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나지연기자] 1년 8개월만이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 그 사이 두 남자의 내공은 더 깊어졌다. 음악도, 안무도 클래스가 달랐다. 단, 이번에도 쉽지는 않다. 일렉트로닉 사운드에 오케스트라, 덥스텝을 조화시킨 독특한 형식의 노래다. 댄서들과 팔을 합체하고, 공중에 매달리는 고난도 춤까지 선보인다.
'원조 한류' 동방신기가 돌아왔다. 지난 9월 26일 새 앨범 '캐치 미(catch me)'를 발매하고, 국내 활동에 돌입했다. 지금까지 공개한 건 뮤직 비디오가 전부. 하지만 그 안에 윤호와 창민의 발전된 모습은 고스란히 나타났다. 남다른 음악과 넘사벽 안무. 팬들은 벌써부터 어떤 라이브를 선보일지 기대하고 있다.
"너무 빨리 인기를 얻었어요. 그래서 안주하는 모습을 보이긴 싫었어요. 보는 후배들도 많고, 기대하는 팬들도 많잖아요.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죠. 그래서 늘 도전하는겁니다. 이전곡 '왜' 처럼 강하지 않지만, 들으면 역시나 색다른…. 그게 동방신기의 무기잖아요"
결코 쉽지 않은 두 남자.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전, 신사동 라까사 호텔에서 만나 새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쉬운 길을 택하기보다, 동방신기만의 길을 개척하려는 모습. 왜 여전히 최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 "쉽게 성공했다고? 알고보면 좌절 뒤 얻은 열매"
2004년 데뷔했다. 그리고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다. 한 마디로 자고 일어나니 스타였다. 갑작스럽게 이룬 성공. 하루하루 숨 쉴틈 없이 바쁘게 움직였다. 때로는 피곤도 하고 짜증도 났다. 인기를 당연시 여기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 해외활동을 시작하면서 좌절을 맛봤다.
"한국에서는 데뷔 하자마자 갑자기 인기를 얻었어요. 딱 1년 뒤 일본 활동을 시작했죠. 사실 어느정도 인기는 얻고 시작할거라 예상했죠. 그래서 방심을 했어요. 그런데 웬걸요. 첫 데뷔 싱글이 그야말로 '쫄딱' 망했어요. 예산이 부족해서, 같은 옷을 2달 동안 번갈아 입기도 하고…. 그때 초심이 중요하단 걸 깨달았어요." (창민)
결국 '동방신기'는 넘버원 한류스타가 됐다. 한일 양국에서 정상의 자리에 선 최초의 남성그룹이 됐다. 물론 시련은 또 찾아왔다. 원치않게 긴 공백기를 맛봐야했다. 기존의 모습 대신 팀을 2인조로 재편하는 아픔도 겪었다. 갑작스런 변화, 쉽진 않았다. 그 사이 흘린 눈물과 좌절의 시간이 상상할 수 없을만큼 고통스러웠다.
"사실 인기를 당연시하는 마음이 있었어요. 체력적으로 피곤하고, 짜증나는 순간도 있었고요. 그런데 긴 공백의 시간을 거치면서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제 무대가 응원받고, 사랑을 받는다는 게 정말 소중하다는 걸 느꼈거든요. 너무나 감사하고, 그래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윤호·창민)

◆ "국내활동은 동방신기의 뿌리, 그래서 '캐치미'"
승승장구한 것 같지만, 돌아보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정상의 위치에 서 있었지만 때로는 위태로웠다. 굴곡이 있었다. 그러면서 활동에 대한 생각도 많이 달라졌다. 특히 동방신기의 뿌리인 '국내활동'에 대한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꼈다.
