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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헌의 음감] 미래를 가지고 놀다, 에이투오 라이트 '니온'의 비주얼을 만든 이들

에이투오 라이트(A2O LITE)의 '니온(NEON)'이 내뿜는 빛에 K팝의 눈이 멀었다. 10월 26일 기준 '니온'의 뮤직비디오 조회수는 2,659만 회를 넘었고, 각종 음악 방송과 음원 차트 정상에는 형형색색의 네온사인이 반짝인다.

'니온'은 K팝의 오래된 미래를 일깨웠다. '잘파 팝'이라는 명명과 함께 기술과 인간을 하나로 묶겠다는 담대한 포부는 이수만 프로듀서가 일관되게 밀어붙이는 홍보의 전략이다. 초 단위로 몸을 꺾고 비틀어 유연하게 에너지를 조절하는 시리와 아이찡의 도입부 댄스는 K팝에 '보는 음악'의 재미를 일깨웠다. 하얀색 의상을 입고 정교하게 맞물리는 아홉 멤버의 군무는 일사불란한 신체의 제어와 '칼군무'라 불리는 집단적 움직임에 대한 향수를 자극한다.

완전히 처음 보는 기묘한 광경이든, 익숙한 K팝 문법의 재림이든 구분 짓기는 중요하지 않다. K팝에 큰 관심이 없었던 이들까지도 '니온'을 가지고 놀고 있다는 사실만이 분명하다. 정확한 동작과 기계적으로 통일된 목소리의 덩어리에 먼저 끌렸다가, 가까이 다가가 뮤직비디오 속 미지의 소녀들을 더 알고 싶어진다.

'니온'의 뮤직비디오 속 에이투오 라이트도 K팝을 가지고 논다. 손을 뻗어 독특한 오브제를 만지고, 던지고 받는다. 손의 방향을 정하고 동작에 목적을 부여한다. 과격한 춤을 추고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펼치는 소녀들을 또 다른 제3의 카메라가 응시한다. 미래주의적인 그래픽이 점멸하는 가운데 빛과 어둠이 교차하고, 화창한 유토피아를 향해 날아가는 우주선 안에서 손가락을 눈에 가져다 대는 아홉 명의 얼굴만이 남는다.

에이투오 라이트의 비주얼을 설계한 핵심 인물 두 명에게 미래를 가지고 노는 감각을 작업했던 과정에 관해 물었다. 아트 디렉터 하예진, 뮤직비디오 감독 멜트미러다. 다음은 일문일답.

- '니온'을 처음 듣고 떠올린 이미지는 무엇이었나요?

하예진 "게임이었습니다. 끊임없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좀처럼 멈출 생각이 없는 게임이요. 음악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끝까지 쉬지 않고 상승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흥미롭게도 이 곡을 들으면서 미래보다 과거의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더라고요. 어린 시절 우리가 상상했던 미래의 모습 말이죠. 당시의 기술은 지금보다 덜 정교했지만, 미래에 대한 상상만큼은 훨씬 자유롭고 낙관적이었던 것 같아요. 아날로그적인 감성과, 과거가 상상했던 인공적인 미래의 이미지를 지금의 소녀들과 만나게 하고 싶었습니다."

- 그 이미지를 구체화한 출발점은 무엇인가요?

하예진 "20세기 말 등장한 '젠 엑스 소프트 클럽(Gen X Soft Club)' 미학을 출발점으로 삼았습니다. 과거의 대중문화가 상상했던 미래, 특히 1990년대와 2000년대의 게임과 디지털 이미지에서 느껴지는 낙관적인 에너지에 관심을 가졌어요. '니온'의 제목 그대로 네온 컬러와 디지털적인 질감, 게임을 연상시키는 장치들을 떠올렸습니다. 중요한 건 그 요소가 단순히 화려한 장식으로 머무르지 않도록 하는 일이었어요. 음악이 가진 에너지와 소녀들의 존재감을 더 선명하게 만드는 역할을 부여했습니다."

- 멜트미러 감독님은 에스파의 '위플래쉬' 뮤직비디오를 통해 멤버들의 독특한 운동감을 부여하며 화제를 모은 바 있습니다. 이번 '니온'에서는 어떤 움직임을 보여주고 싶으셨나요?

멜트미러 "'Whiplash'의 운동감은 철저히 촬영 장비 구동의 메커니즘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번 'NEON'의 운동감은 놀이로부터 출발했어요. '멤버들이 풀어내는 정교한 놀이'를 보여주는 게 핵심이었죠. 평균 3초 간격으로 파트 멤버가 바뀌는 곡의 구성을 따라잡으며 설명과 놀이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작업이었는데요. 정말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즐거웠어요."

- 안무와 장치를 다루는 동작은 어떻게 연결했나요?

멜트미러 "안무는 첫 시안부터 완성도가 매우 높았습니다. 앵글로 어디를 살리고 어디를 비워낼지 고민이 많았어요. 초안부터 밀도가 높았던 만큼, 담백하고 정석적인 방식으로 쾌감을 줄 수 있도록 카메라를 배치하고자 했습니다. 제가 따로 촬영한 멤버들의 전체 안무 영상을 바탕으로 다양한 버전의 애니메틱스를 제작했어요. 그중 가장 깔끔하게 느껴지는 시안을 선택해 뮤직비디오에 반영했고요. 안무를 제외한 동작 구간, 특정한 장치를 조작하거나 놀이를 진행하는 구간의 설계 역시 실제 해당 구간 안무를 계승한 동작으로 녹여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 멤버들의 움직임을 선명하게 보여주기 위해 카메라와 편집에서 중시한 것은 무엇인가요?

