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서보현기자] "나는 성폭행 피해자…음악으로 성범죄 경종 울리고 싶었다."
가수 알리(본명 조용진)가 성폭력범죄 피해자인 사실을 고백했다. 지난 13일 발매한 앨범 수록곡 '나영이'가 가사로 물의를 빚자 노래의 의도를 밝힌 것. 이슈몰이를 위해서가 아닌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성폭력범죄 경종을 울리고 싶었다는 입장이다.
알리가 16일 오후 5시 30분 서울 홍지동 상명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부친인 조명식 씨가 동행, 알리를 대신해 기자회견문을 읽었다. 이들은 눈물을 흘리며 고개 숙여 사과했다.
조명식 씨는 "'나영이'라는 노래로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켜 정말 죄송하다. 특히 나영이와 그의 부모님께 사과한다"면서 "사죄의 말과 함께 지난 3년 6개월간의 고통의 시간을 함께 말하고자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조 씨는 "알리는 성폭력범죄 피해자다.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 비밀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이번 파문을 겪으며 오해를 조금이나마 풀고 싶어 비밀을 공개하게 됐다. 노래를 만든 의도와 진정성이 오해받고 상업성까지 거론되자 가족의 동의를 얻어 말하게 됐다"고 밝혔다.
사건 경위도 상세히 소개했다. 이들 부녀는 "지난 2008년 6월 알고 지내던 후배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 무참했다"며 "얼굴을 주먹으로 맞아 광대뼈가 부러지는 등 전치 4주의 중상을 입었고 택시에 태워져 끌려가 당했다"고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이어 "범인은 구속돼 재판을 받다 징역 2년 집행유예 4년의 처벌을 받았다. 상해죄는 증거 부족을 이유로 무죄 판결이 났다"면서 "서로 항소했지만 1심대로 판결이 났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사과 한 마디를 듣지 못해 민사 소송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자 연예인으로서 쉽지 않은 고백을 한 이유에 대해서는 "사실 알리는 음반 전량을 폐기하는 날 모두 고백하려 했지만 아버지로서 만류했다"면서 "평생 비밀로 가져가려 했으나 우리 사정을 모르고 질책하는 사람이 많아 고민 끝에 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문제가 된 '나영이'의 의도도 재차 설명했다. 알리 측은 "처음에는 평생 비밀로 하고 지내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응어리가 지워지지 않았다"며 "나와 비슷한 시기에 피해자가 된 나영이의 마음이 나와 너무나 흡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위로해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번 노래로 성폭력 범죄의 심각성을 알리고 싶었다는 의도였다. 그는 "성폭력 범죄에 경종을 울리고 싶어 사건 당시 만들어 놓았던 노래를 이번 앨범에 수록했다"면서 "방법과 표현 등이 미숙해 잘못을 저지른 것 같다"고 자책했다.
마지막으로 알리는 가수로서 재기하고 싶다는 바람을 남겼다. 그는 "여자로서 감당하기 힘든 수치심을 느끼고 한때는 극단적인 생각도 했다"면서 "그 때 나를 견디게 해준 것은 음악이었다. 제발 노래하게 해달라. 앞으로 사람들에게 내 노래를 들려줄 수 있도록 부탁한다"고 말하며 눈물을 쏟았다.
또 "다시는 이 땅에서 여성을 짐승처럼 취급하는 성폭력범죄와 인격살인의 범죄가 사라지기를 바란다"며 "앞으로 여성인권과 성폭력범죄 추방을 위해 평생 노력하며 살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알리는 지난 2008년 조두순이 8세 여아를 성폭행했던 '나영이 사건'을 소재로 한 '나영이'를 발표했다. 발매 즉시 아동 성폭행 피해자들에게 아픈 기억을 되살리게 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자 앨범 및 음원을 전량 폐기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