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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내 눈빛에, 저장"…박지훈, 배우로 가는 길

[Dispatch=이아진기자] "캐릭터를 연구하고, 관찰하고, 나에 대입시켜 보고, 공부하는 시간. 그 자체가 흥미로워요." (박지훈)

박지훈은 드라마 '주몽'(2006)의 소금 장수 아들 역으로 연예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왕과 나'(2007), '일지매'(2008) 등에 단역으로 출연했다. 어린 나이부터 연기의 기초를 길렀다.

그렇게 자란 소년은 가요계에 신드롬을 일으켰다. '프로듀스 101 시즌2'에서 윙크 한 번으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내 마음속에 저장"이라는 유행어까지 탄생시켰다. 글로벌 팬덤의 지지를 받으며 인기 아이돌로 거듭났다.

그는 인기에 안주하지 않았다. 아이돌에 이어,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로맨스 코미디 드라마로 배우의 가능성을 열더니, 장르물까지 완벽하게 소화했다. 아이돌이라는 꼬리표를 완전히 떼어내기에 이르렀다.

그 배경에는 연기를 향한 열정이 있었다. 작품마다 캐릭터에 변주를 줬고, 연기를 성장시켰다. 독보적인 눈빛을 대중에게 각인시키며, 마침내 천만 배우 반열에 올랐다.

'디스패치'가 박지훈의 연기 인생을 짚어봤다.

◆ "꽃미남의 도전"

박지훈의 가장 큰 무기는 눈이다. 선하고 귀여운 분위기부터, 다크하고 우울한 감성까지 다채롭게 담아낸다. '워너원'이 인기의 정점에 올랐을 때, 많은 영화와 드라마 관계자들이 그 눈빛을 점찍었다.

'약한 영웅'의 마케팅을 담당했던 한 관계자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부터 배우로서 너무나 좋은 재목이라 생각했다. 아마 많은 제작자들이 그랬을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청순하고 맑은데, 눈빛에 깊이가 있다"고 호평했다.

그는, 배우 이병헌의 눈빛을 예로 들었다. "이병헌의 연기가 차원이 다른 이유는 눈빛이다. 그가 눈으로 말하면, 모두가 설득된다"며 "박지훈은 이병헌과 같은 눈빛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지훈은 아이돌 시절의 매력을 살린 역할들로 본격적인 배우 커리어를 시작했다. '조선혼담공작소 꽃파당'(2019)의 고영수와 '연애혁명'(2020)의 공주영 등이다. 애교를 기반으로 능글맞고 새침한 연기를 선보였다.

여기서 안주하지 않았다. 곧바로 '멀리서 보면 푸른 봄'(2021)을 택했다. 깊은 서사를 그리기 시작했다. 대학생 여준은 복잡한 내면을 요구하는 인물이었다. 가정폭력의 상처를 감추기 위해 철저히 밝은 웃음의 가면을 쓰고 다니는 성격 때문이다.

박지훈은 여준의 이면에 집중했다. 숨겨진 트라우마와 결핍, 분노를 파고들었다. 특히 번지점프에서 점프를 뛰는 순간 맑은 얼굴 위로 싸한 눈빛을 드러냈다. 무서운 도전 앞에서조차 평범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여준의 결함을 섬세하게 짚어낸 것.

◆ "아이돌 꼬리표를 떼다"

그 눈빛은 '약한영웅 Class 1'(2022)의 캐스팅으로 이어졌다. 박지훈은 아이돌 꼬리표를 떼기 위해, 강점을 확실히 발전시켰다. 자발적 아웃사이더 연시은 그 자체가 됐다.

초반에는 불안한 가정환경에서 오는 공허함과 예민함을 표현했다. 친구들과 가까워지면서부터는 눈빛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연시은의 인생에 친구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해시키며, 드라마의 서사를 확실하게 전달했다.

연시은은 친구 안수호(최현욱 분)가 혼수상태에 빠지자, 이성을 완전히 잃었다. 스스로 뺨을 사정없이 치며 폭주했다. 연시은이 자괴감과 분노를 온몸으로 털어내듯, 박지훈 역시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의 최대치를 불태웠다. '배우 박지훈'을 대중에게 확실히 각인시킨 순간이었다.

'약한 영웅' 관계자는 "1회 후반, 책으로 동급생을 때리는 신에서 악에 받친 표정 탓에 얼굴 살과 피부가 사정 없이 밀려 나갔다. 그런데 박지훈은 망가지는 데에 개의치 않더라. 포스터 촬영 때도 쿨했다. 그 흔한 보정 요구도 없더라"고 회상했다.

