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김지호기자] 2026년은, 누구나 인정하는 박지훈의 시대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로 천(육백)만 배우가 됐고, 백상 신인상까지 수상했다. 차기작인 tvN '취사병 전설이 되다'까지 대박이 터졌다.
그러나 지금 박지훈은, 달라진 것이 없다. 스스로를 경계하고, 차분해지려 애쓴다.
"백상 신인상, 천만배우…. 그 전이나 후나, 제 마음 가짐은 똑같습니다. 주어진 제 임무들을 그저 열심히 잘 해내는 거죠.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성과는 따라오지 않나 싶어요. 사실 상은 못 받아도 괜찮고요."
그는 자신의 좌우명으로, "들뜨지 말자"를 강조했다. "들뜨는 제 모습이 너무 너무 싫다. 천만 배우가 됐다고 어깨가 올라가고 으스대는 모습은 생각도 하기 싫다"고 질색해 웃음을 안겼다.
'디스패치'가 지난 2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박지훈과 라운드 인터뷰를 진행했다. 언제나 그랬듯이 메모지와 펜을 들고 질문을 경청하는 그는, 여전히 단단하고 올바른 배우였다.

◆ "웃기는 취사병이 왔다"
비극의 단종 이후 공개된 작품이, 이렇게 강렬한 '병맛'일 줄 누가 알았을까. 온 몸에 미역을 두르고 갸륵하게 웃고, 등뼈로 피리를 불어댄다. 코믹한 가발을 쓰고 춤을 추며 신들린 코미디 연기를 펼친다.
박지훈은 "저는 한 번도 제가 재밌다는 생각을 안 해 봤다. 오히려 그래서 (재밌는) 이 작품이 끌렸던 것 같다"며 "제가 어떻게 이 호흡을 주고받고, 재미난 걸 살릴 수 있을 지 궁금했다"며 출연 계기를 전했다.
자연 미남의 특권일까? 혹은 연기 열정일까. 그는 망가짐에 두려움이 없다. 예를 들어, 미역 천사. "실제로 미역 옷을 입고 찍었다. 어떻게 하면 재밌게 손을 뻗어 맞닿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만 있었다. 어려운 게 없었다"며 웃었다.
가장 신경쓴 부분은, 부대원들과의 호흡이다. "코믹한 부분이 많다보니 대본에 살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재밌었다. 찍으면서도 선배님들과 애드리브를 많이 추가했다. 호흡이 중요할 수밖에 없었다"고 떠올렸다.
예를 들어, 행보관에게 햄버거를 전해주는 신. "제발 한 번만 드셔달라"는 강성재(박지훈 분)의 대사는 애드리브다. "현장에서 즉흥으로 (윤경호) 선배님과 리허설 해보고, 마지막에 '흑백요리사'를 연상케 하는 신을 추가했다"고 밝혔다.
"아! 등갈비 신도 기억나요. 소품만 준비돼 있었고, 행동은 (대본에) 없었거든요. 제가 현장에서 '노래 하나만 틀어주심 안 될까요?' 했더니, 왈츠를 틀어주시더라고요. 거기 맞춰 '할 수 있는 걸 다 해보자' 하는 식으로 춤을 췄어요."

◆ "박지훈도, 어려웠다"
물론 어려운 점도 있었다. 게임 CG 연출 때문에, 크로마키 앞에서 하는 연기가 많았던 것. "제가 대본을 굉장히 천천히 읽는 스타일인데, 아무리 읽어도 잘 읽히지가 않고 상상이 안 됐다"고 회상했다.
"현장에서 제가 손짓을 어떻게 해야 할 지, 제가 무슨 행동을 해야 할 지 등이 어려웠어요. 정말 대사만 외워서 현장에서 다 만들어가야 했죠. 그런데, 지나고 보니 그게 오히려 제게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박지훈은 "허공을 보거나 손짓하는 건, 가이드 판넬만 있었다. 슛이 들어가면, 그 판넬을 빼서 허공을 보며 연기해야 했다"며 "머릿속에서 열심히 시뮬레이션을 돌렸다"고 설명했다.
"누군가와 대화하는 듯한 느낌을 드리고 싶었거든요.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성재가 가디언과 대화하거나 소통하고 있다는 걸 보여드리려고요. 보시는 분들이 심심하지 않게 시선 처리를 신경썼습니다."
코미디 속에서 중심을 잡는 것도 중요했다. "하다보니 자꾸 저도 (코미디에) 욕심이 생기더라. (다른 배우들의) 리액션이 코믹한데, 저까지 너무 가벼워져 버리면 안 되겠다 싶었다"며 "너무 과하게 가진 말자는 생각을 계속 가져갔다"고 짚었다.
그 마음이 드러난 것이 7회, 관철(강하경 분)의 할머니로 변신한 신이다. "관철의 중요한 감정 신이어서,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 저 때문에 감정이 깨질 수도 있지 않냐"며 "보시는 분들은 웃으셨겠지만, 현장의 저는 정숙을 유지했다"고 귀띔했다.

