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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도전 아닌, 하고 싶었던 것"…박은빈, 장르 연기 히어로

[Dispatch=정태윤기자] 인터뷰 자리에 들어선 순간부터 이미 '은채니'였다. 화려한 패턴의 셔츠에 써본적 없는 스타일의 모자까지.

그는 작품 대본 리딩 때 입었던 옷을 그대로 입고 등장했다. 한켠에는 너덜너덜해진 대본이 쌓여 있었다.

"채니는 동네에서 개차반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확고한 캐릭터성을 가진 인물이잖아요. 그래서도 해본 적 없는 스타일에 도전했죠. 오늘은 채니의 이야기를 해야하잖아요. 외형의 도움이 필요해 다시 꺼내입었습니다."

배우 박은빈이 넷플릭스 시리즈 '원더풀스' 인터뷰에 참석했다. 그의 첫 히어로물 도전, 준비부터 달랐다.

◆ 히어로 도전

'원더풀스'는 초능력 코믹 어드벤처다. 1999년 세기 말, 우연히 초능력을 갖게 된 동네 모지리들이 평화를 위협하는 빌런에 맞서 세상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박은빈은 해성시 공식 개차반 '은채니' 역을 맡았다. 채니는 해성시에서 가장 잘나가는 '큰손식당'의 손녀이자, 시한부 소녀.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린 뒤 어느 날 갑자기 순간 이동 초능력을 얻게 된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함께한 유인식 감독과 재회했다. 그는 "'우영우' 촬영 당시 '원더풀스'에 대해 들었는데, 감독님의 오랜 로망 같은 작품이라고 하시더라"고 떠올렸다.

이어 "대본도 되게 신선했다. '나는 모월 모일 죽었다' 하고 시작하지 않나. 채니가 초반부터 죽어버리니까, 플롯에 대한 궁금증이 되게 컸다. 그리고 대사들이 너무 재미있었다"고 출연 계기를 전했다.

"감사하게도 되게 다양한 제안을 많이 해주세요. 덕분에 남들은 도전이라 생각할 수 있는 행보를 보이게 된 것 같습니다. 다만, 도전이라고 하는 순간 부담이 될 수 있겠더라고요. 해보고 싶었던 것을 시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해보고 있어요."

◆ 해성시의 개차반

그가 생각한 채니는 세상에 심통이 가득한 인물이었다. 하고 싶은 건 많은데, 심장에 제약이 걸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그런 것들이 채니를 삐뚤어지게 했다고 생각했다.

"채니는 심장이 약하니까, 오늘 할말을 참으면 내일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 세상을 향한 외침을 외적으로도 내적으로도 숨기지 않고 살았을 거예요. 그게 채니가 세상을 열심히 살아가는 방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박은빈은 내일이 없는 듯 자유분방하게 살아가는 채니를 온몸으로 표현했다. 장난기 가득한 눈빛과 주황빛 브리지 컬러에 비대칭 트윈 번 헤어 스타일. 여기에 해골 펜던트까지 더했다.

그는 "채니는 할머니의 아성과 어울리지 않게 한심한 시선을 많이 받는 인물"이라며 "외형적으로 범접할 수 없는 포스를 내고 싶어서 이것저것 제안을 했다"고 말했다.

◆ 결핍의 초능력

'원더풀스'의 초능력은 흥미롭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능력이 아닌, 저마다의 결핍에서 비롯된다. 시한부 선고로 해성시 밖을 벗어나지 못했던 채니가 순간이동 능력을 얻는 식이다.

박은빈은 "이렇게까지 몸을 많이 쓰게 될 거라곤 상상하지도 못했다"며 "모든 등장인물이 피땀눈물에 절여져 있었다"고 회상했다.

현장에 가서 가장 첫 번째로 한 일은 하네스 착용이었다. 그는 "이렇게 사람이 하루 종일 매달려 있을 수 있구나 싶었다"며 "와이어로 할 수 있는 모든 걸 경험해본 것 같다"고 털어놨다.

