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이명구 기자] "고 1 때 연습생이 됐다. 1교시 수업 끝나면 연습실 직행. 친구도 동창도 없다. 대학은 입학 후 2년 만에 자퇴 할 때 한번 가봤다. 후회는 없지만, 클레오 활동이 남긴 후유증은 크더라."
채은정은 1999년에서 2003년 걸그룹 클레오 멤버로 활동했다. 13년 만에 신곡 '위후후후'를 발표했다. 41세, 음악의 용기는 '3050을 위한 댄스곡'으로 발휘됐다.
#미스트롯 낙방 후 돌고 돌아 온 길
"미스트롯에 나가면서 음반을 내보려 했다. 예선은 통과하겠지 했는데... 낙방 해서 방송 한번으로 끝났다. 앨범은 물 건너 가나 싶었다. 오빠를 만나기 전까지."
특별한 인연이 있는 법. 스타메이드 엔터테인먼트 김대은 대표. 그는 2003년 쯤 채은정의 매니저였고 댄서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장난처럼 던졌다.
"'오빠가 내 앨범 좀 내줄래?' 농담이 진담 될 줄 몰랐다. 서서히 현실로 이뤄졌다. 어느 순간, 진짜 내가 앨범을 낸다는 느낌이 들었다."
#40대 여자 댄스가수, 민폐 아닐까
아이돌 음악 아니면 장르 자체가 다양하지 않다. 채은정이 체감하는 현 가요계 상황이다. 그 와중에 댄스곡을 제안해서 완전 자신이 없었다.
"춤 춘 지 오래됐다. 댄스가수들에게 민폐란 생각이 들었다. 추억까지 망치는 건 아닐까 걱정도 됐다."
채은정은 앨범에 들어갈 노래 3곡을 들으면서 마음을 바꿨다. 노력하면 가능 할 수 있겠다. 녹음도 요즘 스타일로 해보고 창법도 바꿔봤다. 6개월 넘는 준비 기간은 힘들었다.
#3050 맞춤형 댄스곡 체력이 문제
"솔직히 10대 20대는 나를 모른다. 노래를 들어도 감흥이 있을 수 없다. 나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볼 때 부담 없는 댄스곡을 하고 싶었다."
문제는 체력. 마음만큼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클레오 데뷔 시절, 안무실에서 10시간 씩 연습해도 멀쩡했다. 지금은 한계가 3시간.
"하이힐 신고 춤 춘 지 너무 오래됐다. 무리해서 연습하면 다음날 몸에 통증이 장난 아니다. 속 상하지만 티를 안 내려고 한다."
#학창 시절과 맞바꾼 걸그룹 활동
K-POP이 전 세계에 영향력을 미치는 지금. 과거에 존재한 그늘은 있었다. 채은정은 클레오 활동으로 얻은 것과 잃은 것이 명확하다.
"중3 때부터 여러 소속사에서 제의를 받았다. 연습생 때부터 학교에 나가 본 일이 거의 없다. 걸그룹 활동을 하면서 학창 시절은 하얀 백지로 남았다."
클레오 데뷔 후 잠은 대부분 차에서 잤다. 스케줄은 살인적이었다. 그나마 운이 좋은 건 이른바 정산은 잘 받았다는 것. 당시 월 1,000만원 이상 벌었다. 통장에 잘 모으는 스타일이라 지금까지 버티는 힘이 됐다.
#음악에 쌓인 불만과 솔로 데뷔
클레오로 데뷔하면 S.E.S.나 핑클 만큼 될 줄 알았다. 1집, 2집, 3집을 거치면서 음악에 대한 불만은 더 커졌다. 성인이 되고 섹시를 내세웠다. 색깔도 완전 변했다.
"행사 위주로 돈 벌자 였다. 낮에는 일이 없고 밤에만 일이 있었다. 5집 쯤 되니까 혼자 해보고 싶었다. 멤버들도 기쁜 마음으로 보내줬다."
2004년 클레오를 나왔다. 채은정을 받아 주는 회사는 없었다. '클레오가 아닌 넌 필요 없다' 겨우 2007년 힙합 음악으로 솔로 데뷔를 했다.
#중국의 한류, 홍콩의 제 2 전성기
솔로 활동은 단 1년 만에 끝났다. 가수는 다시 안 하는 게 낫겠다 싶었다. 사람들 보는 게 너무 힘들었다. 홍콩으로 떠났다.
버리면 채워 진다던가. 얼마 후 홍콩과 중국엔 K-POP, K드라마 붐이 일었다. 채은정에게 현지 연예계에서 일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한국 멤버 2명, 일본 멤버 3명이 걸그룹 활동을 했다. 실력은 부족했지만 한류 덕을 많이 봤다. 제 2 전성기를 맛봤다. 곽부성, 주윤발 등과 어울릴 정도였으니까."
#노래 못해도 나만의 색깔 있다
채은정은 자신의 노래 실력에 냉정하다. 소름 끼치는 수준은 아니라는 것. 단 자기 색깔이 있다고 믿는다. 고음에 강하진 않지만 목소리가 특이하다고.
"락, 힙합도 해봤지만 아니다. 사실 댄스곡도 비추다. 한을 짜내야 하는 트로트는 안 어울린다. 기타 하나 든 버스킹 처럼 편안한 음악. 이젠 그걸 하고 싶다."
실제로 중저음, 가성이 장점이다. 나만의 곡 스타일을 찾고 있다. 가수니까 오래 노래 하고 싶다.
#41살의 후회 그리고 미래
어렸을 때 그 나이에만 할 수 있는 게 있다. 채은정은 못해 본 게 너무 많다. 나이 들수록 친구도 필요하다. 속 이야기를 나눌 오랜 일반인 친구가 없다. 결혼 하면 되지 않냐고?
"결혼 하면 다 이혼 이라고 생각했었다. 힘든 결혼 생활을 너무 많이 봤다. 코로나19로 지독한 외로움을 겪었다. 이후 생각이 좀 바뀌긴 했다. 결혼을 위해 노력 할 필요는 없지만 할 수도 있는 거라고."
채은정은 더 이상 숨기고 가리고 살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자신의 활동이 길이 될 수도 있다고 믿는다. 지금 활동하는 아이돌들도 나이 들면 힘든 시기가 올 수 있다는 것. '이런 언니도 있었네' 하는 '희망 샘플'이 되는 것이 미래다.
<사진=이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