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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헌의 음감] K팝의 패러다임 전환, 코르티스의 유쾌한 질주

미국 LA의 송캠프. 첫 앨범을 만들기 위해 강행군을 펼치고 있는 다섯 소년은 난관에 봉착했다. 습작 단계를 넘어 본인의 이름으로 발표하는 본격적인 첫걸음이 될 작품. 프로듀서 조니 골드스타인의 도움을 받아 두 번째 데모까지는 일단 완성했다. 반복적인 신스 리프를 레이지 스타일의 뱅어로 완성한 '고(GO!)'의 습작이다. 기쁨은 잠시, 가사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의견이 갈린다. 혼란과 불안, 고집과 고민이 작업실의 공기를 짓누른다. '우리 머리 맞댈까?' 어린 창작가들은 의자를 옮긴다. 그리고 정말로 머리를 맞댄다. 서로의 머릿속에서 빗발치는 수십 또는 수백수천의 생각과 가슴속 깊은 곳으로부터 끌어올린 감정을 하나로 모아, 세상에 없던 하나의 음악으로 세상에 내놓기 위해.

코르티스(CORTIS)라는 이방인들이 새 시대의 케이팝과 함께 등장했다. 데뷔 다큐멘터리 '왓 위 원트(What We Want)' 속 그룹은 완전히 다른 언어로 소통하고 새로운 사고방식과 낯선 창작의 과정을 거친다. 손에서 놓지 못하는 랩탑,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아이디어 전쟁,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신예들과의 합작을 통해 음악을 만든다. 어렵게 써 내려간 가사와 멜로디를 표현하는 비디오그래피와 안무도 코르티스 본인의 몫이다. 모든 길은 코르티스로 통한다. 코르티스를 통해 수만 가지 갈래의 길이 열린다. 자신의 운명을 직접 짊어지고 있다.

창작하는 케이팝 아이돌의 역사는 깊다. 단순히 아이돌 그룹의 음악성에 대한 편견을 돌파하고자 하는 일종의 홍보 문구처럼 활용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축복받은 소수의 재능이 아이돌 포맷을 활용해 창작가로 나아가는 발판으로 기능하기도 한다. 케이팝 제작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자리 잡은 후 자체 제작은 한 단계 발전하여 개성의 표현과 케이팝 산업의 최전선에서 투쟁하는 멤버들의 속내를 담아내어 공감을 획득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BTS, (여자)아이들, 세븐틴, 스트레이키즈, 에이티즈 등 세계를 호령하는 그룹들, 모두 자체 제작 아이돌이다.

코르티스는 그 이상을 넘본다. 자체 제작 아이돌이라는 표현 자체가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연습생 생활을 복기하지 않는다면 이들은 마치 혜성처럼 등장한 신예 크루처럼 보인다. 힙합 신의 오드 퓨처, 브록햄튼, 가장 최근에 등장하여 코르티스와 작업을 함께한 AG 클럽, 씨 유 넥스트 이어의 이름이 스쳐 간다. 과거로 거슬러올라가자면 본래 힙합 그룹을 지향했던 방탄소년단의 기획 단계가 이제야 비로소 구현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그 그룹의 원래 멤버였으나 프로듀서의 길을 택해 수많은 히트곡을 제작한 프로듀서 슈프림 보이부터 조니 골드스타인과 같은 해외 프로듀서들까지, 창작 과정에서 소통의 주체는 기획사 관계자들이 아니라 이제 막 뜨거운 십대의 막바지를 불태우고 있는 코르티스 멤버 본인들이다.

타고난 한 사람을 주축으로 돌아가는 프로젝트도 아니다. 제임스, 주훈, 마틴, 성현, 건호가 정말로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하며 노래와 춤, 무대를 만들어간다. 아이돌 제작을 넘어 신예 프로듀서 육성의 과정처럼 보이는 코르티스의 다큐멘터리에는 이들을 여타 케이팝 아이돌의 문법과 차별화한다. 작사가, 작곡가, 프로듀서, 레이블, 기획자를 언급할 필요가 없다. 코르티스가 주체다.

이 주체성은 케이팝의 역사 속 수많은 아이돌이 손에 넣고자 하였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했던 귀중한 가치다. 자체 제작의 기치 아래 단독 노선을 확립한 모든 그룹이 아티스트로 거듭나는 건 아니다. 의사결정과 의견 개진, 좋고 싫음의 영역을 넘어 밑바닥부터 온전히 쌓아 올린 나만의 창작물, 소유의 감각이 창작가의 운명을 결정한다. 케이팝 산업은 기존의 연습생 제도를 다듬어 창작 사관 학교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세계 시장으로부터 벌어들이는 막대한 자본과 글로벌 인재풀을 통해 가장 최신의 유행과 가장 세련된 신세대 인재를 수급한다. 그 투자의 첫 결과물이 바로 코르티스다.

