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김지호기자] 오감만족 예능이었다. 우선, 비주얼부터 눈이 즐겁다. 촬영지로 선정한 은평구의 한옥 마을은 영상 화보 같았다. 한옥 특유의 고풍스러운 멋이 감탄사를 불러일으켰다.
게스트 이수지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예능계의 인류학자를 다시 한번 증명했다. 쉴 새 없는 상황극으로 배를 움켜잡게 만들었다. 심지어 (예능인이 아닌) 박준우 셰프도 능숙하게 리드했다.
김희선과 탁재훈의 케미는 최고의 양념. 김희선은 등장 자체로 호감을 샀다. 밝은 웃음과 솔직한 매력으로 힐링을 전했다. 탁재훈의 입담은 말할 것도 없었다. 특유의 능글 맞은 말솜씨로 간을 맞췄다.
마지막으로, 인심 좋은 노부부를 만났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맛있는 한 끼를 나눴다. JTBC '한끼합쇼'가 지난 24일 3회를 통해 선사한, 무공해 웃음이다.
이날 '한끼합쇼'는 개그우먼 이수지의 모교 선일중학교에서 오프닝을 열었다. 이수지의 은사들을 만나고, 재학생들과 기분 좋은 에너지를 나눴다.
이수지의 하드캐리였다. 그는 김희선과 탁재훈을 만나자마자 상황극을 시작했다. 젠지 여고생에 빙의하고, 음악 선생님처럼 성악 톤으로 교가를 불렀다. 래퍼 '햄부기' 부캐도 꺼내들었다.
버튼만 누르면 희극인 모드를 켰다. AI, 프론트 데스크 직원, 캘리포니아 버전 '한끼합쇼', 프렌치 레스토랑 직원, 닭 울음 소리 성대모사…. 웃음 화수분이었다.
김희선의 활약도 인상적이었다. 그는 리액션의 여왕. 이수지가 손짓만 해도 까르르 웃었다. 이수지가 "이런 분(김희선)만 관객으로 오시면 너무 행복하겠다"며 좋아할 정도였다.
탁재훈은 (의도치 않은) 자학으로 안타를 날렸다. 탁재훈의 생활기록부에는 "태만하고 비협조적이다", "기초학력이 부족하다" 등 날것의 평가가 적혀 있었다. 모두가 빵 터지게 만들었다.
한옥마을에선 폭염 속 고군분투를 선보였다. 체감 온도 36도, 옷이 땀으로 흠뻑 젖은 채로 걷고 또 걸었다. 초면의 시민들 집 벨을 누르고, 사정없이 거절 당했다.
그 와중에도, 이수지는 남달랐다. 물 뿌리개를 들고 나온 집 주인에겐 "저 등목 좀 해달라"며 말을 걸고, 맨땅에 서슴없이 엎드렸다.
교회 마크가 붙어 있는 집의 벨을 누른 후에는 신앙심에 호소했다. "권사님"이라며 능청을 떨었다. 교회 용어를 쏟아내며 신심 가득한 얼굴을 해 웃음을 안겼다.
다행히, 타임아웃 직전 '한끼합쇼'를 성공시켰다. 김희선과 탁재훈은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센스있게 끌어냈다. 그러는 동안 박준우 셰프와 이수지가 맛깔스런 음식을 준비했다.
이날의 한끼 메뉴는 등갈비 묵은지 찜과 두부 샐러드, 냉장고의 가정식 반찬들이다. 디저트로는 블루베리 프렌치 토스트가 등장했다. 식욕을 자극하는 먹방이었다.
'한끼합쇼'는 유기농 힐링 예능이다. 건강한 웃음과 세대 공감을 추구한다. 누군가를 공격하거나 깎아내려 억지 웃음을 유발하지 않는다. '마라맛' 드립 역시, 허용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게, 예능을 모르는 평범한 시민들이 매회 주인공이다. 김희선과 탁재훈은 그들의 허락을 구하고, 이야기를 들을 뿐이다. 사생활에 관해서도 철저히 선을 지키며 배려한다.
그럼에도 의외로 곳곳에서 예측불가 웃음이 터진다. 예를 들면, 과묵한 집주인 할아버지가 말이 많아진 순간. 할아버지는 알고보니 연애 프로그램 '나는 솔로' 마니아였다.
서울의 여러 명소를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성북동의 고급스런 부촌에 감탄하고, 연남동의 라면 가게 코스를 기억하고, 은평의 고즈녁한 한옥마을을 둘러볼 수 있다.
우리가 아는 유명 셰프들도 반갑다. 이연복, 이원일, 박준우 셰프 등이 가정집 냉장고 속 재료만을 활용해 요리하며 침샘을 건드린다. '냉장고를 부탁해'의 소박한 변주다.
지친 하루를 마무리하며 '밥친구'가 필요할 때, '한끼합쇼'는 맛있는 선택이다.
<사진출처=JT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