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김지호기자] 2025년 가장 핫한 코미디언은 누굴까? 이수지를 꼽지 않을 수 없다. 그는 부캐 플레이의 최강자. 얼굴을 갈아 끼우는 듯한 변신을 선보인다.
정이랑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정이랑은 현실고증의 대가. 때론 능글맞게 웃기고, 때론 19금으로 배꼽을 쥐게 한다. 'SNL코리아'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이수지와 정이랑이 뭉치면, 진부한 예능 토크쇼도 재밌다. 쿠팡플레이 '자매다방'이 바로 그것. 현실 어딘가에 있을 법한 다방 언니들로 변신해 큰 웃음을 안겼다.
'디스패치'가 최근 '자매다방'의 언니들, 이수지와 정이랑을 만났다. 두 사람의 신들린 자매 연기, 그 비하인드를 들었다.

◆ "자매다방, 이렇게 만들어졌다"
'자매다방'은 5대째 이어진 다방이다. 이수지가 사장님, 정이랑이 직원 언니 역을 맡았다. 1980년대 풍의 의상을 입고 짙은 메이크업을 했다. 애교 있는 말투, 구수한 사투리, 애드리브 급발진이 특징이다.
드라마 '모범택시' 팀(이제훈·김의성·표예진·장혁진·배유람), 드라마 'UDT:우리동네 특공대' 팀(윤계상·진선규·김지현·이정하), 엑소, 뮤지컬 '슈가' 팀(엄기준·김형묵·솔라·이홍기) 등이 손님으로 놀러왔다.
이수지는 "제작 회의 단계에서는 다방이 아니었다. 드라마, 영화, 뮤지컬 등 현장에 직접 가는 커피차 콘셉트였다"면서도 "다방으로 모시는 게 부캐 활용이 좋지 않을까 해서 점점 바뀌었다"고 밝혔다.
정이랑 캐릭터의 모티브는 '네일샵 언니'다. 정이랑은 "그 언니가 손님들에게 하늘하늘 살랑거리는, 애교 섞인 대구 사투리를 쓴다. 인상적이었다. 그 분께 허락을 밭고 따 왔다"고 전했다.
이수지 캐릭터의 출처는 그의 셋째 이모. 이수지는 "평소에도 막내 이모 캐릭터를 한 번쯤 써야겠다 했다"며 "이모가 방송 나오면 '정숙 씨 목소리 아냐?' 하고 전화를 많이 받는다더라"고 말했다.
사실, 게스트 없이도 웃긴다. 오이 마사지를 하다가 주워먹기도 하고, 두 자매가 갑자기 맞붙어 싸우다 급 화해하기도 한다. 때론 게스트를 당황시키는 플러팅도 볼 수 있다.
"수지의 '랑데뷰 미용실' 초대받았을 때, 너무 재밌었거든요. 일하면서 이렇게까지 행복할수 있구나, 이렇게 재밌을 수 있구나 깨달았어요. 자매다방을 하는데, 우리가 호흡이 정말 잘 맞는다고 느꼈죠." (정이랑)
"찐 자매들의 케미가 나오더라고요. 사소한 일 때문에 싸우다가 다시 친근하게 이야기하는 것들이요. 엄마를 비롯해 주변에 자매 있는 분들을 떠올리며 연기해요." (이수지)

