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정태윤기자] 배우에게 면접은 일상이다. 입시, 오디션, 미팅 등. 수없이 평가받는 자리에 섰다. 그때마다 떨렸고, 간절했다.
영화 '최종면접'(감독 김정훈)의 배우 6명은 그때의 기억을 꺼내 들었다. 취업준비생이 되어 일생일대의 면접장에 앉았다.
배우 김재원은 "가장 치열하게 산 순간이 대학 입시 때였다. 그리고 수없는 오디션, 그리고 '최종면접' 미팅 순간. 그 모든 순간들의 떨림과 간절함을 상기하며 연기했다"고 말했다.
'최종면접' 측이 28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김정훈 감독, 조이현, 김재원, 강유석, 배강희 등이 자리했다.
'최종면접'은 최종면접장에 모인 6인의 지원자들이 각자의 폭로가 담긴 의문의 봉투를 발견하면서 서로를 의심하고 혼란에 빠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입시 전쟁을 거쳐 사회로 나아가는 청년 세대의 현실을 예리하게 포착했다. 지독하게 날이 서 있는 면접장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그리면서도, 비밀을 담은 폭로 봉투로 쫄깃한 서스펜스를 더한다.
영화의 절반은 면접장이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이어진다. 그만큼 배우들의 연기와 호흡이 중요했다. 김정훈 감독은 "배우들의 얼굴이 미장센이라는 마음으로 배우들의 표정을 놓치지 않으려 했다"고 강조했다.
김재원은 "첫 영화다. 꽉 찬 스크린에서 배우의 얼굴에 시선이 집중되는 만큼 세밀한 연기가 필요했다. 2배로 준비했다"며 "수많은 리허설과 상의 끝에 열심히 만들었다"고 말했다.
김재원은 '한진우' 역을 맡았다. 진우는 처음 만난 지원자들의 이름과 취향을 기억해 챙길 만큼 세심하고 성실하다. 면접장에 놓인 의문의 봉투를 누군가가 놓은 덫이라 여기며 열지 말자고 막아선다.
진우는 동료를 지키려는 마음으로 자신만의 방식으로 답을 내린다. 김재원은 "모든 배우들이 범인으로 보이는 것이 포인트였다"며 "또 진우는 영화 초반과 후반의 얼굴이 달라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면접장에 들어갔을 때의 긴장감 있는 모습, 그리고 면접장을 나와 벌어지는 정서의 변화를 캐치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야 영화의 중요한 메시지가 관객들에게 설득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조이현이 '문혜인'을 연기했다. 혜인은 차분하게 상황을 판단하는 관찰자다. 한 달간 팀 토론을 준비하며 경쟁자였던 5명의 지원자를 전우처럼 여기게 되고, 진우와는 더 가까워진다.
조이현은 "혜인은 자신을 더 믿고 사랑하고 단단한 마음을 가지면 더 옳은 판단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느꼈다"며 "혜인이를 통해 관객들에게 그 믿음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출연 계기를 밝혔다.
강유석은 '이희찬'으로 분했다. 희찬은 낯선 지원자들 사이의 어색함을 재치 있는 농담으로 풀어내며 팀 토론을 이끈다. 조급함 속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는 중재자다.
영화에서 가장 다이내믹한 감정 변화를 보여주는 인물이기도 하다. 강유석은 "과할 정도로 배려를 할 때 나중에 반전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대비를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전했다.
배강희는 '차주원' 역을 소화했다. 주원은 차가워 보이지만, 빠른 눈치로 지원자들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기류를 먼저 알아챈다. 폭로가 시작되자, 상황을 냉정하게 파악하며 단호한 선택을 이어간다.
배강희는 "차갑고 날카로워 보일 수 있지만, 인간적이고 서툰 느낌으로 구현해보고 싶었다"며 "영화를 보고 나서 이 인물이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설득이 됐으면 했다"고 연기 주안점을 전했다.
이 밖에 신승호는 행동파 리더 '백승빈'을 맡았다. 압도적인 피지컬과 긍정적인 기운으로 팀의 사기를 북돋는 분위기 메이커다. 곽동연이 맡은 '전요한'은 속내를 알 수 없는 전략가로 극에 긴장을 더하는 인물.
판이하게 다른 6명이 만들어내는 연기 앙상블이 '최종면접'의 백미다. 특히 30분 넘게 이어지는 면접장 대립신은 마치 연극처럼 동선을 짜고 호흡을 맞추며 준비했다.
김재원은 "세트장에 매일매일 출근하면서 어느 순간 우리의 아지트가 되어간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끈끈한 현장이었다"며 "감독님이 저희 의견과 아이디어도 많이 존중해 주셨다"고 말했다.
강유석도 "촬영 전부터 시간을 많이 할애해 준비했다. 감독님과 리허설을 하고, 그다음 저희가 해보고 싶은 것들을 해보면서 만들어 나갔다"며 "배우들과 쉴 때도 함께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케미가 살아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최종면접이라는 일생일대의 순간을 놓고 치열하게 대립하는 면접자들. 배우들도 수없이 본 오디션을 통해 각 캐릭터의 마음을 이해했다.
강유석은 "살면서도 수도 없이 겪었다. 그 모든 순간이 소중하고 값진 순간이었다. 200여 개의 면접과 오디션이 있었기에 현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마음을 생각하며 이입했다"고 밝혔다.
영화는 중반까진 범인을 찾는 서스펜스에 집중한다. 그러나 후반으로 달려갈수록 다양한 메시지를 내포한다. 믿음과 사랑, 그리고 달의 뒷면처럼 쉽게 드러나지 않는 사람의 이면으로 향한다.
김재원은 "내가 진실이라고 믿은 게 진실이 아니거나 이면이 있지 않을까 하는 메시지를 강하게 느꼈다. 관객들도 선입견, 낙인에 대해 생각을 해보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유석은 "모든 사람에겐 이면이 존재하고 우리가 보고 있는 게 진실이 아닐 수 있다는 게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희찬을 보면서도 그 선택에 대한 이면을 생각하면서 보시면 재미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배강희는 "모든 인간이 이면을 가지고 있고 사건의 내면은 당사자만이 이해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좋았다"며 "혜인과 진우의 이야기를 보면, 냉소와 혐오를 뚫고 나오는 것이 사랑과 신뢰이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부연했다.
마지막으로 조이현은 "또래 배우들과 함께할 수 있는 영화는 드물다. 감사한 마음으로 참여했다. 이 에너지가 잘 전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재원은 "취준생들과 나이가 비슷하고 또래 배우들이라 그 케미가 설득력 있게 다가가지 않을까 싶다"며 "무대인사도 최선을 다해 하겠다. 고양이 귀, 강아지 귀, 뭐든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최종면접'은 다음 달 4일 개봉한다. 러닝타임은 107분.
<사진=이호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