박지훈은 계속해서 스펙트럼을 넓혔다. 독립 영화로 스크린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세상 참 예쁜 오드리'(2024)에서는 치매 엄마를 둔 아들의 복잡한 심경을 담백하지만 설움이 섞인 톤으로 풀어냈다.

'환상연가'(2024)에서는 이중인격에 도전했다. 목소리부터 발음까지 완전히 다르게 소화하며 극과 극의 성격을 오갔다. 액션 공부에도 뛰어들었다. 이를 발판으로, '약한영웅2'(2025)에서 묵직한 싸움신을 선보였다.

◆ "한계를 넘다"

다방면으로 연기 내공이 쌓이자, 전성기가 열렸다. 박지훈은 영화 '왕과 사는 남자'(2026)에서 비극의 왕 단종을 연기했다. 실록에서조차 기록이 부족한 어린 왕을 자신만의 해석으로 선보였다. 먼저 15kg을 감량해, 피골이 상접한 몰골과 버석한 비주얼을 완성했다.

목소리 톤은 정교하게 쪼갰다. 극초반의 호흡은 위태롭게 연출했다. 유배지에서 협력자들을 만나며 점차 단단한 톤을 잡았다. 중간중간 소년 왕 특유의 활기까지 녹였다. 죽음을 앞두고는 서슬 퍼런 군주의 호령을 터트렸다.

여기에 전매특허 눈빛 연기까지 더했다. 다만 그 결은 전작들과 달랐다. 가정폭력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었다. 친구를 잃은 피폐함도 아니었다. 모든 것을 빼앗긴 군주의 절망 속에, 두려워하는 소년의 처연함을 동시에 담아냈다.

그의 연기는 관객들의 가슴을 아리게 만들었다. 평단, 관객, 업계 모두 극찬을 보냈다. 박지훈은 백상예술대상에서 영화 부문 '남자 신인 연기상'을 거머쥐었다. 드라마를 넘어, 상업 영화 주연으로서의 존재감도 입증하며 박지훈의 시대를 열었다.

박지훈의 행보가 더욱 흥미로운 이유는, 자신만의 독보적인 분야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사실, 박지훈은 최근 트렌드인 모델 같은 피지컬을 내세우는 배우는 아니다. 그러나 오히려 이 점을 활용해, 캐릭터의 서사에 일체화시켰다.

멜로 대신 장르물에 몸을 던졌다. 예를 들어, 덩치 큰 가해자들을 독기와 지략으로 짓누르는 연시은. 이 캐릭터는 박지훈이기에 가능했다. 단종 역시 가냘픈 체구를 만들어, 인생사의 비극성을 극대화했다.

"변신은 계속된다"

'왕사남' 이후 공개된 차기작도 탁월한 선택이다. '취사병 전설이 되다'(2026)로 B급 유머를 선보였다. 처연한 이미지에서 곧바로 180도 달라진 모습을 자랑했다. 천연덕스럽게 민속 춤을 추고, 미역 옷을 입으며, 할머니 분장까지 해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눈빛으로 또 하나의 소름 돋는 연기 포인트를 만들어냈다. 게임 연출이 바로 그것. 박지훈은 게임 창이 눈 앞에 떠 있다는 가정 하에, 허공을 보며 연기한다. 게임 창을 읽거나, 버튼을 만진다.

신기하게도 박지훈의 연기는 단 한 치의 위화감도 허용하지 않는다. 정교한 시선 처리로 화면 속 텍스트를 정확하게 쫓아간다. 웹툰 원작의 특수한 문법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박지훈은 현장 애티튜드로도 많은 사랑을 받는 배우다. 박지훈을 지켜본 한 관계자는 "마치 학구열 높은 모범생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센스가 있고 똑똑한데, 소탈하고 겸손하다. 까다롭지가 않다"며 "어느 현장에서나 미담이 나온다"고 전했다.

타고난 재능을 바탕으로, 무한대로 변신한다. 변주에 대한 두려움도, 망가짐에 대한 우려도 없다. 매 작품 한 단계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놀랍다. 그의 다음 페르소나가 벌써부터 기다려지는 이유다.

<사진출처=JTBC, 카카오TV, KBS-2TV, 플레이리스트, BCM백카스미디어, 쇼박스,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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