◆ "즐기는 천재와 연구하는 천재가 만났다"
어떤 캐릭터를 보여주는 것과, 호스트로서 토크쇼를 이끌어야 하는 건 다르다. 또, 질문의 틀이 있다면 재미를 이끌어내기도 쉽지 않을 듯하다. 대하는 게스트의 성향까지 고려해야 한다. 부담은 없었을까.
이수지는 이 질문에 "너무 행복했고, 황홀했다"고 미소지었다. "오히려 게스트 분들이 모두 '이렇게까지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내려놓고 오신다. 그러다보니 노는 그림이 재밌게 나온 것"이라고 알렸다.
"엄기준 씨는 촬영이 끝나고 집에 안 가시더라고요. 스태프들 나가는데도 계속 서성거리셨어요. 지금 생각해보니까 회식을 생각하셨던 것 같은데…. 저희가 그걸 캐치 못해서 죄송합니다.(웃음)" (이수지)
그렇다면, 어디까지가 대본이고 어디까지가 애드리브일까? 정이랑은 "게스트들이 출연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질문은 대본에 정해져 있다"며 "대본이 60%, 저희 애드리브가 40% 정도"라고 설명했다.
애드리브를 하며, 서로에게 놀란 순간들이 있다. 이수지는 "(정이랑은) 제가 '선배님, 저 이거 할게요' 하지 않아도 알아서 딱 애드리브로 정리한다. 알아서 착착이다. 내공이 장난 아니다"고 극찬했다.
심지어 정이랑은 노력파다. 원래도 범상치 않은 개그 센스를 장착했는데, 치열하게 살기까지 한다. 정이랑은 "전 매사 열심히 한다. 연구하고, 캐내고, 골똘히 고민한다"고 자신했다.
한 마디로 연구하는 천재다. 반대로 이수지는 즐기며 즉흥적으로 연기하는 타입. 정이랑은 "수지는 뭘 하든 재밌어하고, 즐거워하며 편하게 한다. 수지는 천재"라고 강조했다.
"(정이랑) 선배님은 대본을 연구하고 분석하며, 아주 섬세하게 연기하세요. 저는 즉흥적으로 캐치하는 건 자신있지만, 그런 점에선 자신이 없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절충이 되나봐요." (이수지)

◆ "이수지와 정이랑이 그리는 미래"
이수지의 '핫이슈지'가 올해 핫이슈였다. 인플루언서, 대치동 엄마, 무당…. 인스타그램 어디선가 본 것만 같은 사람들을 집어삼켰다.
이수지는 그 원동력에 대해 "많이 쉬어보니까 일의 중요성을 아주 잘 안다"고 웃었다. "일하며 받는 소소한 스트레스가, 일 쉴 때 받는 스트레스보다 훨씬 작다"고 부연했다.
"저는 SNL코리아를 하며, 삶이 모두 SNL에 맞춰져 있었거든요. 시즌제를 쉴 때 부캐를 계속 만들었죠. 시간을 헛되게 보내면 안 되겠다 싶었거든요. 그러다보니 유튜브를 하게 된 거고요." (이수지)
이수지는 "실패가 두렵지 않다. 유튜브는 저만의 놀이터"라며 "하나 해 보고 안 되면, 또 다른 걸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유튜브는 좋은 방향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정이랑 역시 '정이랑의 진기명기'라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여기에 하나 더, 배우로서의 변신도 꿈꾸고 있다. "어떤 연기든 하고 싶다. (개그맨에 대한) 선입견이 있지만, 저는 연기에 대한 갈증이 늘 있다"고 고백했다.
"개그면 개그, 연기면 연기. 뭐든지 즐기다보면, 언젠가는 제가 멜로까지 하는 날도 오지 않을까요? 저 눈물 연기 잘 해요. 10초만 줘도 울 수 있습니다. 사람 냄새나는 연기도 하고 싶고요." (정이랑)
마지막으로, 두 사람이 대중에게 각오를 전했다.
"웃음은 모두가 다르게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수가 웃을 수 있게 다듬는 작업이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일단, 그러기 위해서는 제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게 롱런의 길이라고 생각해요." (이수지)
"사실, 그동안 해도 해도 안 되는 느낌이랄까? 보이지 않는 길을 고독하게 혼자 거니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SNL을 통해 많이 알아봐주시니 너무 감사합니다. 저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웃고, 울고, 힐링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걸 위해서라도 열심히 살고 싶어요." (정이랑)


<사진제공=쿠팡플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