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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계속 일할 수 있는 게, 로또"…박보경, 엄마 아내 배우의 꿈

[Dispatch=정태윤기자]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나오는 캐릭터를 맡았다는 게 로또죠."

부장 박현숙(박보경 분)은 다정하지 않지만, 일을 기깔나게 잘한다. 자식이 핑계가 되지 않는 여자. 일을 잘해서 그 자리에 있는 게 당연한 사람이다.

배우 박보경의 길은 조금 달랐다. 긴 시간 아이를 키우며 배우였던 자신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 박현숙처럼 실력으로 자기 자신을 증명했다.

그는 "연기를 못할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던 적이 있다. 남편이 잘되니까 그거면 됐다고 생각했었다. 조금씩 문이 열리더니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다"고 털어놨다.

'디스패치'가 최근 티빙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를 마친 박보경을 만났다. 그가 이름을 가진 배역을 맡기까지 들인 노력의 시간을 들었다.

◆ "내가 연기를 할 수 있을까"

박보경은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하고 대학로 무대에서 연기를 시작했다. 지난 2008년에는 영화 '순정만화'를 시작으로 스크린에서 얼굴을 비쳤다.

대부분 이름 없는 단역, 혹은 '아줌마3' 역할이었다. 극단에서 진선규를 만나 결혼하고, 두 아이가 태어났다. 남편이 현장에 나가는 동안, 그는 육아를 맡았다.

그렇게 8년 가까이 연기를 쉬었다. 그는 "30~40대가 되면서 (연기는) 나에게 없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연극 무대에는 서도, 매체는 어려울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시 문을 두드린 건 이틀짜리 현장이었다.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2020년). 이름 없는 환자의 아내 역이었다. 그는 촬영을 마치고 돌아와 남편에게 한참을 재잘거렸다.

"남편은 저보다 훨씬 현장을 많이 가서 더 잘 알 텐데도, 한참을 재잘거렸어요. 현장이 어떻고, 배우들이 어땠는지. 그날 알았어요. '나 연기하는 사람이었지'. 제 가슴을 다시 뛰게 해준 작품이죠."

◆ 누군가의 희망이 되다

그 뒤로 조금씩 길이 열렸다. tvN '작은 아씨들'(2022년)에서 비서실장 '고수임'으로 눈도장을 찍고, '나쁜 엄마'에선 마스크팩을 쓴 채 촌철살인을 날리는 이장 부인으로 존재감을 키웠다.

전환점이 된 건, 올해 2월 공개된 넷플릭스 '레이디 두아'였다. 사라킴(신혜선 분)에게 속아 회사 자금까지 손을 대는 '정여진'을 연기했다. 이 작품으로 제5회 청룡시리즈어워즈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데뷔 23년 만의 첫 트로피였다. 그는 "왕관의 무게가 엄청나다"면서 "저를 알아봐주시고 찾아주는 것도 좋지만, 가장 좋은 건 후배들에게 맛있는 걸 사줄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연장에 맛있는 걸 바리바리 싸들고 가면 다들 금의환향한 것처럼 너무 좋아해준다. 현장에서 만날 수 있는 선배가 됐다는 것도 정말 기쁘다"고 전했다.

"현장에 단역으로 온 친구가 있었는데, '저도 언젠가 선배와 대사를 주고받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하더군요. 의도치 않게 누군가의 희망이 됐다는 사실에 심장이 덜컹했죠. 앞으로 더 잘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했어요."

◆ 일을 기깔나게 하는 여자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의 박현숙은 어떻게 만나게 됐을까. 박 부장은 원작에선 남자 캐릭터였다. 윤영빈 감독이 대한민국의 워킹맘을 담고 싶다는 이유로 성별을 바꿨다.

그는 "박 부장은 광야 같은 회사 안에서 독보적인 캐릭터다. 감독님이 '우씨왕후'에서 저를 보고 그런 부분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셨다더라"고 밝혔다.

판타지 같은 상사이기도 하다. 워킹맘이지만, 프로페셔널하다. 권위로 상대를 누르는 것이 아닌, 주변 사람들이 알아서 존중할 수밖에 없는 인물.

윤 감독은 박현숙에 대해 "다정하지 않아도 돼. 일을 기깔나게 잘하는 여자고, 다들 그 여자에 대한 신뢰가 있었으면 좋겠어. 자식이 핑계가 되지 않는 여자. 일을 잘해서 그 자리에 있는 게 당연한 여자였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그러기 위해선 상대 역과의 티키타카가 중요했다. 박보경은 "장 차장(이현균 분)과 대화를 할 때도, 둘이 회사에서 오랜 시간 동고동락한 사이일 테니, 상처받는 말을 던져도 좀 다를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감독님이 '장 차장을 많이 쳐다보지 마. 장 차장이 너를 보고, 박현숙은 진짜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만 봐라'라고 정해주셨다. 그 한마디에 캐릭터가 딱 정리되더라"고 전했다.

◆ 한마디를 던져도 힘 있게

박현숙은 100마디를 쏟아내지 않는다. 한마디를 툭 던진다. 나머지는 장 차장이 채운다. 박보경은 그 한마디에 힘을 실었다. 무엇보다 명확하게 쓰인 대본의 힘이 컸다.

박보경은 "작가가 이 캐릭터에 이 대사를 준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너무나 명료했다. 대사를 그대로 치면, 그 사람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박현숙은 주변 인물들의 입을 통해 더 선명해졌다. "장 차장이 공은태(이준혁 분)에게 '부장님은 너희보다 두 수 앞을 내다보고 있다' 같은 대사들이 박현숙에게 여유를 줬다"고 밝혔다.

"대사에서 서로의 관계성이 다 드러났어요. 고 전무가 박 부장을 '귀신같은 년'이라면서 인정해주고, '새끼'라는 말 하나에도 순간적인 감정이 아니라 이들의 긴 시간을 느끼게 해주죠. 그런 세밀한 호흡이 좋았습니다."

◆ "그 시간들이 있었기에…."

박현숙은 원칙은 지키면서도 팀을 과감하게 이끌며 왜 '저 여자가 이 자리에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줬다. 8회 쿠키 영상에선 보통 엄마의 얼굴도 꺼냈다.

가족과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지만, 긴급한 업무로 약속을 지키기 어려운 상황. 딸의 생일을 함께 보내지 못하고 다시 회사를 향해 차를 돌리는 모습은 현실이었다.

박보경은 "그 신이 급하게 추가됐다. 감독님이 "애들 자는 거 보고 나왔냐. 안 힘드냐'고 물어보시더라"며 "알아서 잘 자겠지 라고 답했던 게 기억난다"고 떠올렸다.

그렇게 답할 수 있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그는 "아이들이 어릴 때는 '엄마 촬영 다녀올게' 하면, 다리를 붙잡고 못 가게 했다. 그런데 지금은 '나도 학교 다녀올게' 하면서 인사해 준다"고 전했다.

"그런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이 있는 것 같아요. 이제는 제 일에 좀 더 온전히 몰두하고 있습니다. 대본을 한 번 더 보고, 고민하고, 현장에 나간 시간이 쌓이고 있습니다. 그래야 다음 작품도 있는 거겠죠."

상을 받고 더 이상 오디션을 보지 않아도 되지만, 마음가짐은 그대로다.

박보경은 "로또 당첨 보다 일이 있는 게 더 좋다. 계속 일이 있으면 좋겠다"면서 "욕심을 내본다면, '이 역할은 박보경을 염두에 두고 썼어'라는 말을 들어보고 싶다. 나만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바랐다.

<사진출처=티빙, 엘줄라이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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