"어떤 위치에서 어디어 힘을 두느냐에 따라 구동이 달려지더라고요. 프레임 아웃 했다가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건 몇달 뒤에 찍기도 했고요. 그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했죠. 색다른 경험을 많이 시켜준 작품이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신은 마지막 장면. 채니가 히어로처럼 비행선에 올라타 초능력을 발휘하는 신이었다. 그는 "그 순간은 정말 채니가 되어 영웅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전했다.

"채니는 히어로가 되어 다시 삶을 부여받게 됐잖아요. 그런데 종말이 올 수도 있다는 두려움과 내가 세상을 지킬 수 있다는 영웅적 면모까지 여러가지가 느껴지면서 뿌듯하더라고요. 감독님께 마지막에 저를 히어로로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드렸죠."

◆ 코믹 → 액션 스릴러 감동

장르의 혼합도 눈길을 끈다. 코미디에서 액션으로, 스릴러에서 감동으로 숨 가쁘게 전환되는 구성이다. 그 전환이 생각보다 유기적으로 작동한다.

세기말의 거무튀튀한 무드를 바탕에 깔고, 채니의 돌직구 같은 밝음과 초능력이라는 재기발랄한 요소가 균형을 잡는다.

박은빈은 "채니가 다운되면 전체적으로 더 어두워질 수 있겠더라. 강력한 캐릭터성을 밀어붙여야 하는 숙제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장르가 왔다갔다 하는 부분은, 제가 진심을 잃지 않고 밀고 나간다면, 향상성을 줄 수 있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텐션을 잃지 않으려 했습니다."

여기에 박은빈, 차은우(운정 역), 최대훈(손경훈 역), 임성재(강로빈 역), 네 히어로의 티키타카는 그 위에서 작동하는 또 다른 재미다.

박은빈은 "현장은 비하인드 영상에서 비춰지는 모습이 그대로였다. 각자 가진 배우로서의 역량이 큰 사람들이 만났기 때문에 굳이 맞추지 않아도 호흡이 잘 맞았다"고 강조했다.

"데뷔 30년, 바람은…."

'원더풀스'는 박은빈의 첫 넷플릭스 시리즈 작품이다. 공개 3일 만에 글로벌 TOP 10 비영어 쇼 6위에 올랐고, 국내 TOP 10 시리즈 1위도 차지했다.

박은빈은 "'하이퍼나이프'로 첫 OTT 작품을 했다. 그때는 매주 2회씩 공개됐는데, 이번엔 시작과 동시에 끝을 봐주시다보니, 기분이 이상하다"고 밝혔다.

그는 "원래 라운드 인터뷰날이 캐릭터를 추억하고 잘 보내는 시간이다. 그런데 전편 공개는 처음이라 아직 보낼 준비가 안 됐는데 언제 작별하면 되는 건지 잘 모르겠다"며 웃었다.

"개인적인 생각을 덧대자면, 저를 기다려주는 팬 한분, 보고 싶어하는 시청자 한분이 있을 때까지가 그 생명력의 마지막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제 시작했으니, 마지막 사람에게 닿을 때까지 오래 기억되면 좋겠습니다."

벌써 데뷔 30년. 한 해도 쉬지 않고 드라마를 선보이고 있다. 그는 '드라마퀸'이라는 수식어에 대해 "흥행 보장은 할 수 없겠지만,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부담에 짙눌리지 않게 최대한 의연하게 버텨보려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어느새 30년이 지났는지 까마득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저의 자부심이라 하면, 1년에 한 작품씩 꼭 보여드렸다는 점인데요. 시청자분들의 여가를 내어주시는 귀중한 시간에, 이런 인물이 있다 설득시키고 캐릭터를 통해 전하고 싶은 말을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한편 박은빈은 오는 7월 18일 tvN 새 토일 드라마 '오싹한 연애'로 돌아올 예정이다.

<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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