멜트미러 "우선 깔끔한 방식으로 안무를 선보이기 위해 힘썼어요. 그리고 타격감을 살리는 게 과제였죠. 잘 짜인 안무에는 선명한 타격 포인트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니온'의 뮤직비디오를 보는 분들은 마치 액션영화를 보러 온 관객이라 생각하면서 앵글을 짜고, 안무 구간을 편집했습니다. 특히 '니온' 안무에는 텃팅을 기본으로 하는 동작이 많았는데요. 텃팅의 기본 구성이 직각, 수직·수평의 선을 만드는 것이라 단숨에 강한 운동감을 끌어내기 좋은 측면이 있더라고요."

- 커다란 화제가 된 시리와 아이찡의 도입부를 촬영할 때는 어떤 고민이 있었나요?

멜트미러 "사실 감독으로서는 매력적이라는 생각보다는, 뮤직비디오가 너무 단순한 방식으로 시작되어 사람들이 시작부터 집중력을 잃을지 고민도 컸어요. 그렇기에 이 구간 역시 액션영화의 관점으로 타격감을 중시하며 편집했습니다. 짧은 타이트 샷의 변주로 동작을 시작하여 넓은 와이드 샷으로 운동감을 이어가는 것. 그리고 사람들이 피로감을 느끼지 않으며 멤버들의 동선을 따라오게 만드는 게 목표였습니다."

- 아홉 명을 하나의 팀으로 묶으면서 각자의 차이는 어떻게 드러내고자 했나요?

하예진 "하나의 팀으로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공통된 의상이 만들어내는 통일감이 군무의 움직임과 리듬을 더 선명하게 보여줄 수 있다고 느꼈거든요. 곡의 무드에 맞춰 조금 더 콘셉추얼한 팀복을 구상하되, 멤버마다 작은 디테일과 포인트를 달리해 각자의 개성이 드러나도록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장희준 실장님이 그 미묘한 차이들을 참 섬세하게 구현해 주셨어요.

반면 멤버 개개인이 가진 얼굴과 매력은 최대한 살리고 싶었습니다. 예를 들어 보라는 원래 긴 생머리를 가진 친구였는데, 오히려 단발이 그 친구만의 매력을 훨씬 선명하게 드러내 줄 거라고 생각했어요. 아이찡은 원래 흑발이었지만, 마치 하와이에서 자란 소녀처럼 햇빛이 잘 어울리는 얼굴을 가졌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밝은 갈색의 머리색으로 얼굴을 더 빛나게 만들어 주고 싶었어요."

- '니온'의 뮤직비디오는 인공적으로 설계된 세계와 멤버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함께 담습니다. 특히 초반부 세트장으로부터 출발해 탁 트인 정원에서 춤을 추며 마무리하는 흐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예진 "정교하게 설계된 게임 같은 세계를 따라가다가, 어느 순간 카메라가 그 세계 밖의 풍경을 보여주는 장면 말씀이죠? 촬영 스태프들이 자연스럽게 프레임을 지나가고, 인공적인 조명 대신 자연광 아래에서 소녀들의 얼굴을 마주하게 되는 순간을 만들었죠. 그 장면을 처음 구상하면서 멜트미러 감독님과 함께 손뼉을 쳤던 기억이 납니다. 조금 전까지는 가상의 세계 안에 존재하던 소녀들이 어느 순간 현실의 우리와 같은 공간에 서 있는 것처럼 느껴졌으면 했어요. 완벽하게 만들어진 이미지에서 잠시 벗어났을 때, 오히려 그들이 가진 순수함과 생동감이 더 선명하게 드러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 최나랑 포토그래퍼와 작업한 '테크 월드(TECH WORLD)' 콘셉트 포토는 뮤직비디오와 어떻게 이어지나요?

하예진 "뮤직비디오에서는 정교하게 만들어진 가상의 세계를 잠시 벗어나 현실의 소녀들과 마주하는 순간을 보여주고 싶었다면, 콘셉트 포토에서는 반대로 현실의 소녀들이 우리가 쉽게 닿을 수 없는 미래의 세계에 존재하는 듯한 이미지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서로 반대되는 방향에서 출발했지만, 결국 같은 질문을 품고 있었던 것 같아요. 인공적인 세계 속에서 사람의 존재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 '니온'을 통해 에이투오 라이트를 어떤 팀으로 기억하게 만들고 싶었나요?

멜트미러 "에이투오 라이트가 '준비된 즐거움'을 지닌 존재들로 보이면 좋겠다고 생각했고요. 더 나아가 10년, 20년이 지난 시점에 팬들이 이 뮤직비디오를 감상했을 때, 에이투오 라이트에게 열광했던 마음의 시작점이 부끄럽지 않을 수 있도록 의미 있는 영상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 / zener1218@gmail.com

<사진출처=A2O엔터테인먼트>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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