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칸(프랑스)=정태윤기자] 레드카펫이 시작됐다. 배우 전지현이 걸음을 내딛는 순간. 팬들의 함성이 터지고, 플래시가 쏟아졌다. 칸의 밤이었다.
전지현은 그 순간을 이렇게 기억했다. "칸에 오는 건 영화인들의 꿈이지 않나. 꿈을 이루는 느낌도 들면서, 또 오고 싶다는 건강한 집착이 생겼다"고 털어놨다.
"사실 여성으로서, 배우로서 나이가 들면서 점점 이런 기회들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매일 해요. 감사한 마음으로 일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보내고 있어요."
영화 '군체'(감독 연상호) 월드 프리미어가 끝나고, 그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다음날. '디스패치'가 전지현을 만났다.

전지현은 영화 '암살'(2015년) 이후 11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했다. 그는 '군체' 시나리오를 받아들고 "이런 게 영화지"라고 생각했다.
그는 "장르적으로 강렬하게 보여주고, 하고 싶은 메시지까지 딱 담겨 있었다.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감독님께 '너무 감사합니다'하고 함께 하게 됐다"고 떠올렸다.
전지현이 연기한 '권세정'은 생물학 박사다. 봉쇄된 건물 안에서 좀비를 분석하고 역이용하는 인물. 극한의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다.
그는 "급박한 상황에서 사람의 본질이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그런 상황에서 세정이 중심을 잃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는 게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사실, 생사가 오가는 상황에서 이성적인 인물을 납득시키는 건 쉽지 않았다. 그러나 그 톤이 잡힌 건 한 장면에서였다.
권세정이 가까운 인물의 죽음 앞에서 감정을 삭히는 순간. 연상호 감독은 "거기서 세정의 전체적인 톤이 잡혔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전지현은 "감독님은 배우가 하는 건 무조건 맞다고 믿어주는 편"이라며 "그 믿음이 오히려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연 감독 역시 전지현이 해준 역할을 기억했다. "자기 연기에만 몰두해 있는 배우도 있는데, 전지현은 두루두루를 챙기며 주연 배우로서의 역할을 끝까지 해줬다"고 밝혔다.

전지현은 그간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해왔다. '엽기적인 그녀'의 당찬 여대생부터, '도둑들'의 능수능란한 소매치기, '암살'의 냉철한 저격수까지.
그는 "어릴 때부터 데뷔해 충분한 사회생활 없이 배우의 길을 걸어왔다. 그 공백을 채워준 건 캐릭터들이었다"고 털어놨다.
"저는 실수할까봐 두려움이 많아서 항상 뒤에서 보는 스타일이에요. 그런데 어릴 때부터 여러 캐릭터를 맡으면서 오히려 그 안에서 성장한 것 같아요.그게 다시 캐릭터에 힘을 줄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됐다고 생각하고요."
그 연장선에 권세정이 있었다. 급박한 상황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인물. 전지현은 "세정이가 너무 의로운 게 불만이기도 했지만, 그 단단함이 오히려 저한테도 배움이 됐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전지현은 이번 작품에 특별한 책임감을 전했다.
"요즘 극장가 흐름이 좋잖아요. '군체'가 한국 영화 부흥기에 부응할 수 있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는 책임감이 있습니다. 많은 관객들과 함께하고 싶어요."
한편 '군체'는 오는 21일 국내 개봉한다.
<사진=이호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