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나지연기자] 시작은 단순했다.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무한도전) 재방송을 함께 보던 엄마의 질문에서 출발했다.
"저 참가자들 돈 많이 벌겠다. 수익이 얼마나 될까?"
문득 '무한도전, 가요제 수익금 전액 기부'라는 기사가 떠올랐다.
"아니. 수익금 전액 기부하기로 했어. 공식적으로 발표했어."
엄마는 다시 묻는다.
"저렇게 열심히 노래를 만들고 불렀는데 수익이 하나도 없어?"
순간, 헷갈리기 시작했다. 분명 기부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 정도가 어디까지인지 정확히 몰랐던 게 사실이다. 그래도 명색이 연예부 기자인데 쓸 데 없는 자존심으로 우겼다.
"당연히 기부하기로 했는데 수익이 어딨어. 제작비랑 유통비 빼고 전액기부!"
대충 위기를 모면한 뒤 다시 한 번 되짚어봤다. ▶ '저작권료도 기부하는건가?', ▶ '제작비는 어디까지를 말하는걸까?'…. 생각할수록 궁금증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다시 말하지만, 기사를 쓰게 된 계기는 정말 단순했다. 사소한 이야기에서 출발했다. 대화 중 몇 가지 의문점이 생겼고, 취재로 이어졌다. 본질적인 의문은 수익 배분에 있었다. 그리고 새롭게 알게 된 것, 기부와 별도로 수익을 얻는 수혜자도 분명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무한도전 -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 '전액기부'라는 단순한 말 안 숨어있는 무수한 비밀을 밝혔다. 음반·음원 등의 수익 배분 구조를 살펴보고, 그 비율과 실제 기부 내역까지 짚어봤다.
◆ "무한도전 가요제, 곡 당 수익 배분 구조는?"
MBC와 음저협 관계자에 따르면 음원(휴대전화/스트리밍) 수익 배분 구조는 간단하다. 유통사(약 60%)+저작권(약 9%/5%)+실연권 (약 5%)+제작사(약 16%/20%)+순수익(약 10%)으로 나눠진다. 단, 통상적으로 배분되는 인접권은 KT뮤직과 독점 계약 과정에서 나누지 않았다.
음반도 비슷하다. 비율만 조금 다를 뿐이다. 음반은 유통사(약 55%)+저작권(약 9%)+실연권(약 5%)+제작사(약 11%)+순수익(약 20%)의 비율로 배분된다. 기타 경비에는 인지세, 유통마진 등이 포함됐다. 단, 유통마진은 KT뮤직과 상의해 일반 음반 판매에 대비해 적은 비율을 적용했다.
노래방 수익도 있다. 이 부분은 음원·음반 수익 배분과 전혀 다른 구조를 지닌다. 음저협은 노래방에서 월 단위로 공연 사용료를 받는다. 이 수익 중 30%는 노래 반주기에 수록된 모든 곡의 저작권자에 공평하게 배분된다. 나머지 70%는 온/오프라인 노래반주기에서 수집한 로그 데이터를 기준으로 저작권자에게 분배된다. 만약 한 달에 100곡이 불리워졌고, 그 중 '바람났어'가 14번 불렸다면 로그데이터 수익 70% 중 약 14/100가 저작권료가 된다.
이처럼 노래는 소비되는 방식에 따라 다르게 정산된다. '앨범이 판매됐나', '음원을 다운 받았나', '노래방에서 불렀나' 등에 의해 MBC와 무도 멤버, 그리고 가수가 받는 금액이 다르다. 여기서 MBC가 갖는 것은 제작비용과 판매 순이익이며, 멤버와 게스트가 갖는 수익은 저작권과 실연권이다.
◆ "유재석, 정형돈, GD는 어떤 수익을 챙기나?"
그렇다면 실제 무대에 올랐던 '무한도전' 멤버들과 게스트의 수익 배분 비율은 어떻게 될까. 작사·작곡·편곡·노래 등 참여도에 따라 수익을 달리 배분받게 된다. 실제 '순정마초'와 '압구정 날라리'는 똑같은 참가곡이지만 멤버와 게스트에게 돌아가는 수익률은 참여도에 따라 달랐다.
'순정마초'의 실연권은 정재형과 정형돈에게 있다. 두 사람은 실연권 약 5% 수익을 똑같이 2.5%씩 나눠 갖는다. 저작권료는 다르다. 저작권 협회 자료에 따르면 작사·작곡자는 정재형이다. 약 9%의 저작권료는 정재형 혼자만 갖는다. 곡을 만들지 않은 정형돈은 저작권에 대한 수익이 없다.
'압구정 날라리' 실연권은 이적과 유재석에게 약 2.5%씩 배분된다. 하지만 유재석은 저작권료를 받는다. 협회 자료를 참고하면 작곡자는 이적, 작사자는 이적과 유재석 공동이다. 이적은 약 9%의 저작권료 중 작곡에 따른 4.5%의 수익을 얻는다. 작사는 나머지 4.5% 이익을 유재석과 반으로 나눈다. 즉. 유재석은 실연권 2.5%에 작사에 따른 저작권료 2.25%를 더 받게 돼 총 4.75%의 수익을 보장받는다.
MBC는 KT뮤직과 독점적인 유통계약을 맺으면서 '마이킹'이라 불리는 '선급금'을 미리 받았다. MBC의 수익을 따지려면 후정산 금액에서 선급금 액수를 빼면 된다. 단 MBC 측은 정확한 선급금 규모를 밝히지 않고 있다. 제작비와 출연료 등으로 이미 다 소진한 상태라는 게 그들의 입장. 만약 MBC가 제작비용으로 선급금을 제한다면, 순이익인 10% 내외가 MBC의 몫이 된다.
◆ "실제기부는 5% 내외…멤버는 별도수입 얻어"
'무한도전'의 전액기부는 유통사+제작사+저작권+실연권+기타비용 등 모든 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말한다. 그렇다면 실제 기부 금액은 얼마나 될까. 음반의 경우 CD 1장 당 순수익(약 20%)인 2,000원이 기부될 예정이다. 총 6만 5,000장의 음반이 품절된 것을 비춰볼 때 추산치는 약 1억 3,000만원이다.
단, 음원은 다르다. MBC 관계자에 따르면 MBC가 갖는 음원수익 10% 중 7%는 가수와 멤버들에게 출연료 및 수고비로 지급될 예정이다. 즉 MBC의 실질적인 기부는 3%정도에 불과하다. MBC 관계자는 "저작권료 등은 음저협에 등록된 권리자의 통장에 직접 들어간다. 그것을 빼서 강제로 기부할 수 없다. 이에 멤버들의 자발적 기부를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음원 다운로드 수를 종합 집계하는 '가온차트'가 지난 14일 발표한 7월 셋째주(3~9일) 주간다운로드 차트에 따르면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 음원 8곡은 총 810만 3,124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곡 당 100만 다운로드를 넘겼다. MBC가 기부하는 금액보다 멤버 등이 저작권료 및 실연권료로 챙기는 수익은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무도 멤버와 게스트 가수들이 저작권자와 실연권자로 등록된 이상 그들에게 돌아갈 금액적 혜택은 엄청나다"면서 "MBC도 기타 경비를 제외한 나머지만 기부하기때문에, 결국 MBC가 원래 집행해야할 제작비 및 출연료에 대한 경비는 버는 셈이다"고 지적했다.
<글=나지연기자, 사진=MBC 해당 프로그램 및 음원 사이트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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