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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김제동, 수해 복구현장 가보니…"6시간 삽질, 흙범벅 땀범벅"

 

[Dispatch=김수지기자]  "구룡마을 143번 버스 종점, 내일 오전 11시에 뵙겠습니다."

 

김제동의 트위터가 발단이 됐다. '폭우 피해자를 돕자'며 날린 멘션에 우리 팀장의 '의심끼'가 발동한 것. "정말 열심히 봉사를 하는지, 아니면 생색만 내고 오는지 확인하라"는 과제가 주어졌고, 다음날 오전 8시 무거운 눈꺼풀을 뗐다.

 

서울 강남의 유일한 판자촌 구룡마을, 피해 상황은 알려진 것보다 심각했다. 마을 아래로 내려가니 사람이 살 수 없을 정도로 참담했다. 집의 형태를 갖춘 곳은 없었다. 널부러진 판자에 그나마 있는 살림도구는 문밖으로 나와 있었다.

 

주인 잃은 강아지만 꼬리를 흔들며 신을 낼 뿐. 주민들의 한숨은 땅으로 꺼졌다. 지금 이들에게 희망은 오직 사람이었다. 장롱에서 옷가지를 꺼내던 한 할아버지는 "봉사활동을 나온거요? 정말 고맙소"라며 복구의 손이 필요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 오전 10시. 김제동이 나타났다 : 1시간 먼저 서둘러 왔다. 오전 10시, 구룡마을 이재민 피난소에 모습을 드러낸 것. 김제동의 등장은 시름에 빠진 주민들에게 큰 힘이었다. 그냥 그의 얼굴만 보고도 웃음을 터뜨렸다. 

 

"장가나 가지 왜 왔냐?"

 

한 할머니의 농에 마을회관 앞은 웃음바다가 됐다.  

 

"할머니가 좀 도와주셔야 장가를 가죠."

 

김제동은 특유의 넉살을 발휘하며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피소 안으로 들어오라는 주민들의 권유를 정중히 거절한 채 피해상황부터 살폈다. 피해주민을 만나 그들의 목소리를 들었고, 지금 당장 필요한 게 무엇인지 체크했다. 

 

그 사이 자원봉사자가 하나 둘 씩 모여들었다. 김제동은 마이크를 잡고 사람들을 모았다. 손수 사온 음료수를 나눠주며 주민들을 대신해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사진을 찍어달라는 사람들에겐 '복구작업이 끝난 후'로 못을 박았다.

 

 

오전 11시. 공포의 삽질이 시작되다 : 지난 폭우로 마을길은 유실됐다. 무너진 길을 메우기 위한 작업이 우선 진행됐다. 작업은 간단했다. 삽으로 모래를 퍼 자루에 담으면 된다. 단순한 작업이라고 무시하면 안된다. 모래로 자루의 반만 채우는 게 포인트. 난 너무 많이 담아서 지적을 받았다.

 

옆을 보니 선남선녀 커플이 눈에 띄었다. 남자친구는 삽으로 모래를 펐고, 여자친구는 자루를 들고 있었다. 혼자 낑낑대며 모래를 담는 내가 안쓰러웠을까. 그 남자는 능숙한 삽질로 내 자루까지 신경을 썼다. 이럴 때 사진만 찍는 선배가 얄미웠다. '같이 삽질 좀 해주지….' 

 

세상에 쉬운 일은 없었다. 모래담기 30분에 온 몸이 땀범벅이다. 그저 오랜만에 나타난 햇빛이 원망스러울 뿐이었다. 하지만 참가자 대부분 쏟아지는 땀줄기 속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몸이 힘들어도 마음이 편해 나오는 웃음이었다.

 

 

오전 11시 30분. 훈남커플에게 말걸기 : 김제동의 '피로회복제'는 무엇일까. 끊임없는 '삽질'에도 불구, 그의 지치지 않는 원동력은 '대화'였다. 김제동은 쉬지 않고 모래를 담으며, 또 쉬지 않고 주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원봉사자들은 그렇게 삼삼오오 모여 앉아 '삽질'과 '대화'를 콤비 삼아 일의 능률을 높이고 있었다. 난 모래담기를 도와준 훈남커플에게 말을 걸었다. 3년째 열애 중인 김태형(27), 권지원(25) 커플은 흑성동에서 왔다. 여자친구의 적극적인 권유로 참여하게 됐다는 것.

 

"여자친구가 김제동 씨 팔로우에요. 수재민을 돕기위해 모이자는 멘션을 보고 참여하게 됐습니다. 대부분 김제동 씨 트위터를 보고 모이지 않았을까요. 인기 연예인이라는 위치 속에서도 늘 어려운 이웃을 먼저 생각하고 도우니깐 굉장히 존경스러워요."

 

 

오후 12시. 컵라면이 왔다 : '롤렉스'보다 정확한 배꼽시계가 울린다. 점심은 컵라면이다. 노동 후에 먹는 라면이 이렇게 맛있었던가. 오늘따라 면발은 더 가늘어보였고, 난 그저 후루룩 삼켰다. 훈남커플이 준 김밥까지 게눈 감추듯 먹어 치웠다.

 

고개를 돌리니 김제동이 시멘트 바닥에 앉아 라면을 먹고 있었다. 사실 그를 향한 오해의 눈초리도 많다. 어떤 의도로 사회활동하느냐는 의혹(?)의 눈길이다. 하지만 적어도 여기서, 땀 범벅된 라면을 먹는 그를 지켜 봤다면 '의심', '의도'란 단어는 거둬야 하지 않을까.

 

"지금까지 먹었던 밥 중에 제일 맛있네요."

