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오명주기자] "내가 정말 출연해도 괜찮을까?"

사실, 시작부터 고민이 많았다. 무엇보다 절친 이정재와 함께 한다는 부담감이 컸다. 외부의 시선이 걱정됐고, 성공에 대한 자신도 없었다. 그렇기에 출연 제안만 4차례 거절해야 했다.

"출연한다는 것 자체가 엄청나게 큰 무게였죠. 관객의 기대, 평단의 시선…. 계속해서 고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과연 할 수 있을지, 우리가 함께 해도 될지…."

그러나 그 절친의 치열한 열정이, 끝내 마음을 움직였다. 실제로 이정재는 시나리오 작업만 4년을 집중했다. 작품 메이킹에 투자한 시간까지, 총 5년 반을 공들였다.

정우성은 그 시간을 회상하며, "어느 순간 내가 출연해도 정말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고백했다. "이정재의 노력을 곁에서 직접 보며, 제가 더 치열하게 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전했다.

그리고 작품이 완성된 순간, 그는 확신했다. 이정재와 자신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는 걸….

그렇게, 두 사람의 열정이 담긴 영화 '헌트'(감독 이정재)가 탄생했다. '디스패치'가 정우성을 만나 그 비하인드를 들었다. 더 나아가 그의 끝없는 열정도 엿볼 수 있었다. 

◆ ”4번의 거절, 그리고…”

이정재는 4년에 한 번 꼴로 정우성에게 출연을 제안해왔다. 하지만, 정우성은 그 어느 때보다 신중했다. 정중히 거절했다. 출연을 쉽게 결정할 수 없었다. 

그에게 부담을 주기 싫었다는 것. “처음에는 동료로서, 파트너로서 같이 응원하는 입장이었다. 같이 회사를 차린지 얼마 안 됐기에 외부적 시선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누군가는 안 좋게 볼 수도 있겠죠. '둘이 회사 같이 하더니 스튜디오도 하고, 출연도 하네' 하는 식으로요. 그런 시선을 넘어야 하는 허들이 있었죠. 작품을 진행하는데 굳이 장애 요소를 스스로 만들며 갈 필요가 있을까 싶었어요."

정우성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 건, 이정재의 진심이었다. 그가 긴 시간동안 시나리오를 숙성시키는 과정에서 얼마나 끈기있게 노력하는지 알게 됐기 때문이다.

“그 모든 짐을 지고, 지옥문을 스스로 열겠다고 들어오는 것처럼 보였어요 (웃음). 순간 ‘저 친구 진심이구나’ 싶었죠. 저도 결심이 섰어요. 저도 후회없이 해봐야겠더라고요.”

단, 마음 가짐은 그 어느 때보다 남달랐다. 단순히 <'태양은 없다' 이후 23년 만의 작품>이라는 수식어에 갇히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고민했고, 열정적으로 작품에 임했다. 

"그냥 우리끼리 도취돼 즐기는 작품이 아니라, 진짜 잘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헌트'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퇴색시키지 않았으면 했어요."

◆ “김정도를 그리는 방법” 

정우성이 맡은 '김정도'는 군인 출신으로, 안기부 내 국내 파트 담당 차장이다. 조직 내 숨어든 스파이 ‘동림’을 색출하기 위해 나선다. 박평호(이정재 분)와 서로를 ‘동림’이라 주장한다. 

정우성은 ‘김정도’를 어떻게 해석했을까. 그는 “김정도는 자신만의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다”며 “그 신념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신념은 딜레마에서 시작됐습니다. 정도는 군인이란 직업의 근본과, 폭력 행위의 정당성 등을 객관적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다보니 폭력을 멈추고, 다시 되돌려놔야 한다는 결론이 생겼죠."

김정도의 가슴에는, 아픔의 무게를 실으려 노력했다. "그 딜레마 덕분에 피해자에 대한 공감을 할 수 있었다. 억울함과 한이 플러스 돼, 상당한 무게가 생겼다"며 "그 무게를 가슴에 품고 있는 인물이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가장 고민한 부분은 역시, 박평호와의 대립 구도다. 긴장감을 위해 이정재와의 사적인 교감도 철저히 배제했다.

"상대(이정재)에 대한 심리적 안정감이 카메라 안에 그대로 드러날 것만 같았어요. 일부러 서로 말 섞는 일이 별로 없게 했죠. 어떤 스태프들은 '진짜 친한 거 맞아?' 라 의심했을 수도 있어요. 하하."

동시에 이정재와는 다른 결의 연기를 보여주려 신경썼다. 그도 그럴 게, 김정도와 박평호는 비슷하지만 또 다르다.

"김정도는 박평호와 닮은 듯 보여도, 방향성이 다릅니다. 조직의 이념과 각자의 딜레마에 갇혀, 다른 선택을 하죠. 두 사람이 부딪힐 때 형성되는 기류에 의해 서로의 존재감이 더 확인되거든요. 그 점에 더 주의를 기울였죠."

◆ ”그는 여전히 도전한다”  

정우성은 올해로 데뷔 28년차를 맞았다. 필모그래피만 약 40편. ‘비트’, ‘태양은 없다’, ‘내 머리 속의 지우개’, ‘감시자들’, ‘더 킹’, ‘증인’, ‘강철비’…. 대표작이 끝이 없을 정도다. 

그러나 아직, 그는 만족이 없다.

"항상 '주어진 상황에 안주하지 말자'라는 마음을 갖고 일합니다. (인기란) 잠깐 주어진 것이고, 왔다가 사라지는 거라고요. 평생 청춘의 아이콘일 수는 없잖아요. 저는 나이를 먹었고, 가야 할 길이 멉니다."

그는 배우, 제작자(고요의 바다)에 이어 감독까지 새로운 도전을 이어나가고 있다. 곧 첫 장편 연출작 '보호자'로 관객들 앞에 작품을 내놓는다.

정우성은 "지금도 저는 진심으로 즐기면서 일하고 있다. 그 여정의 일부분인 것 같다"며 "꾸준히, 열심히 하고 싶다. 좋은 콘텐츠를 관객에게 선보이고 싶다"고 미소지었다.

"배우로서 겁 없이 도전했고, 길을 찾아가려 했었죠. 물론 그 길은 지금도 찾고 있고요. 여러 도전 속에서 성공도 하고, 실패도 해보고, 그 실패를 극복하고…. 그러면서 배우는 거죠."

그게, 정우성 자신이 가진 신념이라는 것.

"지금이 제 전성기일까요? 잘 모르겠어요. (웃음) 하지만, 현재에 머무르고 싶진 않아요. 꾸준히 제가 하는 일에 진심을 담고 싶습니다. 그게 제 도전의 이유이기도 하죠."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