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정태윤기자] "10년 넘게 고민한 이야기입니다." (허진호감독)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장에 울려 퍼진 한 발의 총성이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렸다.
반세기 가까이 의혹과 논쟁 속에 남아 있던 영부인 故 육영수 부인 암살 사건을 스크린으로 옮겨온다.
허진호 감독은 오랜 시간 망설였다. 실존 사건과 실존 인물을 다뤄야 한다는 부담 속에서, 균형 잡힌 시선으로 그날의 진실에 다가가는 길을 택했다.
영화 '암살자(들)'(감독 허진호) 측이 10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제작보고회를 열었다. 유해진, 박해일, 이민호, 허진호 감독 등이 자리했다.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영부인 저격 사건을 상상력으로 재구성했다. 의혹과 배후를 추적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개봉 전부터 제51회 토론토 국제영화제 갈라프레젠테이션 섹션에 초청되기도 했다. 허 감독은 "연기에 대한 칭찬이 많았다. 개봉 전 선물을 받은 기분"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허진호 감독은 '천문: 하늘에 묻는다', '덕혜옹주' 등 시대의 소용돌이 속에 놓인 인물들을 깊이 있게 조명해 왔다. 이번에도 시대의 공기를 치밀하게 포착한다.
이번엔 한 발의 총성에서 시작된 사건이 엇갈린 증언, 사라진 단서, 침묵하는 시대 분위기 속에서 어떻게 또 다른 질문으로 번져가는지 집요하게 파고든다.
공식 발표 뒤에 가려진 빈틈과 쉽게 설명되지 않는 정황들을 따라간다. 물론 실존 인물들이 있는 만큼, 균형 있는 시각이 중요했다.
허진호 감독은 "10년 넘게 고민했을 만큼 쉽지 않은 이야기였다.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럼에도 이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미스터리한 부분들이 제게 영화적으로 다가왔다"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균형된 시선과 객관된 시선을 가지고 풀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자료 조사를 하며 선입견을 가지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물론 영화이기 때문에 극대화시킬 수밖에 없었죠. 미스터리 추적극이라는 형식을 체택해 속도감 있게 만들려고 했습니다." (허진호)
영화 속 인물들은 당시 실존 인물들을 종합해서 창작해낸 캐릭터들이다. 유해진, 박해일, 이민호가 중심이 돼 극을 이끈다.
먼저 유해진이 중부서 경감 '철구' 역을 맡았다. 철구는 우직한 충성심으로 주어진 임무를 묵묵히 수행하는 인물이다. 위험한 수사의 최전선에서 동료의 안전과 명예를 지키고자 한다.
유해진은 "철구는 현장에서 사건을 목격한 경찰이다. 경찰의 본능적인 감각으로 사건에 의문을 갖고 발로 뛰는 인물이다. 박진감이 보여질 것"이라고 전했다.
연기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감정의 변화였다. 동료가 억울한 누명을 썼을 때, 다시 돌아왔을 때, 진실에 접근해 갈 때의 감정에 우선을 뒀다"고 설명했다.
박해일은 유해진에 대해 "선배님은 조선시대면 조선시대, 70년대에는 70년대에 있을 법한 리얼리티를 완성해주셔서 든든했다. 어떻게 해도 다 받아주셔서 얻어간 게 많다"고 공을 돌렸다.
박해일은 신문사 사회부 부장 '재환' 역으로 분했다. 재환은 무수한 검열과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사건의 진상을 규명해 나간다. 수많은 의문점의 조각을 하나의 거대한 그림으로 맞추어 나간다.
4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박해일은 "4년 만에 한 작품을 선보인다는 게 너무 설렌다"며 "감독님과는 '덕혜옹주' 이후 10년 만이다. 저라는 배우를 다시 찾아주셔서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캐릭터에 대해선 "쉽지 않은 역할이었다. (감독님이) 진실을 향해서 단단하고 노련미 있게 밀고 나가는 캐릭터를 해달라고 하셨다. 부담이 컸다"고 털어놨다.
허진호 감독은 "극중 재환은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인물이었다. 박해일 배우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며 "현장에서 신문사의 리더 역할인데, 촬영하면서도 모두가 호흡할 수 있도록 대화하고, 촬영이 없는 날에도 나와 대사를 맞춰주셨다"고 말했다.
유해진은 "예전에 '이끼'를 같이 했었다. 그때 (박해일에게) 부러웠던 게 눈이었다. 이번에 더 깊어진 게 느껴진다. 눈에서 나오는 그 에너지를 오랜만에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민호가 신문사 신입 지가 '영일'을 소화한다. 영일은 광복절 기념식 현장 취재를 맡았다. 눈앞에서 벌어진 충격적인 사건과 무고한 피해자를 가장 가까이에서 목격한다.
이민호는 "영일이 굉장히 동적인 에너지를 가진 활어 같은 느낌이었다. 아주 좋은 환경에서 올곶게 자랐지만, 가슴 한켠에 채워지지 않는 뭔가를 갈망하고, 진실에 대한 가치를 믿는 캐릭터를 연기했다"고 말했다.
허진호는 "(영일은) 신문사 신입이지만, 재벌집 막내 아들이다. 물불 가리지 않고 현장에 뛰어드는 인물이다. 몸 쓰는 장면이 많았는데, 사리지 않고 열심히 해줘서 고마웠다"고 전했다.
막내 이민호에게는 더할 나위없이 행복한 현장이었다. 그는 "한국 영화에서 존경받는 두 선배님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인격으로부터 시작된 품격이 좋은 배우를 만든다는 걸 느꼈다. 처음으로 안정감을 느끼며 연기할 수 있었다"고 떠올렸다.
'암살자(들)'은 추석 대목을 노린다. 유해진은 지난 설날 '왕의 남자'로 천만 흥행을 이끈 뒤, 다시 한번 명절 극장가를 사로잡는다.
유해진은 "요즘 극장에 혈색이 도는 것 같아 좋다. 저희 영화 덕에 더 혈색이 좋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그 시기, 모처럼 한국 작품들이 많이 나온다. 골라보실 수 있는 기회가 되실 것"이라고 전했다.
박해일은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인 만큼 배우로서 다가갈때 조심스럽고 예민했던 건 사실"이라면서도 "모든 제작진이 재밌는 장르에 집중해서 만들었다. 흥미롭게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이민호는 "추석에 선보이는 영화들이 각각 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장르가 다르다. 다 봐주시면 좋겠고, 저희 영화가 그 중 첫 번째로 선택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허진호 감독은 "제목에 왜 '(들)'이 붙는지는 영화를 보시면 아시게 될 것"이라며 "(들)이 붙음으로서 이 영화에 대한 호기심과 긴장감을 함께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암살자(들)'은 추석에 개봉한다.
<사진=이승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