 멤버들이 직접 곡을 연구했다"며 "그 분위기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하기 위해 꾸준히 연습했다"고 전했다.

세 멤버의 표현법도 제각각이다. 정해진 표정을 그대로 따라 하는 대신 각자 노래 속 화자를 해석했다. 자신만의 시선과 몸짓을 더해 서로 다른 캐릭터를 완성했다.

빅오션에게 수어는 더 이상 가사를 보조하는 장치에 머물지 않는다. 이번에는 노래의 출발점이 됐고, 안무가 됐으며, 누군가를 유혹하는 언어로 확장됐다.

빅오션의 슬로건은 '보는 음악, 느끼는 음악'(See Music, Feel Music)이다. '러브 사인'은 그 문장을 한발 더 밀어붙인 결과물이다.

"수어를 모르더라도 손짓과 몸짓, 표정만으로 충분히 읽힐 겁니다. 무대를 보시면 빅오션의 '섹시 핸즈'에 빠지게 될 거예요." (채민경 디렉터)

<사진출처=디스패치DB, 파라스타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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