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rip l 황지희] 캄보디아 여행의 최우선 순위는 아마도 유적지일 것이다.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유적지 순례는 체력적으로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캄보디아에서 일부러 만든 휴일. 특별히 뭘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무 것도 하지 않기 위한 날.
뒹굴뒹굴 생각해 낸 것은 결국 맛있는 먹방과 드라이브였다. 당시 묵었던 숙소는 씨엠립 빅토리아 호텔.
5성급 호텔 중 하나였는데 한적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밤늦게까지 마시고 놀아댄 후유증은 결국 늦잠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피같은 조식을 놓쳐 버렸다.
쌀국수로 해장을 하고 잔게 천만다행이었다.
호텔 바에서 커피 한잔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커피 한잔 뿐인데 함께 갖다 준 물수건의 친절함은 더 감동이었다.
한숨 더 자겠다는 친구들을 강제로 수영장 썬베드까지 이끌었다.
사람없는 호텔수영장은 풀빌라가 부러울게 없었다.
숙취에 시달리는 친구들은 썬베드에서 다시 잠을 청했고
나홀로 땡모반을 시켜 먹으며 폼나게 책을 읽었다.
여행이란 마치 이런거라고 스스로 감격하면서...
해질무렵 숙취에서 해독된 뒤 툭툭이를 불러 드라이브 모드로 돌입했다.
관광객 보다 현지인들이 가는 명소로 가달라고 했다.
어디였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물놀이가 한창인 곳에 도착했다.
동네꼬마들이 피구 비슷한 놀이에 열중하고 있었다.
작은 아이들은 끼지 못한채 부럽게 바라만 본다.
어릴적 골목과 흡사 닮은 모습이었다.
그곳에서 만난 미소 가득한 가족
오토바이 한대에 네 사람의 행복이 가득해 보였다.
그래... 사는게 뭐 별거라고...
발길은 다시 힘들었던 유적지로 향했다.
그곳 어디선가 조용히 혼자 그림을 그렸던 거리의 화가.
유적지로 향하던 길에서 만난 거북이 형제
형제는 거북이와 놀다가 신나게 자랑을 시작했다.
게다가 만져보라고 권했다.
태국 피피섬에서 현지인의 강아지를 한번 안아 봤다가
돈을 요구당해 난감했던 기억이 솟아 올랐다.
거북이 형제의 천진난만함을 의심한 순간은 이내 부끄러워졌다.
캄보디아에서는 넉넉치 못한 아이들과 자주 마주치게 된다.
그들을 위해 수첩과 볼펜을 준비해 갔었다.
원달러를 외치며 달려드는 아이들에게 벌써 바닥이 난 상태
거북이 형제에게 나눠줄게 없어 너무 미안했다.
말도 통하지 않는 거북이 형제와 한참 대화를 나눴다.
사진 한장 찍으려니 동생이 형 뒤로 숨었다.
동생은 이내 귀여운 표정으로 형뒤에서 포즈를 잡았다.
힐링이 남발되는 시대...
하지만 캄보디아 여행은 아직 진짜 힐링이 보물찾기처럼 숨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