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rip l 황지희] 언젠가 큰맘 먹고 계획했던 제주여행, 제주공항에 도착하자 비가 내렸다. 게다가 4박 5일 내내 흐리거나 비 소식이라는 일기예보.
아무리 비를 좋아해도 속상한 마음을 감추기 어려웠다. 비오는 제주에서 박물관 나들이 말고 대체 뭘하며 알차게 놀 수 있을 까? 비 내리는 제주에서 조금이나마 참고가 되길 기대한다.
#1. 올레7코스걷기 – 외돌개, 돔배낭길
올레길 한 코스를 전부 걷는 건 초보들에게 무리다. 처음부터 걷기 수월하고 아름답기로 소문난 올레 7코스를 생각해 뒀다.
길이 좋아 비오는 날에도 우비를 입거나 우산을 쓰고 걷기에 충분하다 .
외돌개는 제주 바다 한가운데서 일어난 화산활동으로 분출된 용암이 식어서 만들어진 바위다.
이름만큼이나 혼자 외롭게 바다를 뚫고 불쑥 솟아나 있는데 높이가 20m에 달한다.
산책길에는 나무가 우거져 있어 비오는 날에도 비를 피하기 좋다.
돔배낭길은 외돌개에서 이어지는 제주의 숨은 비경 중 하나다.
옛날에는 제주 유일의 쌀 생산지였던 층계논들이 바다와 함께 멋지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단다.
산책로는 비오는 날의 운치를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운좋게 잠깐 비가 그쳤다. 그 무렵 귀여운 달팽이와 만났다.
아이들과 함께 온 여행객들은 달팽이를 발견하고 자연스럽게 자연을 배워갔다.
비오는 날이 준 행운 중 하나였다.
5월 중순이나 말부터 제주에는 귤꽃이 핀다.
이 향이 얼마나 기가막힌지 기회가 닿으면 꼭 맡아보라.
비가 내려 더 청명한 귤꽃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는 것. 비가 준 또하나의 행운이었다.
우비를 입고 비 내리는 올레길을 걸으며 숨겨진 산딸기를 따먹었다.
비가 오는 제주는 그렇게 쉽게 느낄 수 없는 낭만과 아름다움을 줬다.
#2. 비내린 다음날 엉또폭포
'엉또'에서 '엉'은 바위그늘 보다 작은 굴, 그리고 '또'는 입구를 의미하는 제주어다.
엉또폭포가 위치한 곳이 마치 굴처럼 숨어 있는 곳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엉또폭포는 평상시 물이 말라 있는 건천이다. 산간지방에 70mm 이상 큰 비가 오거나 장마철이 돼야 웅장하게 폭포수가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단다.
제주에 내린 비가 이제 고맙게 다가올 정도였다.
지난밤 많이 내린 비는 가슴을 설레게 했다. 게스트하우스 차를 얻어 타고 엉또폭포로 향했다.
과연 폭포는 물을 얼마나 쏟아낼까? 물이 없으면 어쩌지? 은근 걱정이 됐다.
형편없는 사진실력이 엉또폭포의 위엄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해 아쉬웠다.
제주의 절경 중 절경이다. 아무나 볼 수 없는...
#3. 빗 속의 드라이브
(1) 소정방 폭포
동양 유일의 바다로 바로 떨어지는 폭포다.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정방폭포의 축소한 소정방 폭포로 드라이브를 갔다.
정방폭포 보다 규모는 작다. 하지만 더 용암분출 시 발달한 수직주상절리까지 즐길 수 있어 더 운치있다.
(2) 식산봉에서 바라본 성산일출봉
쨍하게 날씨가 좋은 날은 성산일출봉 정상에서 내려다 본 광치기 해변이 멋지다.
하지만, 이렇게 비가 내리는 날에는 식산봉과 식산봉 건너편의 오조리 조개잡이 어장 쪽으로 가보자.
그곳에서 성산일출봉을 바라보면 제대로 된 제주의 운치를 즐길 수 있다.
(3) 이호테우해변
공항근처 해변으로 아름다운 일몰과 함께 해수욕을 즐기기 좋은 곳이다.
비오는 날에 찾은 이호테우 해변은 검은색을 띠는 모래와 자갈 덕에 흑백사진 같은 풍경을 얻을 수 있다.
특히 비오는 밤의 검은 해변과 제주시의 야경은 밤정취를 한껏 운치있게 끌어 올린다.
(4) 비에 젖은 돌담과 안개
제주 특유의 검은 돌담은 비오는 날 더 멋진 풍경을 자랑한다.
한치 앞도 보기 힘든 안개를 만끽하기 위해 제주 산간으로 드라이브를 갔다.
초보운전자들은 짙은 안개에 당황 할 수도 있고 위험하니 각별히 주의해 안전운전을 해야 한다.
(5) 흑돼지구이
비오는 날 드라이브의 마무리는 제주 흑돼지 구이다.
비오는 날 파전과 삼겹살이 땡기는 이유는? 비 내리는 소리와 지글지글 전과 고기가 구워지는 소리가 비슷해서란다.
비오는 제주여행. 아쉽지만 이 정도면 그래도 환상적이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