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정태윤기자] "원작을 잊어버리자."
영화 '인턴' 팀이 리메이크를 시작하며 세운 가장 큰 다짐이었다. 원작은 로버트 드니로와 앤 해서웨이가 주연을 맡아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았다.
이미 완성된 이야기를 다시 만드는 만큼, 단순히 한국어로 옮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그래서 '인턴'은 원작의 기본 틀은 가져오되, 인물과 관계, 갈등에 한국적인 정서를 더했다.
세대 갈등부터 직장 문화까지.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 다시 들여다봤다. 익숙한 이야기를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한국판만의 오리지널리티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리고, 이를 새로 쓰는 배우들이 가장 큰 무기다.
"원작의 인기가 부담됐다면, (출연을) 하면 안 되죠. 저희의 가장 큰 차이점은, 감독 김도영, 기호의 최민식, 선우의 한소희. 그게 가장 큰 차별점입니다." (최민식)
영화 '인턴' 측이 24일서울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제작보고회를 열었다. 배우 최민식, 한소희, 김도영 감독이 자리했다.
'인턴'은 런칭 3년 만에 패션계 다크호스로 급부상한 선우(한소희분)의 회사에 경력 37년차 실버 인턴 기호(최민식 분)가 입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지난 2015년 개봉한 동명의 할리우드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만약의 우리'로 탄탄한 연출력과 흥행성을 입증한 김도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최민식이 37년 차 경력의 베테랑 실버 인턴으로 변신한다. 기호는 사회생활 만렙이지만, 낯선 디지털 업무 환경과 자유분방한 문화에 좀처럼 적응하지 못한다.
최민식은 "원작이 워낙 훌륭했고,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했기에, 부담이 컸다"면서도 "연극이나 영화가 원작 작품을 재해석해서 만드는 경우가 많아지지 않았나. 부정적으로만 볼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출연 계기를 밝혔다.
이어 "한국적인 설정으로 한국인의 애환, 한국인의 한, 한국인의 세대 갈등 등 우리 정서를 넣으면 다른 맛이 있겠구나 해서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기호는 자유분방한 '오투투' 속에서 혼자만 각 잡힌 정장을 입고 출근한다. 최민식은 "집이 판교인데, 벤처 기업들이 많이 입주해 있다. 아침에 운동을 하러 나가면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많이 보인다"고 떠올렸다.
이어 "우리 어릴 때 아버지가 직장을 다니시던 풍경과 너무 다르다. 어떤 분은 반바지로도 다닌다. 우투투도 마찬가지다. 기호의 장점은 그런 걸 여유롭게 바라볼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이라고 소개했다.
최민식은 기호처럼 현장의 분위기 메이커였다. 김도영 감독은 "선배님이 너무 유쾌하시고 농담도 많이 하셨다. 선배님이 유쾌하게 해주셔서 다들 편안하게 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민식은 "다들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지 않나. '인턴'의 촬영 분위기를 제가 주도했다기보다, 다 호응을 잘 해줬다. 후배 배우들 덕분에 즐겁게 했다"고 전했다.
한소희가 일밖에 모르는 새내기 CEO로 분한다. 창업 3년 만에 100억대 매출을 달성하며 브랜드 '우투투'를 패션 업계 다크호스로 성공시켰다. 성공을 향해 쉼 없이 달려왔다.
한소희는 "저는 선택당한 입장이다. 최민식 선배님이 기호 역을 맡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또 감독님과 함께라면 다채롭게 드러날 수 있겠다는 확신을 얻게 됐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최민식의 힘이 컸다. 한소희는 "인생에 과연 두 번 다시 찾아볼까 싶은 기회였다"며 "이건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들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임했다"고 강조했다.
최민식은 한소희에 대해 "처음으로 호흡을 맞춰봤다. 기대 이상으로 해냈다. 작품에 임하는 자세나 표현하려는 열정, 결과물이 아주 만족스럽고 대견했다"고 치켜세웠다.
한소희 역시 "촬영 시작점과 끝점 모든 순간에 선배님이 계셨다. 피곤해도 현장에서 조시고, 그런 모습들이 저희에게 정말 많은 동기부여가 됐다"고 공을 돌렸다.
빼놓을 수 없는 물음표는, 원작을 넘어서는 리메이크가 될 수 있느냐다.
김도영 감독은 이러한 부담에 대해 "저는 배우들의 매력을 살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또 10년 전과 지금의 다른 시선을 포착하고, 갈등을 봉합하는 과정을 한국적으로 표현했다"고 밝혔다.
이어"기호와 선우는 원작보다 훨씬 현실적인 인물이다. 내면의 불안함과 외로움이 있다. 단순 코미디가 아닌 땅에 발을 붙이고 있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한소희는 "촬영할 때는 원작을 잊으려고 노력했다. 한소희가 생각하는 선우 위주로 생각했다"며 "선우와 제 성격이 맞물리는 부분들이 생겨나면서 선우를 더 구체화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최민식 역시 "비교하는 건 좋다. 그건 관객의 몫이다. '인턴 한국에서 제작되는데 어떻게 하나 보자', '내 최애 영화 망가뜨리면 가만 안 둔다' 이런 댓글들도 봤다"고 털어놨다.
"관객분들에게 '이렇게 봐달라'고 제안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단 한 가지 드릴 말씀은 진심을 다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굳이 차별화를 두려고 강박을 가지고 하지 않았습니다. 우리의 것을 보여주자는 마음으로 만들었습니다." (최민식)
마지막으로 한소희는 "다들 웃으면서 촬영했지만, 이면에는 누구보다 이 영화를 잘 만들고 싶은 전투적인 마음으로 했다. 그 모습이 잘 반영됐을 것"이라며 "귀한 시간 내주셔서 봐주시면 좋겠다"고 바랐다.
한편 '인턴'은 다음 달 16일 극장에서 개봉한다.
<사진=이호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