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 | 부산=정태윤기자] "도라의 마음은 어떨까."
영화 '도라'(감독 정주리)는 프로이트의 '도라의 히스테리 분석'을 뒤집은 이야기다. 프로이트는 예민한 한 소녀가 주변인들과 겪는 복잡한 심리적 요소를 분석한다.
치료는 실패하고, 도라는 은폐와 기만을 일삼는 히스테리 환자로 기록된다. 하지만 정주리 감독은 도라를 스스로 치유하고 일어날 수 있는 인간으로 바꾸었다.
배우 김도연은 도라의 생각과 선택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저와 멀게만 느껴졌던 도라가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차츰차츰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영화 '도라' 측이 9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 전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주리 감독, 김도연, 송새벽 등이 자리했다.
'도라'는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공식 초청됐다. 앞서 칸 영화제 감독주간에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되기도 했다.
김도연은 "부국제 참석은 처음이다. 기분 좋게 이 여정을 함께하고 있다"며 "첫 상영과 GV를 앞두고 있어 떨리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열여덟 도라는 극심한 피부질환을 앓아 학교도 못 가는 인물이다. 도라는 상황과 감정의 변화를 피부로 느끼고, 극심한 발진과 호전을 거듭한다.
그는 남해의 별장에서 만난 나미(안도 사쿠라 분)에게 마음이 움직인다. 김도연은 도라를 미지의 인물 같으면서도 강렬한 욕망을 가진 인물로 완성했다.
김도연은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도라와 저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도라의 선택들은 제 생각과 너무 다르더라"고 떠올렸다.
그래서 도라를 이해하는 과정은 값진 경험이었다. "대본을 한 문장 한 문장 읽으면서 문장 한 겹 한 겹이 아름답다고 느껴졌다. 문장을 이해하는 과정이 행복했다"고 말했다.
이어 "촬영하면서도 즐거운 경험이었다. 일본 배우도 계시고, 촬영 감독님은 프랑스에서 오셨다. 새로웠고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이렇게까지 몰두해서 무언가를 해보는 게 값진 경험이었다"고 전했다.
정주리 감독의 영화로 첫 타이틀롤을 맡았다. 경험이 많지 않은 배우가 자신의 해석을 더하고 제 몫을 감당하기란 쉽지 않은 일.
그럼에도 김도연은 도라를 자신의 얼굴로 완성했다. 도라를 연기하기 위해 가장 중요했던 과정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저의 사고를 바꾸는 작업이 중요했다. 첫 오디션 때였다. 발췌된 대본을 받았다. 내용을 전혀 모르는 상태로 그 부분만 리딩을 했다"고 떠올렸다.
해당 장면은 도라가 거짓말을 하는지 진실을 말하는지 모호한 신이었다. 그는 정주리 감독에게 "도라가 지금 거짓말을 하는 거냐"고 물었다.
정 감독의 답은 "도라는 계속해서 진심을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김도연은 "그때 머리가 띵해지면서 충격을 받았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 순간 도라가 이래서 외롭고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라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말을 뱉는 나도 '거짓말을 하고 있나' 생각하는데, 도라의 마음은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도연)
도라를 이해했기에 노출신도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그는 "그런 신은 처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본을 읽었을 때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정 감독의 역할도 컸다. 김도연은 "감독님이 저의 마음을 많이 물어봐 주시고 이야기를 들어주셨다"며 "저는 대본을 더 이해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미와 도라는 각자의 아픔과 상처가 있다. 그것을 온전히 서로에게 처음으로 보이는, 연결됨을 나누는 것이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감독님 덕분에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믿음이 생겼어요. 그래서 더 몰입해서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현장에선 안도 사쿠라가 많이 도와주셨습니다. 많이 의지하며 촬영했습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저에게 의미가 큰 작품이고, 이 이야기를 너무 사랑한다. 그래서 보시는 관객들도 이 영화를 사랑하게 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사진=송효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