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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남겨진 사람들의 시간은?"…박해수, '허수아비'의 이유

[Dispatch=김소정기자] "문제가 제기되어야지, 해소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박해수)

가슴을 꽉 막히게 만드는 답답함은 때론 '절대 잊지 않겠다'는 가장 강력한 다짐으로 변모한다. ENA '허수아비'가 그렇다. 사이다 판타지 대신, 묵직한 사회고발과 먹먹한 애도를 택했다.

이 작품의 중심에는 형사 '강태주' 역의 박해수가 있다. 강태주는 완벽한 형사가 아니다. 비극적인 사건 속에서 모든 걸 잃는다. 그럼에도 끝까지 '인간의 도리'와 '진실'을 지키려 애쓴다.

'디스패치'는 종영 하루 전, 박해수를 만났다. 마주 앉은 그에게선 강태주의 짙은 외로움이 배어 있었다. 여전히 상실의 감정이 고여 있었다.

◆ 실화의 두려움

사실 피해자와 유족이 있는 사건을 연기한다는 건, 배테랑 배우에게도 결코 쉽지 않았다. 박해수는 "솔직히 겁부터 났다. 태주가 겪어야 할 상황들이 너무 가혹했다"고 떠올렸다.

'허수아비'는 기존의 장르물처럼 진범을 찾는 쾌감에 집중하지 않는다. 공권력의 조작으로 누명을 쓴 이들, 자식을 잃은 피해자 가족들, 남겨진 자들의 30년 서사에 초점을 맞춘다.

이 때문에, 드라마는 시종일관 '고구마 서사'를 유지한다. 박해수는 이것이 바로 감독과 작가의 통찰이자, 이 드라마의 존재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이 어떤 아픔을 겪었는지, 피해자뿐 아니라 남겨진 주변 사람들까지 어떤 시간을 견뎌야 했는지를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철저한 고증은 드라마에 힘을 실었다. 박해수는 "감독님이 '그것이 알고 싶다' PD 출신이다. 고증에 필요한 방대한 자료를 갖고 계셨다. 실제로 보니 무섭고 참혹했다"고 전했다.

"저희 어머니가 많이 우셨어요. 제 캐릭터 때문이 아니고, 그때 피해자와 가족들, 억움함을 당한 청년들이 불쌍하다고요. 그게 저에게도 의미가 있었죠."

◆ 불완전한 강태주

강태주는 결코 정의감만 넘치는 슈퍼맨이 아니다. 출세욕을 갖고, 서울로 상경했다가 좌천되기도 하고 때로는 오판으로 비극을 자초하기도 한다.

"태주가 진실을 추구하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흔들려요. 동생 때문에 판단이 흐려지기도 하고, 사회적 압박과 스트레스 속에서 부서져요. 오히려 그 모습이 이해됐어요. 온전한 형사도, 영웅이 아니니까요."

박해수는 극 후반, 노년 강태주로 분한다. 박준우 감독은 세월의 흐름과 상실의 감정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년신을 촬영 후반부에 몰아서 배치했다.

노년의 강태주는 자신의 과오를 외면하지 않는다. 잘못 끼워진 단추를 스스로 바로잡으려고 노력한다. "현실에서 과연 이런 어른을 만날 수 있을까 싶었다. 강태주는 나보다 훨씬 큰 인간이다"라고 고백했다.

진범 이용우(정문성 분)와의 호흡은 지독하리만치 강렬했다. 극의 핵심 키를 쥔 두 사람의 노년신은 3~4일 만에 몰아서 진행됐다.

박해수는 "문성이 형과 대사를 다 외우고 연극처럼 찍었다. 범인이 빌드업되어 우상화되지 않는 연출이 좋았다. '별거 아냐 이 놈' 그런 느낌이 소름끼쳤다"고 말했다.

◆ 태주야 고생했다.

'허수아비'의 흥행 원동력은 이희준(차시영 역)과의 혐관(혐오 관계) 케미였다. 학교폭력 피해자와 가해자로 만난 두 사람은 성인이 된 후 형사와 검사로 재회하며 잔혹하게 얽힌다.

실제로도 두 사람은 연극 무대시절부터 20년 동안 우정을 쌓아온 사이다. 촬영 전에는 따로 연습실을 대여해 서로의 역할을 바꿔가며 즉흥극을 펼칠 정도로 철저하게 준비했다.

"희준이 형은 늘 존경하고 좋아하고 닮고 싶은 배우였어요. 사실 배우들끼리 그렇게 연습하는 게 사실 낯간지러울 수 있는데, 형 앞에서는 가면을 벗고 온전히 뛰어놀 수 있었어요."

강태주와 차시영은 '가정폭력 피해자의 아들'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졌다. 비록 극 중에서는 적으로 대립하지만, 박해수는 그 밑바탕에 깔린 오묘한 관계성에 대해서도 해석을 덧붙였다.

박해수는 "둘 사이에 공통분모가 존재해 은연중에 기댈 수 있는 부분이 있었을 거다. 드라마에는 나오지 않지만, 부둥켜 안고 놀았을 것 같다. 그랬기에 서로에게 기대한 것도 많고, 자라서도 어떤 희망을 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품명 '허수아비'가 상징하는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그는 "범인을 뜻하기도 하지만 시대상을 대변하는 것 같다. 태주도 허수아비처럼 되어간다. 권력에 잠식된 강자와 약자의 모습을 통틀어 이야기하는 제목 같다"이라고 짚었다.

박해수는 '허수아비'가 단순 범죄 스릴러를 넘어, 오래 기억되는 작품이길 바랐다. "천천히 잊혀지고, 기억해주실 분은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계속 신경 쓰고 인지하고 있었으면 좋겠다. (피해자분들께) 감히 위로의 말은 못 건네겠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마지막으로 박해수는 치열하게 살아 온, 강태주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작품 끝나면 잘 빠져나오는 편인데 , 방영되고 나서 저도 다시 들어가게 됐어요. 잘 보내주고 싶어요. 그리고 제가 태주를 잘 표현해줬는지 묻고도 싶고요. 나중에 꼭 만나보고 싶은 인물이에요. 태주야 고생했다!"

<사진제공=BH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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