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구민지기자] "정말 오랜만에 사극, 심지어 시리즈물이라서 더 욕심이 났어요."
배우 손예진이 24년 만에 사극으로 돌아왔다. 강렬한 흡인력으로 조선의 금기를 깨뜨린다. 유교적 질서가 지배하던 조선, 자신의 재능과 욕망을 감춰야 했던 '조씨부인'을 연기한다.
"이제는 제가 그런 감정들을 표현할 수 있는 나이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했어요."
조씨부인은 지난 2003년 이미숙이 영화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에서 강렬하게 완성한 인물이다. 이미숙이 카리스마로 압도했다면, 손예진은 섬세한 눈빛으로 새롭게 그려냈다.
손예진은 숨겨진 욕망을 파고들었다. "이미숙 선배의 카리스마가 압도적이었다.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강렬하게 남아있다. 이번에는 조씨부인의 서사를 촘촘하게 담았다"고 말했다.
정지우 감독은 손예진의 연기력에 감탄했다. "신기한 사람이다. 이야기를 어깨에 얹고, 캐릭터를 입었다. (연기로) 드라마 전체를 책임졌다. 마치 슈퍼히어로 같았다"고 힘주어 말했다.
넷플릭스 새 오리지널 시리즈 '스캔들' 제작발표회가 9일 서울 종로구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개최됐다. 이날 배우 손예진, 지창욱, 나나, 정지우 감독 등이 참석했다.
'스캔들'은 조선시대 여성으로만 갇혀 살기에는 뛰어난 재능을 가진 여인 조씨부인과 조선 최고의 연애꾼 조원의 위험한 사랑 내기, 여기에 얽힌 여인 '희연'의 이야기다.
프랑스 소설 '위험한 관계'(1782)를 원작으로 했다.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2003)의 리메이크작이기도 하다. 정지우 감독은 원작 스토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리메이크 부담은 없었을까. 정 감독은 "2003년 한국 영화가 프랑스 소설을 조선 후기로 옮겨온 발상은 놀랍다"면서도 "이 작품은 원작 소설에서부터 시작했다"고 말했다.
차별점도 짚었다. "조씨부인(손예진 분)과 희연(나나 분)의 관계는 원작에도 없는 이야기다. 두 사람의 관계를 두툼하고 생생하게 만드는 데 큰 의도를 뒀다"고 설명했다.
연출에서도 차별화된 방식을 택했다. "판소리로 시작하고, 판소리로 마무리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관객들에게 얼마나 아름답고, 흥미로운지 소개시켜주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조선 후기는 정교하고 세련된 사회였다. 멋지게 그리고 싶었다"고 알렸다. 한복으로 매력을 더했다. "차익힘 디자이너가 민화를 돋보기로 들여다보며 준비했다"고 전했다.
손예진은 '조씨부인'으로 변신했다. 금기의 시대에 맞서 유혹의 내기를 제안하는 인물이다. "인간의 욕망을 이야기하는데, 욕망이 금기시된 조선시대가 배경이었다"고 짚었다.
그는 "정지우 감독이 '스캔들' 리메이크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영화를 시리즈물로 어떻게 길게 풀어낼까?' 하는 호기심이 있었다. 오랜만에 사극인 점도 끌렸다"고 떠올렸다.
캐릭터에도 빠져들었다. "대본을 읽을 때, 조씨부인의 매력이 굉장히 컸다. 이제 제가 그런 감정들을 표현할 수 있는 나이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계기를 밝혔다.
손예진은 "조씨부인은 어릴때부터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여성이다. 글과 그림에도 뛰어났지만 조선시대 여성이라 기회가 없었다. 사대부의 부인으로 살아가게 된다"고 전했다.
디테일하게 파고들었다. "아주 미묘하고 섬세하게 디자인하지 않으면 캐릭터를 잘 살릴 수가 없을 것 같았다. 한 땀 한 땀 장신 정신으로 완성해야 했다. 어려웠다"고 떠올렸다.
이어 "'조씨부인의 진짜 마음은 뭘까?', '무슨 감정일까?' '왜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일까?' 등을 감독과 얘기하며 준비했다. 숙제처럼 풀어나갔다. 어려웠지만 재밌었다"고 웃었다.
지창욱은 조선 최고의 연애꾼 '조원'을 맡았다. 출중한 외모를 지닌 명망 높은 가문의 인재다. 서신을 주고받던 '조씨부인'과 연락이 끊긴 후 쾌락과 재미만을 좇으며 살아간다.
인물 표현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작품을 끝내고 보니 '조선 최고의 연애꾼이 맞았나?' 싶었다. 굉장히 복합적인 인물이었다. 혼란과 혼돈 그 자체였다"고 떠올렸다.
현장에서 만들어나갔다. "손예진이 표현한 조씨부인, 나나가 그린 희연이라는 역할에 집중하려 했다"고 알렸다. "감정이 어려울 때는 정 감독에게 의지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나나가 '희연'으로 함께했다. 그는 "희연은 혼례를 올리기 전에 남편을 잃은 청상과부다. 폐쇄적으로 살았지만, 조원을 만난 후 주체적으로 살고 싶다는 욕망을 품는다"고 짚었다.
어린시 절 자신의 모습을 꺼냈다. "제 유년 시절 성격과 비슷했다. 소극적이고, 세상을 무서워하고, 사람을 경계했다. 그 부분을 되새겼고,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정 감독은 배우들의 호흡에 만족했다. "조원은 다정한 남자여야했다. 지창욱의 유머까지 한스푼 더해져 감사했다"면서 "캐릭터를 입는 나나의 힘에 감탄하면서 작업했다"고 웃었다.
배우들에게도 영화 리메이크에 대한 부담은 있었다. 그러나, 세 배우가 택한 방법은 같았다. 원작을 따라가는 대신, 자신들만의 '스캔들'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손예진 "서사가 쌓이면서 단선적이지 않은 캐릭터가 됐다"며 "갈수록 '이들이 어떻게 되는 거야?'라는 궁금증이 일어나게 되는 시리즈"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어 "배우로서는 더 욕심나는 매체(시리즈물)였다. 2003년 작이라 접하지 못한 젊은 층도 많다. 새롭게 작품을 봐주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나나도 부담을 연기 원동력으로 삼았다. "원작을 좋아하는 분들은 저희가 하는 신선함을 충분히 즐기고 비교하면서 보면 좋을 것 같다. 그만큼 재밌다"고 자신했다.
영화 '스캔들'(2003)은 당시 파격적인 수위로도 화제를 모았다. 정지우 감독은 "이번 시리즈물 '스캔들' 속의 수위도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다"고 웃음을 터뜨렸다.
손예진은 "볼거리도 많고, 귀도 즐겁다. 촘촘한 이야기를 따라가며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지창욱도 "취향대로 볼 수 있는 시리즈"라며 기대를 당부했다.
한편 '스캔들'은 오는 18일 공개된다.
<사진=이승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