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유하늘기자] "혀로 하는 칼싸움입니다." (조영준 감독)
배우 조여정과 정성일이 전에 없던 일대일 밀착 스릴러를 선보인다. 각각 기자와 연쇄살인범이 되어, 밀폐된 공간에서 숨막히는 인터뷰를 이어간다.
이 대화는 단순한 취재가 아니다. 인터뷰가 중단되는 순간,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한다. 인터뷰를 하려하는 자(연쇄살인범)와 끝내려는 자(기자)가 각자의 목적을 가지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인다.
영화 '살인자 리포트'(감독 조영준) 측이 12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제작보고회를 열었다. 배우 조여정, 정성일, 조영준 감독 등이 자리했다.
'살인자 리포트'는 스릴러 영화다. 정신과 의사 영훈(정성일 분)이 기자 선주(조여정)에게 단독 인터뷰를 요청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조 감독은 "이 영화는 '혀로 하는 칼싸움'이다"고 정의했다.
이어 "말로 주는 상처가 물리적 상처보다 더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말싸움으로 지지 않는 두 사람이 부딪힌다. 깊숙한 상처를 끌어내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조여정은 '백선주'로 분했다. 그는 특종에 목마른 베테랑 기자. 냉철하고 당당한 인물이다. 그러나 연쇄살인범과의 인터뷰로 점점 이성을 잃게 된다.
그는 "선주는 겉으로는 침착한 척하지만, 언제 공격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품고 있다"며 "실제 촬영 후에도 이마 근육이 뭉칠 정도로 긴장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정성일은 '이영훈' 역을 맡았다. 영훈은 정신과 의사이자, 11명의 목숨을 앗아간 연쇄살인범이다. 선주에게 일대일 인터뷰를 요청하고, 살인 동기에 대해 설명한다.
"기자님께서 이 방을 나가는 순간, 그 사람은 죽습니다." (영훈)
냉철한 얼굴로 극악무도한 살인마의 얼굴을 완성했다. 살인을 고백하면서도, 흔들림이 전혀 없다. 타고난 지적 능력과 심리 기술로 선주를 조종한다.
정성일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독특한 작품"이라며 "시나리오를 단숨에 읽고, 꼭 하고 싶다는 욕심이 났다. 다른 배우에게 역할을 빼앗기기 싫어서 바로 출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연쇄살인범 캐릭터는 절대 미화해서는 안 된다"며 "비록 살인 동기에는 일말의 이해가 갔지만, 그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관객도 그 복잡한 심리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은, 두 사람이 마주 앉는 호텔 스위트룸이었다. 조 감독은 소품 배치와 조명 변화 등 디테일에 공을 들였다.
인물들이 오직 밀실 공간 안에서만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조 감독은 "스위트룸은 단순 배경이 아닌 또 하나의 캐릭터"라며 "방 안의 모든 오브제가 두 사람을 압박하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한정된 공간에서의 호흡도 중요한 요소였다. 조여정은 "몇 시간 안에 벌어지는 일을 몇 달에 걸쳐 촬영했다. 호흡이 끊기지 않도록 서로 긴밀히 소통해야 했다"고 전했다.
정성일은 "같은 장소에서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인물의 감정 변화와 심리 싸움 덕분에 지루할 틈이 없다"고 자신했다.
조여정은 현재 '좀비딸'에서도 활약 중이다. 그는 "(흥행이) 그저 고맙고 감사하다"며 "이번엔 전혀 다른 캐릭터를 선보이게 됐다. 그 자체를 흥미롭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정성일은 "좀비딸의 좋은 흐름이 '살인자 리포트'까지 이어졌으면 좋겠다"며 "지루할 틈이 없는 영화다. 자신있다"고 말했다.
조 감독도 "100%를 넘어 300%, 400% 만족한다"며 "이 영화를 보고 나면 기가 빨린 듯한 체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재미없거나 지루해서가 아니라, 두 사람 사이의 스파크와 결말의 무게, 도덕적 딜레마 등이 관객을 압도할 것"이라며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살인자 리포트'는 다음달 5일 개봉한다.
<사진=이승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