◆ "박지훈이 연기하는 법"
되짚어보면, 박지훈의 연기 역사에는 논란이 없다. 눈빛이라는 천재적인 재능을 갖고, 늘 그 이상의 것을 선보인다. 캐릭터마다 시쳇말로 '쪼'가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비결을 묻자, 자신의 연기 방식을 털어놓았다. "주입식 교육이라고 해야 할까. 조심스럽지만, 트레이닝이라는 방식이 저에게 맞지 않는 것 같다. 오히려 백지 상태에서 흡수하는 스타일 같다"고 밝혔다.
"대신 대본을 정말 천천히, 많이 봅니다. 대사 하나 하나 머릿속으로 이미지 메이킹을 하며 정독해요. 먼저 캐릭터가 어떤 분위기인지 공부하고, 그 다음 눈빛을 파악해요. '평소 이 사람은 어떤 습관을 가질까?' 하는 것들을 상상하며 캐릭터를 만들어 나가요."
그는 "제게는 현장이 정말 중요한 것 같다. 대사를 철저하게 외워 현장에 나간다. 상대 배우 분이 해 주시는 것을 보고, 흡수하고, 경청하고, (반대로) 표현하는 것"이라며 "이런 게 제 (연기) 스타일인 것 같다"고 전했다.
자신의 최대 장점인 눈빛에 대해서도 "작품에 몰입하고, 현장에서 (상대 배우가) 해주시는 것들을 받아서 돌려 드리는 것 뿐이다"며 "눈빛을 어떻게 하려고 특별히 노력하지는 않는다. 역할에 몰입해서 나오는 연기라고 생각한다"고 겸손한 답변을 했다.
"그래도 '왕사남' 때보다는 이번이 눈빛에 더 힘이 있을 것 같긴 합니다. 성재만의 강단있는 모습, 혹은 분노를 참을 때, 잠깐 나오는 서늘함…. 아시는 분들은 아실 수 있도록, 이런 것들을 넣어보자고 생각했어요."

◆ "순간에 최선을 다한다"
올해 상반기, 열일을 넘어 버닝 모드였다. 우선 배우로서 범접 불가 입지를 다졌다. 솔로 가수로서도 활동했고, '워너원'으로도 뭉쳤다. 팬미팅을 열고, 팬콘 투어를 시작했다. 아이돌과 배우를 겸업하며 누구보다 바쁜 상반기를 보냈다.
그는 "아이돌과 배우의 밸런스를 맞춰가고 싶은 바람"이라며 "그런데 계획대로 잘 되지는 않는 것 같다. (가수) 공백기도 길었기에, 이번 년도는 팬 분들과 만나는 시간을 더 소중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아쉬워 했다.
"워너원도 멤버 개개인의 스케쥴을 모두 맞추기가 정말 힘든데요. 그래도 저희가 모이면 좋아해 주시니, 무리해서라도 뭔가 더 해 보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어요. 추후 콘서트나 앨범 등 활동이 있다면 최선을 다해 보고 싶어요."
박지훈은 내년이면 중요한 터닝 포인트를 맞이한다. 바로 군백기가 기다리고 있는 것. 그러나 그는 불안하거나 초조하지 않다. 소문난 '밀덕'(밀리터리 덕후)답게, 군대마저 즐길 예정이다.
"입대요? 걱정도 없고, 부담도 없어요! 군 복무의 의무는 제가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재미있게 또 멋지게 잘 다녀올 생각입니다. 다치지만 않길 바라요. 저와 군대는 정말 잘 맞을 것 같습니다.(웃음)"
그는 "헬기에서 레펠 타고 뛰어내리는 강하 훈련을 하고 싶다. 산 속에서 생활도 해보고 싶다. 훈련 받는 게 제 로망이다"며 "해병수색대에 가고 싶다. 제가 심해를 무서워하는데, 그것도 극복하고 싶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제대 후 목표는 무엇일까. 박지훈은 "순간 순간, 제게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많은 분들이 믿고 보실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 시청자들과 에너지를 공감하고 싶다"고 소망했다.

<사진제공=티빙, YY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