그러나 결국 이들을 음악가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진실한 창작의 결과물이 필요하다. '컬러 아웃사이드 더 라인스(COLOR OUTSIDE THE LINES)'의 음악이 그에 부합한다. 십 대 창작 그룹 코르티스의 좌충우돌 창작기를 고스란히 담아낸 데뷔 EP는 이들의 정체를 알기 전까지 케이팝임을 상상할 수 없는 장르 음악이다. 오드 퓨처의 슈퍼스타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 릴 야티의 버블검 트랩과 트래비스 스캇이 정의한 새 시대의 힙합, 포배츠(4Batz)의 몽환적인 신세대 R&B의 문법, 오피움 사단의 전위적인 신세대 음악이 공존한다. 여기에 수많은 보이 밴드의 신인 시절에서 공통으로 발견할 수 있는 해맑고 긍정적인 태도와 정력적인 퍼포먼스를 결합했다. 장르 음악의 팬도, 케이팝 팬도 즐길 수 있는 음악이다. 오래간만이다.

프로듀서 조니 골드스타인의 롤랜드 주노-60 신시사이저 연주에 맞춰 차례차례 조립해나간 '고!(Go!)'를 필두로 앨범은 힘차게 문을 연다. 다큐멘터리 속 멤버들이 '우리는 왜 달리기만 하냐'고 불만을 표하기도 하지만, 새 그룹의 등장을 알리는데 이만한 출사표는 또 없다. 창작의 주체임을 명시하는 노랫말 가운데 '우릴 보고 엄질 들어, 모든 구시대', 'Hitman처럼 Hit만들고 싶어서 난 Reload' 등의 표현은 과감하고도 재치있다. 앨범 전반에서 두드러지는 오토튠의 활용을 통해 구현한 사이키델릭한 무드도 마냥 공격적으로 질주하는 대신 이제 막 경력을 시작하는 보이밴드의 혼란스러운 첫 시작을 상징하는 소재로 좋은 선택이다.

본격적인 태도는 '패션(FaSHioN)'에서 두드러진다. 트래비스 스캇의 트랩을 유연하게 다듬고 레이지 장르의 공격적인 랩을 더한 이 노래에서 코르티스는 NCT 127로부터 내려오는 케이팝의 힙합 활용을 통해 하이브리드의 매력을 과시한다. 재미있는 지점은 노랫말이다. 신세대의 미래 찬미와 그룹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메시지로 가득 차 있을 것 같은 스타일의 곡 위에 코르티스는 평소 즐겨 찾는 동묘 앞 구제 시장과 홍대 앞을 노래한다. 심사숙고 끝에 스타일리스트들이 골랐을 하이 패션을 걸친 멤버들이 구제를 찬미하는 광경이 기분 좋은 인비부조화를 만든다. '빈티지져스'라는 신조어부터 힙합을 이해하는데 빠질 수 없는 패션에 대한 창의적인 재해석과 '밑바닥부터 여기까지'의 서사 계승을 입체적으로 해냈다. 페스티벌에서 모쉬 핏을 만들 케이팝 스타일의 뱅어다.

'왓 유 원트(What You Want)'는 복합적이다. 트래비스 스캇과 함께 새 시대의 힙합 록스타를 꿈꾸는 힙합 음악가 티조 터치다운이 곡에 참여했다. 독특하게 다듬어진 기타 톤과 활기찬 랩, 거대한 포부를 노래하는 코르티스의 열정을 담아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동시에 티조 터치다운이 참여하지 않았음에도 그의 서정적이고도 연약한 음악이 연상되는 곡들이 앨범에 있다. '조이라이드(Joyride)'와 '럴라바이(Lullaby)'다. 전자가 2020년대 트랩 기반의 알앤비를 연상케 하는 멜로디 라인을 사이키델릭한 인디 록 사운드에 얹어 얼터너티브한 분위기를 강조한다면, 후자는 어쿠스틱 기타 연주의 변주를 통해 초현실적인 상황 가운데 10대의 처음 창작기를 마무리하는 스완 송이다. 멤버들의 취향과 지향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는 곡이다.

코르티스는 케이팝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수 있을까. 이미 그 운명을 타고난 그룹의 첫 프로젝트는 그렇다고 대답한다. 대규모 자본의 투사로 만들어낸 창작의 세션은 케이팝 연습생들에게 아이돌 이상의, 단독으로 우뚝 선 창작가의 위상을 빠르게 제공하고 있다. 언더그라운드로부터의 발굴 과정이 케이팝에 통합되어 가는 과정에서 음악가가 되기 위해 언더그라운드로 출발하기보다 기획사의 연습생을 선택하는 그림이 그려진다. '공동 창작 집단'이라는 기치 아래 자유롭게 창작하는 멤버들의 활동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 자신의 이름을 걸고 발표하는 즐거운 음악 생활이다.

조금 서투르고 치기 어린 노랫말이 있다고 해도 괜찮다. 엄청나게 어린 창작가들이 경험을 쌓아나가는 과정이다.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야망을 현실로 이룰 재능도, 이를 뒷받침할 환경도 갖췄다. 모처럼 케이팝에서 아이돌의 층위를 넘어 그룹 자체에 집중하고 있다. 지켜보자. 코르티스가 어디까지 달려 나갈지.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 / zener1218@gmail.com

<사진출처=빅히트 뮤직>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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