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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제가 저를 제일 아니까요"…김혜수, 1mm의 노력

[Dispatch=이명주기자] "김혜수, 넌 준비됐니?"

배우 김혜수는 지난해 9월을 떠올렸다. 쿠팡플레이 시리즈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이하 '지금 불륜') 제작진과의 첫 만남. 이창희 감독과 두 작가, 제작사 관계자들이 모인 자리였다.

"'어때? 우리 이 정도야. 넌 준비 됐니?' 하는 느낌이었어요. 굉장히 겸손한데 내적으로는 자신감이 충만한 인상이었죠."

그도 그럴 게, 기대작이었다.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이 쇼러너이자 제작자로 참여했다. '살인자ㅇ난감'을 만든 이창희 감독은 연출을 맡았다. 무엇보다, 대본이 좋았다.

"정말 잘 쓰여진 블랙코미디 대본이라고 생각했어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전환이 작위적이지 않고 유니크했어요."

'디스패치'가 최근 김혜수를 만났다. '지금 불륜' 속 경희와는 또 다른 환한 웃음으로 취재진들을 맞았다.

◆ 불륜은 시작이다

'지금 불륜'은 완벽한 가정을 연기하는 인플루언서 부부와 이혼 소송 중인 이웃집 의사 부부가 감당 불가한 비밀로 엮이는 이야기다.

K-드라마 단골 소재를 비틀었다. 김혜수는 "작품 속 사건은 어찌 보면 새롭지 않다. 불륜, (뺑소니) 사고 등 다른 드라마에서도 많이 다뤄진 소재"라고 했다.

"(초반엔) 불륜 문제일 것 같은데 결국 불륜이 큰 문제가 아니거든요. 인간이 극한 상황에 처할 때 얼마나 다양한 모습이 나올 수 있는지 보여주는 작품이에요."

실제로, 드라마 속 불륜은 도입부에 가깝다. '지금 불륜'은 회차가 진행될수록 불륜보다 더 거대한 사건으로 방향을 튼다.

그는 이 지점을 '민낯'이라고 설명했다. "인간의 민낯까지 가기 위해 (익숙한) 소재를 어떤 식으로 운영하고 전환하는지 그 방식이 치밀하다"며 "끝까지 이야기 자체에 집중하게 한다"고 첨언했다.

◆ 외피를 입은 여자

김혜수는 이번 작품에서 새로운 얼굴을 꺼냈다. 성공한 인플루언서이자 가족을 보호하려는 가장, 상류층에 들어가고 싶은 욕망을 품은 경희로 분했다.

그간 수많은 캐릭터를 연기해왔지만 인플루언서 역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희를 이해하고, 또 이해시키기 위해 유튜브 영상을 연구했다.

김혜수는 "구독자들이 어떤 지점에서 좋아하는지 보려고 했다. 정보 위주 채널이 있고 유튜버가 본인의 매력을 활용하는 채널도 있었는데 자신의 공간을 가감 없이 오픈한 케이스를 참고했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인플루언서처럼 보이는 데에만 집중한 것은 아니다. 경희에게 화려한 겉모습은 본질이 아니라 장치에 가깝다.

"화려하고 두드러지는 외관은 하나의 장치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인물이 예기치 못한 상황을 만났을 때 민낯이 어떻게 하나씩 드러나는지가 가장 큰 포인트였어요."

◆ 소속되진 못했다

김혜수가 연기한 경희는 밑바닥에서 시작한 인물이다. 감각을 파는 데 그치지 않았다. 가족의 모습까지 콘텐츠로 만들었다. 보여지는 모든 것을 활용해 대중의 관심을 얻었다.

각고의 노력 끝에, 성공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성공이 곧 소속을 의미하진 않는다. 남들보다 유명해지고 돈이 많아졌지만 완전한 상류층에 속하는 건 또 다른 숙제였다.

김혜수는 경희를 '외부 요인을 많이 의식하는 캐릭터'라고 해석했다. "모든 걸 이룬 것처럼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불균형이 있다. 상류층에 입성했지만 겉도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그 불균형의 중심에는 가족이 있다. 경희가 'XX 잘 살자'고 결심한 배경에도, 중요한 선택의 순간마다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도 가족이다. 하지만 가족을 지키겠다는 그 마음이 언제나 옳은 선택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경희가 예기치 않은 사건을 겪으며 진짜 민낯이 나오잖아요. 가족을 지키기 위한 마음이 있긴 하지만 그 선택이 '성숙한 어른으로서 옳은 걸까' 생각해봤으면 했죠."

◆ 김혜수도, 아직 떨린다

김혜수는 자신의 민낯도 꺼내 보였다. 대중이 아는 그는 '연예인의 연예인'이다. 지난 40년간 정상의 자리를 지켜온 톱스타다.

그러나 김혜수 역시 카메라 앞에 서면 긴장한다. (김혜수는 '나도 덜덜 떤다'고 표현했다.) 오랜 연기 경력과 경험에도 잘할 수 있을지를 걱정한다.

그래서 기록을 남긴다. 김혜수는 "좋은 배우를 발견하면 따로 적어놓는다. 연출자도, 평론가도 기록한다"며 "연기에 자극이 된다면 누구든 찾아본다"고 말했다.

"외부에 관심이 있는 것보다 제가 부족한 걸 아니까 자극받고 싶은 거예요. 제 일을 더 잘하고 싶어서 하는 곁가지 같은 거죠."

자신에게 박한 것도 같은 이유다. 김혜수는 "내가 날 잘 알지 않나. 배우로서 어떤 부분이 취약한지 아니까 모른 척할 수 없다. (그러다 보면) 1mm라도 더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제가 김혜자 선생님처럼 훌륭한 배우는 아니잖아요. 모니터 보는 것도 힘들고 괴로울 때가 있어요. 그래서 좋은 배우를 만나 영향을 주고받으면 큰 힘이 되고 감사한 것 같아요."

◆ 두 가족의 아수라장

'지금 불륜'은 김혜수의 열연에 힘입어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역대 쿠팡플레이 시리즈 누적 시청량 1위에 올랐다. 최신 회차는 공개 첫 주 대비 시청량이 169% 증가했다.

김혜수는 "배우들은 새 작품 찍는다고 지인의 연락을 많이 받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번 작품은 달랐다. '다음 회차 빨리 내놔라', '대리만족 하고 있다'고 하더라"고 웃었다.

"현장 분위기가 정말 좋았어요. (특히) 이 감독이 장르적 이야기를 대중적으로 풀어가는 능력이 있는데, 같이 의견을 나누고 조율하면서 촬영이 잘 됐던 것 같아요."

종영까지 단 3회 남았다. 김혜수는 관전 포인트를 묻자 7회를 거론했다. "4명의 주요 인물들이 한꺼번에 만나 아수라장처럼 보여지는 장면이 있다"고 귀띔했다.

"대본에서는 진짜 재밌거든요. 막상 연기하려니 '이게 이렇게 된다고?' 겁도 났는데요. 배우들과 합을 맞추며 시너지가 커졌죠. 특히 7회가 정점이니까 기대해 주세요."

<사진제공=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쿠팡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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