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정태윤기자] "조정석 표 코미디요? 그런 건 없습니다."
조정석은 관객이 좋아하는 배우다. 자타공인 여름의 남자이기도 하다. 영화 '엑시트', '파일럿' 등. 여름에 발표하는 작품마다 흥행에 성공했다.
또 다시 여름 흥행 공식을 따른다. 코미디와 여름의 조합. 어느 순간부터 '조정석 표'라는 수식어가 생겨났을 정도로 믿고 보는 코미디의 대가다.
자칫 작위적일 수 있는 웹툰의 설정들도, 그가 하면 자연스럽게 현실이 됐다. 점 하나로 유튜버 '조점석'이 되듯, 기꺼이 믿고 싶게 하는 힘이 있다.
조정석은 "'조정석 표 코미디'가 뭔지 모르겠다. 텍스트의 힘이 아닐까 싶다. 그 상황에 최선을 다할 뿐, 웃기려 하진 않는다. 어쩌면 본능의 영역"이라고 털어놨다.
그래서일까. 조정석의 연기는 억지스럽지 않다. 상황 속에 스며들듯 관객을 웃긴다. 영화 '좀비딸'(감독 필감성)도 마찬가지. 그의 말을 더 들어보자.
◆ '좀비딸', 절묘한 만남
'좀비딸'은 코믹 드라마다. 이 세상 마지막 남은 좀비가 된 딸을 지키기 위해 극비 훈련에 돌입한 딸 바보 아빠의 이야기를 그린다.
조정석이 아빠 '정환'을 연기했다. 그가 아빠 역할을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과 '파일럿' 모두 아빠였다.
'좀비딸'은 부성애를 앞세웠다. 조정석은 딸을 낳고, 부성애가 자라던 시기에 이 작품을 만났다. 대본을 읽자마자 열정이 끓어오르는 걸 느꼈다.
그는 "모든 작품이 도전이다. 그러나 나이를 먹고, (실제) 딸 아이의 아빠가 되고 가장이 된 저에게 굉장히 적절하고 절묘한 시기에 들이닥친 작품이었다"고 떠올렸다.
"(부성애가) 잘 아는 감정은 아니었습니다. 저도 이렇게까지 흠뻑 빠져서 도취될 줄 몰랐어요. 시나리오를 읽을 때 첫 느낌을 중요시하는데요. 그 느낌 그대로 촬영에 임했습니다."
◆ 부성애, 폭발했다
의외의 문제도 있었다. 너무 심하게 몰입하게 된다는 것. 감정의 불씨가 한 번 붙으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폭발하는 감정을 조절하는 게 관건이었다.
그는 "영화를 보시는 분들이 극적인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되는데, 그 공간에 제가 먼저 들어가 있고 싶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누가 옆에서 격하게 울면 감정이 동화되기보단, 오히려 떨어져서 보게 될 때가 있잖아요. 감정을 표출할수록 득이 될지 아닐지, 연구를 많이 했습니다."
엔딩의 경우 여러 가지 버전으로 찍어뒀다. 담백한 버전, 보통의 감정, 감정적으로 과잉된 느낌, 대사가 안 나올 정도로 목이 메서 한 연기도 있었다.
조정석은 "연기에 정답은 없지만, 가장 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연기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감독님도 그 장면에 적절한 테이크를 고민한 것 같다"고 털어놨다.
◆ 코미디, 본능의 영역
'파일럿'에 이어 연달아 코미디를 선보이게 됐다. 누군가는 '조정석 표' 코미디라고 말하지만, 식상한 코미디를 하지 않기 위한 고민도 있지 않았을까.
조정석은 "조정석 표 코미디라는 건 없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식상함을 드리면 어쩌지'라는 걱정은 없다. 웃기려 하지 않는다. 그 상황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했다.
"코미디에 대한 제 생각은, 웃기려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가장 중요한 건 절묘함 아닐까요? 절묘한 타이밍, 절묘한 호흡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걸 살리는 건 본능적인 감각이고요."
'좀비딸'은 보다 더 까다로운 지점이 있다. 심각한 상황적 설정과 코미디 장르 사이에서 선을 타야 했다. 웃기다가도 눈물이 터지고, 또다시 웃음이 치고 나와야 했다.
조정석은 "그 경계가 정말 어려웠다. 본능에 따라 연기했다"며 "감독님도 제가 느낀 대로 하는 연기를 마음에 들어 해주셨다. 다만 너무 벗어나지 않게 그 선을 조절해주셨다"고 말했다.
◆ 왜 조정석을 좋아할까?
웹툰을 원작으로 하다 보니 작위적인 설정들도 곳곳에 있다. 그러나 조정석이 하니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얼굴에 점 하나 찍고 '조점석'으로 변신하는 것처럼, 허술조차 능청스럽게 소화해낸다.
만화와 드라마를 오가고, 신파와 코미디를 오가는, 그 선. 조정석이 하니 용납되는 것들 투성이었다. 그래서 '좀비딸'은 조정석에게 가장 잘 맞는 옷이다.
관객들이 조정석을 좋아하는 이유를 (알지만) 물어봤다. 그는 흐뭇한 미소를 감추지 못하며 "옆집 형 같은 친근함 덕분인 것 같다"고 전했다.
"제 마음은 한결같아요. '그분들에게 보답해야지'가 아니라, 주어진 책무에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합니다. 예능을 하더라도 열심히. 시키는 것도 열심히. 그냥 열심히 하는 것 같아요."
조정석의 성실함이 그를 매 순간 빛나게 했다. '좀비딸' 역시 예감이 좋다. 개봉을 하루 앞두고 올해 최고 사전 예매량(30만 장)을 돌파했다.
조정석은 "따뜻하고, 코미디도 잔뜩 들어가 있는 영화를 목말라할 시기라고 생각한다"며 "제가 처음 대본을 읽고 느꼈던 감정을 많은 분과 공유하고 싶다"고 바랐다.
<사진제공=잼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