 

국물까지 바닥낸 김제동은 어느새 MC 본능을 드러냈다. 점심을 먹는 참가자들에게 또 다시 말을 걸고 있었다. "어디서 왔냐", "힘들지 않느냐" 등 진행놀이에 빠졌다. 김밥을 따로 싸온 한 커플에게는 "아, 김밥은 특혜인데"라고 농을 치더니 낼름 입 안에 짚어 넣었다.

 

 

오후 1시. 본격적인 오후 작업 : 달콤한 점심의 여유도 잠깐, 자루에 담은 모래를 날라야하는 다음 작업이 기다리고 있었다. 해는 하늘 가장 높은 곳에서 구룡마을을 응시했고, 땀은 소나기처럼 흘렀다. 사람들은 차가운 물을 찾기에 바빴고, 견디다 못해 집으로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자자~! 밥 먹었으니 열심히 해봅시다"

 

그래도 남은 사람이 더 많았다. 내 역할은 모래 자루를 트럭까지 배달하는 것. 모래 담으랴, 자루 옮기랴, 현기증이 났다. 김제동은 트럭 앞에 쌓인 모래 자루를 마을 구석 구석으로 옮겼다. 그 모래 자루로 뚝도 쌓고, 길도 만들었다. 그리고 사라진 길은 어느새 제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오후 2시. 할머니의 한숨을 듣다 : 화장실을 찾던 중 길가에서 홀로 담배를 피는 할머니를 발견했다. 손톱에 핑크색 매니큐어를 칠한 멋쟁이였다. 하지만 왠지 모를 쓸쓸함이 느껴졌다. 올해 66세인 김정녀 할머니는 피해가 컸던 5지구에 사시는 분이다.

 

"폭우로 집에 물이 찼지. 말도 못하게 피해를 입었어. 다음 주 화요일에 또 비가 온다던데 걱정이 태산이야. 혼자서 한다고 했지만 끝이 없어. 손도 붓고 안 아픈 곳이 없네. 그렇다고 정부가 관심을 갖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나와서 도와주니 고마울 뿐이지."

 

강남의 판자섬, 구룡마을. 전두환 정부 시절, 88서울올림픽 '도시미관사업'이라는 미명 하에 쫓겨난 철거민들이 모여 만들어진 마을이다. 부촌인 우면산의 경우 국회의원의 발도장이 끊이지 않는데 반해 구룡마을은 무허가 동네라 서울시의 지원은 거의 전무하다. 

 

 

오후 3시. 기자, 커밍아웃하다 : 그 시각, 김제동은 모래 주머니로 길을 만들고 있었다. '꼴'이 말이 아니였다. 얼굴은 흙범벅, 옷은 땀범벅이었다. 원래 김제동 얼굴이 연예인과는 거리가 멀지만, 적어도 이날만은 그 어떤 스타보다 훈남이었다.

 

김제동 옆으로 다가갔다. 단언컨데 그의 이두박근을 보기 위함은 아니었다. 옷 안에 감춰진 복근을 보고 싶은 마음은 더더욱 없었다. 단지 부족한 일 손을 채우기 위한 배려였다. 하지만 대뜸 들어오는 김제동의 멘트에 정신을 놓고 말았다. 

 

"오늘 열심히 했지? 몇 학년이야?"

 

태어나서 처음 맛보는 '동안'의 기쁨. 가슴은 학생이라 말하고 싶었지만 입은 솔직하게 터졌다. 나는 조심스레 기자임을 밝혔다. "그럼 잠입취재 오신거에요?" 김제동의 말에 아무말 못했지만…. 그는 알까. 만약 취재가 목적이었다면, 난 점심 먹고 줄행랑을 쳤을 것이다.

 

 

오후 5시. 작업은 끝났다 : 사라진 길은 조금씩 다시 본 모습을 찾고 있었다. 11시부터 5시까지 쉼없이 모래를 담고, 나르고, 쌓았던 결과가 나타났다. 끝까지 남은 50여 명의 자원 봉사자들이 마을회관 앞에 모였고, 오늘의 보람을 이야기했다.

 

"인터넷을 보고 찾아오게 됐어요. 얼마전 뉴질랜드를 찾았는데 거기서도 복구 작업을 도왔어요. 외국에서 일어난 재해도 돕는데, 여긴 우리 땅이잖아요." (조재석·24)

 

"폭우로 수많은 사람들이 집을 잃었어요.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었어요. 제동이 형 덕분에 즐겁게 일했습니다. 힘들지만 힘들지 않았어요." (김윤극·24) 

 

구룡마을은 잘사는 동네 강남의 '섬'이다. 강남구청은 그린벨트 지역에 무허가로 판자집을 지었다며 '불법 주거지'로 간주하고 있다. 과거 정부 개발정책에 밀려난 주민들이 지금은 강남구의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고 있다. 법과 행정은 늘 그들 밖에 있다.

 

그래서 김제동이 구룡마을을 택했는지 모른다. 주민 대부분이 60세 이상의 무소득자. 그러나 전입신고를 할 수 없어 생활보호 혜택도 못받는다. 투표권이 없어 선거로 불만의 목소리를 낼 수도 없다. 서울에서 가장 소외된 그곳에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손길을 보낸 건 아닐까.

 

"다음 봉사에서는 남성분들은 도배와 장판을 하고, 여성분들은 가전제품을 닦으면 어떨까요. 이번 한 번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참여해주세요. 우리 봉사 모임 하나 만들까요?"

 

김제동의 따뜻한 오지랖은 뒷풀이 장소에서도 이어졌다. 그리고 지속적인 봉사모임인 '구룡회'가 만들어졌다. 구룡마을에서 만난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글=김수지기자, 사진=이호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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