"해외에서 성공을 하더라도, 결국 뿌리가 흔들리면 안된다고 생각했어요. 국내 무대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마음이 들었죠. 동방신기만이 가진 매력을 보여주자는 게 큰 목표에요. 그렇다고 너무 어렵게만 가면 우리들만의 리그에 머무르게 될 위험성이 있잖아요. 색다른 걸 시도하면서, 소통 할 수 있는. 그 절충점 찾는게 중요했죠" (윤호)
그렇게 찾은 것이 새 앨범 타이틀 곡 '캐치미'다. 캐치미는 덥스텝(느린 사운드에 박자를 쪼갠 리듬을 결합한 음악)과 멜로디 라인, 그리고 오케스트라 선율과 일렉트로닉이 묘하게 결합된 신선한 댄스곡이다. 동방신기의 도전을 유지하면서, 대중적인 부분까지 놓치지 않은 트랙이다.
"타이틀 곡 캐치미는 강렬한 느낌이 있어요. 남들이 덥스텝으로 춤을 출 때, 우리는 음악으로 풀었죠. 대신 그 강렬한 느낌을 중화하기 위해 사운드 안에 현(오케스트라)를 가미했죠. 강한 노래에 서정적인 걸 넣은 느낌을 담은거죠. 동방신기의 독특한 색을 유지하되, 서정적인 현을 더해 듣는 사람이 너무 어렵지 않도록 만들었어요" (창민·윤호)
가장 신경을 쓴건 퍼포먼스다. 이번엔 故 마이클 잭슨 안무가로 유명한 토니 테스타와 호흡을 맞췄다. 거의 곡예에 가까운 안무가 쉴새없이 이어진다. 쉽게 따라할 수 있는 '포인트춤' 대신 스토리가 연결되는 독특한 형식의 춤을 만들었다. 댄서들과 팔을 연결시켜, 용처럼 크게 움직임을 준다던지 혹은 공중에 매달리는 등 고난이도다.
"이번 안무는 거울이라 생각하면 되요. 창민이와 제가 한 몸인 설정이에요. 저는 한 사람의 내면, 창민이는 외형을 상징하고 있죠. 용춤같은 경우 댄서들과 팔을 더해 만들고 움직여요. 그런데 합이 안맞으면 다 무너져요. 호흡이 정말 중요하죠. 이 춤을 만들기 위해 테스타가 저스틴 비버 스케줄까지 미룰 정도로 열정을 다했어요" (윤호)

◆ "쉽게 가라고? 동방신기는 아직 배고프다"
사실, 이정도면 거의 곡예 수준이다. 노래도, 안무도 쉬운 건 하나도 없다. 1년 8개월만에 컴백한 것도 준비기간 때문이다. 하지만 동방신기의 생각은 확고했다. 쉽게 가는 것보다 꾸준히 변화를 추구하면서 '동방신기'만의 길을 가고 싶다는 게 최종 목표고, 도전의 이유다.
"지금보다 빨리 컴백을 하려고 했었어요. 그런데 동방신기의 무기는 변화인데, 다른 모습으로 나오고 싶었죠. 그러다보니 늦어진 것 같아요. 쉽게 풀어보자고 하면서도 쉽게 풀리지 않는게 동방신기라는 그룹인 것 같아요. 물론 기대가 많아서 부담감도 커요. 그래도 변화된 모습. 동방신기만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창민)
쉽게 가지 않는 동방신기. 당연히 앞으로의 음악 목표도 '변화'다. 어디로 튈지 예측할 수 없는 그룹이 될 것 같다는게 멤버 윤호와 창민의 예상. 원조 한류 아이돌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무대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도 그들이 가진 숙제다.
"멋진 것과 색이 한 쪽으로 구축된 것은 다른 의미 같아요. 하나가 멋있다고 그 색만 유지하면 늘 똑같잖아요. 다음 앨범에선 더 센 음악과 춤이 나올 수도 있고 정반대 일 수도 있어요. 늘 새롭게 다시 하는 그룹. 그게 동방신기의 열쇠죠. 책임감이 필요한 그룹이잖아요. 결국은 음악과 퍼포먼스 그 질로 승부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윤호·창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