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이아진기자] "희비가 교차하는 순간, 블랙 코미디가 터집니다." (김윤석)
배우 김윤석과 구교환이 미스터리 장르로 만났다. 기차역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서스펜스와 블랙 코미디를 넘나든다.
극한의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렸다. 때로는 팽팽한 긴장감을 자아내고, 때로는 황당한 선택으로 뜻밖의 웃음을 안긴다.
깊은 연기 내공도 더했다. 인물들의 감정선을 극대화했다. 누구의 시선을 쫓느냐에 따라 감상이 전혀 달라지는 작품을 완성했다.
영화 '폭설' 측이 서울 용산구 CGV 아이파크몰에서 제작보고회를 열었다. 홍의정 감독, 김윤석, 구교환 등이 참석했다.
'폭설'은 미스터리 장르다. 폭설로 고립된 시골 기차역을 배경으로 한다. 그곳에서 의문의 시신이 발견되며 벌어지는 생존 게임을 그렸다.
김윤석이 역장 '갑수'를 연기한다. 평생을 지켜오던 역에서 은퇴를 앞두고 있는 인물이다. 미련과 자부심을 동시에 품고 있다.
시나리오의 힘에 매료됐다. 김윤석은 "군더더기 없이 피와 뼈만 남은 상태에서 스토리가 진행된다. 오랜만에 이런 작품을 만나서 좋았다"고 작품 선택 계기를 밝혔다.
캐릭터들의 희비가 교차하는 장면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그는 "그 지점에서는 가장 나약한 인간의 마음이 나온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순간적으로 코믹한 대사를 내뱉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갑수의 나이에 특히 주목했다. 그는 "내 주변을 보면 퇴직 후 하고 싶었던 염색을 하는 친구들도 있더라"며 "갑수 역시 자유를 기다리는 인물이라는 점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짚었다.
구교환은 설오역에 새로 부임한 후임 '현택' 역을 맡았다. 현택은 겉보기에는 밝고 천진난만한 인물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또 다른 얼굴을 숨기고 있다.
그는 "시나리오가 단숨에 읽혔다"며 "글자 하나하나를 직접 행동으로 옮겨보고 싶었다. 김윤석 선배와 다시 호흡하고 싶은 마음도 컸다"고 털어놨다.
연기에서는 해석의 여지를 남기고자 했다. 구교환은 "현상만 보여드리고, 관객들이 자유롭게 해석하길 바랐다"며 "긴장감 속에서도 인간적인 모습을 최대한 담아내려고 했다"고 부연했다.
갑수와 현택의 관계에는 애틋함을 더했다. 그는 "후배로서 선배의 모든 것을 갖고 싶다는 마음으로 연기했다"며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애틋한 표정이 나오기도 했다"고 전했다.
김윤석과 구교환은 영화 '모가디슈'에 이어 두 번째로 호흡을 맞췄다. 당시에는 서로 적대적인 입장에서 출발해 생존을 위해 협력하는 관계를 그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선후배 관계로 만났다. 두 캐릭터는 세대도, 가치관도 다르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함께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다.
김윤석은 "처음에는 신세대와 구세대의 갈등을 빚는다"면서도 "좁은 역 안에서 함께 먹고 자며 점점 깊어지는 케미스트리를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교환은 "김윤석 선배에게 배우로서 장면 안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다시 한번 배웠다"며 "'모자무싸'에서도 그 깨달음을 활용했다. 앞으로도 계속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디테일한 미장센도 주목해야 한다. 홍 감독은 특히 설오역 내부에 갑수의 인생을 들여다볼 수 있는 소품들을 많이 넣었다.
예를 들어, 담금주에는 오랜 시간 혼자 일해 온 갑수의 외로움이 담겨 있다. 손수 쓴 수백 권의 업무 일지는 그가 설오역의 역사를 함께해 온 인물임을 보여준다.
김윤석은 "소품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배우로서 인물에 가까워지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마지막으로, 구교환은 "스포일러 없이, 간단한 시놉시스만 숙지하고 봐달라"며 "그게 우리 영화를 가장 잘 즐길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인물의 심리를 쫓아가느냐에 따라 감상이 완전히 달라진다. 여러 번 관람하며 다양한 감정을 느껴달라"고 덧붙였다.
한편 '폭설'은 다음 달 18일 개봉한다.
<사진=송효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