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 | 칸(프랑스)=정태윤기자] "처음엔 범죄 이야기를 구상했는데…." (나홍진)
나홍진 감독 신작 '호프'의 출발점은 범죄 이야기였다. 전작과 어떻게 다르게 만들지 생각하다 근본을 짚게 됐다. 우리가 왜 범죄를 저지르고 왜 폭력이 발생하는가.
전작 '곡성'에선 초자연적으로 접근했다면, 이번엔 우주까지 가게 됐다. 전작의 질문을 더 크게 밀어붙인 결과였다. 사회 문제의 근원을 파고들다 결국 인류 너머의 영역까지 손을 뻗었다.
"저는 '호프'가 세상 속의 문제들이 어떻게 해서 일어나고 어떻게 해서 커져가는가를 은유하는 영화라고도 생각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나홍진)
영화 '호프'측이 프랑스 칸 팔레 드 페스티벌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열었다. 나홍진 감독을 비롯해 황정민, 조인성, 정호연, 테일러 러셀, 마이클 패스벤더,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자리했다.

전날(18일)은 '호프'의 프리미어 상영이 있었다. 전 세계 관객들에게 영화를 처음 선보이는 자리였다. 화제작이었던 만큼, 이날 전 세계 매체들의 취재 열기는 뜨거웠다.
'호프'는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호포항을 배경으로 한다. 출장소장 범석(황정민 분)이 동네 청녀들로부터 호랑이가 출현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믿기 어려운 현실을 만나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나홍진 감독은 그간 장르의 경계를 넘는 새로운 이야기에 도전해 왔다. 이번엔 인간과 외계인의 입장 차이와 무지가 빚어낸 거대한 스토리텔링을 꺼냈다.
이번엔 CGI로 크리처를 구현해 강력한 볼거리를 담아냈다. 나홍진 감독은 "이 영화는 CGI 크리처가 등장하는 블록버스터이면서도, 아주 오래전에 본 듯한 액션을 구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배우들은 원시적인 액션을 구현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선 위험한 액션과 거대한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연기가 필요했다.
나홍진은 "배우들을 잘 설득하고, 속이고, 유인했다"며 "조인성 배우의 경우, 무릎 수술을 해서 뛸 수가 없다더라. '달리실 일 없을 거다'라고 했지만,실제로는 숲을 엄청나게 뛰어야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조인성은 "새로운 걸 만들려면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육체보다 감정 상태가 더 힘들었다. 이 공포감을 어떻게 전달할지에 집중했다"고 전했다.
황정민 역시 "몸은 전혀 힘들지 않았다. 상대가 사람이었으면 힘들었겠지만, 미지의 인물이었다"며 "오히려 재미있었다. 최고의 상상력을 끌어내야 하는 작업이 에너지가 됐다"고 말했다.

액션 준비도 철저히 임했다. 정호연은 "프리 프로덕션만 5~6개월 동안 했다. 총기 액션과 자동차 액션 모두 처음이었지만, 철저한 준비가 현장의 두려움을 눌렀다"고 밝혔다.
특히 정호연은 첫 스크린 데뷔작이다. 그는 "알리시아 비칸데르의 '두려움보다 안 해본걸 해보는 즐거움을 느껴라'는 말이 힘이 됐다. 황정민 선배는 '그냥 자신 있게 해'라고 응원해주셔서 어려운 신들을 무사히 끝낼 수 있었다"고 공을 돌렸다.
테일러 러셀, 마이클 패스벤더, 알리시아 비칸데르는 이 영화를 어떻게 선택하게 됐을까. 마이클은 "먼저 알리시아가 제안받았는데, 저에게 '그냥 해'라고 해서 하겠다"며 웃었다.
테일러 러셀은 "이렇게 다른 언어의 영화로 해외 영화제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게 꿈을 이룬 것 같다"며 "한국 영화를 더 좋아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할리우드 배우들이 외계인으로 짧은 분량만 등장한 것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다. 나홍진 감독은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이야기의 바톤이 누구에게 넘어갈지 짐작되실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원래 이 영화의 네러티브는 훨씬 더 크다. 이분들의 이야기가 밑도 끝도 없이 진행된다. 패키지 개념이 아닌, 그런 미래가 일어날 수 있겠다는 희망으로 적극적으로 설득해 캐스팅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나홍진 감독은 "이후의 이야기를 써놓은 것도 있다. 기회가 된다면 당연히 만들어야 한다. 그 기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한편 '호프'는 제79회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대돼 지난 16일 글로벌 관객들에게 첫선을 보였다. 수상 결과는 24일 발표될 예정이다.
<사진=디스패치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