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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윤의 별달린다] "이토록 충만한 위로의 세계" (세계의 주인 ★★★★)

[Dispatch=정태윤기자] 사실 영화를 선택하기까지 망설였다. 화려한 액션도 다이나믹한 장면도 없는데, 영화관에서 봐야 할까.

하지만 엔딩 크레딧이 모두 올라갈 때까지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관객들의 긴 여운을 마주한 순간,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왜 개봉하자마자 보지 않았을까"였다.

영화 '세계의 주인'(감독 윤가은)은 말이 아닌 존재 자체로 위로를 건네는 영화다. 주인(서수빈 분)은 웃음 하나로 감정을 끌어올린다.

관객들은 설명 없는 장면들 속에서 스스로 감정을 찾아간다. 극장의 어둠 속에서만 가능한, 온전히 감정이 맞닿는 경험이었다.

(※ 이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주인은 한마디로 밝은 아이다. 담임선생님에게 스스럼없이 농담을 던지고, 웃긴 춤을 추며, 남녀 상관없이 몸을 부딪히고 뛰노는 '인싸'.

영화는 주인을 가벼운 장난기로 채워 넣는다. 그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쉽게 읽히지 않는다. 그래서 더 그 나이대의 평범하고 밝은 아이처럼 보인다.

그러나 중반부터, 관객의 감정을 완전히 뒤집는다. 영화는 10대의 성과 친족 성폭력, 피해자라는 다소 불편한 이야기들을 담담하게 끌어온다.

주인이 피해자였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은 어느 순간 확신으로 바뀌고, 주인을 바라보는 관객들의 감정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틀어진다.

겉보기에는 평범하지만, 어딘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인물들을 배치했다. 친구 같이 다정하지만 술을 달고 사는 엄마, 봉사 활동에서 만난 사람들의 대화, 편지를 숨기는 동생의 행동 등.

처음엔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일상의 단면처럼 보인다. 그러나 주인 어떤 일을 겪었는지 알게 된 뒤에야 이 행동들이 다른 결로 다가온다.

별 것 아닌 듯 흘렀던 장면들이 서서히 의미를 띠고, 주인의 세계가 어떻게 구성돼 있었는지 뒤늦게 드러나게 된다.

윤가은 감독은 전작 '우리들', '우리집'에서 일상의 균열과 어린 아이들의 세계를 섬세히 포착해 왔다. '세계의 주인'에선 한층 더 확장됐다.

이번에도 인물들의 감정을 일일히 설명하지 않는다. 다만 그를 둘러싼 환경, 사람들, 감정의 여백을 통해 체감하게 했다.

피해자를 전형적으로 그리는 대신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 '세계의 주인'은 주인의 상처를 드러내는 데 관심이 없다.

그가 겪었을 고통을 전시하지 않고, 화복의 과정을 감동적으로 포장하지도 않는다. 대신 주인이 살아내는 지금 현재를 담담히 보여준다.

관객이 그의 슬픔을 목도하지 않게 한다. 주인이 모든 원망과 분노를 토하듯 울부짓는 신에서조차, 정면이 아닌 뒷모습을 담았다.

감정을 설명하는 대신, 여백을 남긴다. 그 지점에서 영화는 역설을 만든다. 누구도 울라고 하지 않는데 울게 되는 순간을 말이다.

감정을 강요하지 않는데 주인의 밝은 얼굴을 보고 있으면 여운이 길게 남는다. 그 웃음을 짓기까지 거쳐왔을 어둠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피해자의 삶을 재현하지 않고, 피해자다움을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현재의 온도를 담는다. 그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관객은 위로를 받게 된다.

그래서 '세계의 주인'이 전하는 위로는, 존재 그 자체에서 온다. '나 괜찮아'라는 말 한마디 없이도 괜찮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건넨다.

물론, 주인도 아직 회복 과정에 있다. 미도(고민시 분)의 날카로운 반응에 1시간 넘게 화장실에서 나오지 못하고, 정체 모를 쪽지 앞에선 굳은 표정을 짓는다.

상처는 사라지지 않았고, 때로는 불씨처럼 튀어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은 여전히 잘 웃고, 뛰고, 오늘을 살아낸다.

'세계의 주인'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에게 건네는 가장 조용한 위로였다. 영화가 마지막 이 세계 모든 주인들에게 전한 조용한 응원의 편지처럼.

"이토록 충만한 위로의 세계" (세계의 주인 ★★★★)

<사진출처=바른손이앤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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