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이명주기자] "나 이번 인생은 망한 것 같지?"
'꿀알바'. 제목부터 수상하다. 최저 시급 50배를 보장하는 일자리? 초고액 일당 알바? 들으면 들을수록 뭔가 예감이 좋지 않다.
하지만 '이생망' 청년에게는 빚 수렁에서 건져줄 동아줄과도 같다. 도무지 거절하기 어려운 '꿀알바'인 셈이다. 그렇게, 생계형 밥벌이가 시작된다.
고수익 고위험은 기본 상식이다. 하지만 목숨까지 걸 만큼 악몽 같은 사건들을 겪게 되는 줄 누가 알았을까. 기묘한 미스터리에 호러 요소를 접목한 비현실의 현실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꿀알바'(극본 경민선·이신지, 연출 김다민) 측이 28일 서울 영등포구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제작발표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김다민 감독과 한준희 기획총괄, 배우 김민하, 이희준이 참석했다. 이재욱은 군 복무로 인해 함께하지 못했다. 고민시 역시 촬영 일정을 이유로 불참했다.
'꿀알바'는 고수익 아르바이트 자리만 소개하는 인력사무소를 배경으로 청년 혁준(이재욱 분)이 악몽 같은 노동 현장에 투입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현실적인 소재에 기괴한 상상력을 덧입혔다. 한준희 총괄은 "대본이 낯설면서도 매력적이었다. 무섭고 웃기고 경쾌한데 마냥 가볍지만은 않았다"고 제작 배경을 전했다.
그는 "(출발점은) '먹고 사는 것보다 무서운 게 있을까?' 하는 질문"이라며 "노동이라는 보편적인 화두를 복합적으로 다루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우리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뭘까' 항상 고민하거든요. 모두에게 대체 불가한 작품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김다민 감독에겐 '꿀알바'가 첫 장편 시리즈 연출작이다. 앞서 넷플릭스 '살인자ㅇ난감' 극본을 썼고, 영화 '막걸리가 알려줄거야' 메가폰을 잡은 바 있다.
김 감독은 "전작 (촬영에 필요한 회차가) 총 30회 차 정도였는데 '꿀알바'는 몇 배 이상 차이가 나더라. 약간의 고비가 있었다"며 웃었다.
이어 "매 에피소드마다 다르게 접근하려 노력했다. 이 회차에선 CG를 주력으로 할지 특수효과 주력인지 고민하며 모두 같이 만들어 갔다"고 덧붙였다.
이 기묘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건, 이재욱이다. 그는 '거미인력' 광고를 보고 시급 50배 아르바이트에 발을 들이는 혁준 역을 맡았다.
한 총괄은 이재욱에 대해 "이재욱은 단단함과 유려함을 (동시에) 가진 배우"라며 "그가 가진 수백 개의 얼굴을 다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재욱이 비굴하다가도 고집 있고, 도망치다가도 맞설 수 있는 양가적 모습을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혁준으로서 너무 잘 해줬죠."
실제로 '꿀알바' 속 혁준은 주인공다운 인물로 그려지지 않는다. 특별한 영웅이 아닌, 평범하고 현실적인 사람에 가깝다.
김 감독은 "혁준은 생활감 있는 짠내 캐릭터"라며 "답답할 때도 있지만 생존의 순간 집념을 발휘한다. 구르고 당하는 와중에도 응원하고 싶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민시가 연주로 분했다. 자신을 노동재해 보호원 사고조사관이라고 소개하지만, 실제 정체는 베일에 가려 있다. 여러 사건의 진실을 추적해 나간다.
한 총괄은 "고민시는 (전작인) '당신의 맛'과 정반대되는 모습 보여주고 싶었다. '다른 종류의 연주를 그리면 어떻겠느냐' 설득했다"고 말했다.
"연주는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계획이 있는지 알 수 없는 복합적인 인물이에요. 고민시가 특유의 섬세한 표현력으로 잘 그려줬죠. 연주의 변모해가는 모습도 기대해 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김민하가 혁준의 여동생 지윤 역을 소화했다. '귀신보다 가난이 더 무섭다'고 할 만큼 현실의 무게를 잘 알고 있는 캐릭터다.
그는 "분출하는 인물을 그린 적이 없었는데 새로운 모습 보여드릴 수 있지 않나 기대감이 컸다. 아이처럼 마음대로 발산했다"고 밝혔다.
"제가 '파친코'부터 '하나코리아'까지 감정을 절제하고 조용히 고군분투하는 인물을 주로 연기해 왔는데요. 지금껏 몰랐던 제 얼굴을 많이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이희준은 '거미인력' 사장을 연기했다. 혁준에게 높은 일당을 내세워 위험한 일터로 이끈다. 연주와 이 세계관의 근간을 이룬다.
그는 "(거미인력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고액 알바이다 보니 위험한 대가를 치러야 하지 않나. 선뜻 알바에 참여할 수 있게 신뢰감 주는 연기를 하려고 했다"고 첨언했다.
작품은 넷플릭스 공개 전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관객들과 먼저 만났다. '온 스크린' 부문에 선정돼 일부 회차를 선오픈한 것.
노동이라는 소재를 신선하게 비튼 수작으로 호평받았다. 김 감독은 "스크린에서 볼 수 있어 감회가 새로웠다. 관객들과 소통하니 더 즐거웠다"고 돌아봤다.
"매 에피소드마다 악몽 같은 일터가 바뀌거든요. 혁준이 새로운 인물들과 역동하는데 그의 고군분투를 직관하는 재미가 있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한 총괄은 "'꿀알바'는 경쾌하기도, 무섭기도, 웃기기도, 슬프기도, 아프기도 한 다채로운 작품"이라며 "한 호흡에 끝까지 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희준도 "유능한 스태프들이 모여 완성도 높게 만들었다. 눈을 뗄 수 없는 도파민 드라마"라고 추천했다.
한편 '꿀알바'는 오는 30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사진=송효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