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이아진기자] "연기가 늘 수밖에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박보영)
박보영에 의한, 박보영을 위한 무대다. 박보영이 연기 차력쇼를 펼쳤다. 철부지 딸과 소녀 가장을 넘나드는 다채로운 감정선을 보여줬다.
1인 4역을 맡았음에도 무리 없이 극을 이끌어갔다. 현실감 높은 연기로 눈물과 웃음을 동시에 잡았다. 시간 가는 줄 모를만큼 흡입력 있는 드라마를 완성해냈다.
tvN 새 토일 드라마 '미지의 서울'(극본 이강, 연출 박신우·남건) 측이 21일 CGV 영등포에서 제작발표회를 열었다. 박보영, 박진영, 류경수, 박신우 감독이 참석했다.
'미지의 서울'은 얼굴 빼고 모든 게 다른 일란성 쌍둥이 자매의 이야기다. 이들은 특별한 계기로 서로 삶을 바꾼다. 다른 인생을 경험하며 자신만의 사랑과 정체성을 깨닫게 된다.
박보영이 쌍둥이 자매 유미래와 유미지를 연기했다. 그는 "1부 엔딩에 '내가 너로 살게, 네가 나로 살아'라는 대사가 흥미로웠다. 보자마자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쌍둥이 언니 유미래는 공기업에 다니는 엘리트이다. 차분하고, 참을성이 많다. 반대로, 동생 유미래는 일용직 근로자로 일한다. 밝고 당차서 '유 캔디'라고 불린다.
박보영은 스타일링부터 차별화했다. "미래는 감정적으로 힘든 점을 강조하려고 의상의 색을 최대한 덜어냈다. 미지는 (자유로운 성격이라) 탈색을 했다"고 설명했다.
유미래와 유미지뿐만이 아니었다. 무려 1인 4역에 도전했다. 유미지인척 하는 유미래, 유미래인척 하는 유미지까지 소화했다.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던 도전이었다.
박보영은 "상대방의 연기에 리액션하는게 아니라, 예측하고 계산해서 연기를 해야 했다. 지금까지 해왔던 연기 스타일이랑 너무 달라서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대본을 외우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쌍둥이가 만나는 장면의 대본을 통으로 외우려 했지만, 잘 안됐다"며 "미래와 미지를 따로 외우다 보니 두 작품을 찍는 기분이었다"고 회상했다.
19년간 쌓아온 연기력을 최대한 발휘했다. 류경수는 "박보영의 연기에 놀란 순간들이 많았다. 심지어 상대배우까지 안정감 있게 이끌어 주더라"고 칭찬했다.
쌍둥이다 보니 남자 주인공도 2명이었다. 미지의 곁을 지켜주는 이호수(박진영 분)와 미래의 우울함을 극복하게 해주는 한세진(류경수 분)이다.
박보영은 "2명의 남자 배우와 한 번에 호흡을 맞춰볼 수 있다는 건 다시는 없을 기회라고 생각한다. 너무 행복하게 촬영했다"며 수줍게 웃었다.
두 남자의 다른 점도 짚었다. "호수는 비가 오면 제 쪽으로 우산을 기울여 줄 것 같다. 반면, 세진이는 우산을 던지고 물웅덩이에서 뛰어놀자고 할 것 같다"고 했다.
박보영은 특유의 무해함으로 모두와 케미스트리를 살렸다. 박진영은 "보영 누나 덕분에 군 제대 후 처음 촬영하는 작품임에도 긴장하지 않고 금방 적응했다"고 말했다.
박보영은 관전 포인트로 대사를 꼽았다. "스스로한테 해주고 싶으면서도, 필요하기도 했던 대사들이 많다. 굉장히 공감하시고, 위로 받으실 것"이라고 귀띔했다.
다양한 관계성 속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에도 주목해야 한다. 많은 이야기들을 관통하는 메세지는 '끝은 결국 사람'이다. 사람 때문에 힘들어도, 사람 덕분에 나아간다는 것.
박진영은 "촬영을 하면서 '나도 내 주변 사람들한테 영향을 받아서 나아갈 수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힘든 일을 겪고 있다면, 희망을 얻으셨으면 좋겠다"고 외쳤다.
한편 '미지의 서울'은 오는 24일 오후 9시 20분 처음 방송된다.
<사진=이호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