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정태윤기자] "2편은 2026년이어야 했어요." (메릴 스트립)
20년이 흘렀다. 예고편부터 역대급 기록을 세웠다. 티저 예고편은 공개 하루 만에 1억 8,15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지난해 가장 많이 본 영화 예고편이 됐다.
그만큼 모두가 기다렸다. 더 빨리 만났으면 좋지 않았을까. 그러나 메릴 스트립은 고개를 저었다. "1편은 아이폰이 출시되기 전의 이야기였다. 그런데 지금은 스마트폰이 모든 걸 바꾼 시대"라고 말했다.
이어 "인쇄와 엔터 업계가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이런 시점에 나올 수 있는 이야기로 완성했다. 이런 변화 속에서 등장하는 새로운 고민과 어려움, 헤쳐 나가는 과정을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감독 데이비드 프랭클) 측이 8일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내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메릴 스트립과 앤 해서웨이가 자리했다.

메릴 스트립은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그는 "안녕하세요"라는 서툰 한국어로 인사를 건네며 "비행기 위에서 산맥들을 보면서 너무 들떴다. 한국을 오는 건 처음인데, 가장 사랑하는 작품으로 방문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앤 해서웨이는 8년 만의 내한이다. 전날 가족들과 함께 도착했다. 그는 "짧게 와서 아쉽다. 별마당 도서관에 가보는 게 버킷리스트였는데, 주어진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걸 경험하려 한다"며 웃었다.
한국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메릴 스트립은 "한국의 바베큐에 관심이 정말 많다"면서 "손주가 6명이 있는데, '케이팝 데몬 헌터스' 이야기를 매일 한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 좋다"고 밝혔다.
앤 해서웨이는 "한국은 젊은 세대의 문화를 이끌고 있다. 패션과 스킨 케어 분야에서도 뛰어나다. 제가 실제 에디터라면 그런 분야와 더불어 박찬욱, 봉준호 감독도 인터뷰해 보고 싶다"고 털어놨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는 전설적인 패션 매거진 '런웨이'의 편집장 미란다(메릴 스트립 분)와 20년 만에 기획 에디터로 돌아온 앤디(앤 해서웨이 분)가 럭셔리 브랜드의 임원이 된 에밀리(에밀리 블런트 분)와 재회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완전히 달라진 미디어 환경 속에서 다시 한번 패션계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모든 커리어를 건다. 1편은 2006년 개봉 당시 전 세계 박스오피스 3억 2,600만 달러 이상의 흥행 수익을 거뒀다.
풋티지 상영을 통해 일부 내용을 볼 수 있었다. 속편은 20년 뒤의 패션계를 비춘다. 세월은 세 사람을 모두 바꿔놨다. 미란다는 여전히 방만하고 앤디는 미란다 앞에서 여전히 허둥댄다. 에밀리는 더 이상 비서가 아니다.
그런데 바뀐 것과 바뀌지 않은 것이 공존한다. 이 방식은, 영화가 건네는 가장 반가운 인사다. 미란다는 광고주 앞에서도 굽히지 않는다. 노안이 와서 안경 없이는 기사 타이틀도 못 읽는 몸이 됐지만, 태도만큼은 그대로다.
앤디는 언론인으로 성장했다. 기자상을 받는 순간에도 해고 문자를 받는 시대에 살지만, 자신의 소신을 잃지 않는다. 에밀리는 가장 변화가 큰 인물이다. 런웨이의 비서에서 럭셔리 브랜드 임원으로 변신했다.

20년 만의 만남은 어땠을까. 메릴 스트립은 "1편 때는 저희가 서로 잘 몰랐다. 캐릭터 때문에 혼자 트레일러에서 시간을 보낼 때가 많았다. 그런데 2편 때는 저희의 에너지가 다시 불붙고 생동감 있어진다. 앤뿐만 아니라 에밀리 블런트, 스탠리 투치와도 다시 보게 돼 좋았다"고 전했다.
앤 해서웨이는 "1편을 할 때는 젊은 연기자로서 내가 하는 것에만 매몰될 수 있는데, 메릴을 보며 연기는 어떻게 하는 건지 배웠다"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저희의 케미는 '메릴은 정말 잘하고, 저는 감탄한다'인 것 같다"고 치켜세웠다.
영화는 많은 변화를 비춘다. 메릴 스트립은 "2006년 당시에는 아이폰이 출시되기 전의 이야기였다. 지금은 다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지 않나. 빠르게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1편 마지막 장면에서 앤디가 분수대에 핸드폰을 던져버리고 런웨이를 떠납니다. 앤디는 진짜 언론인이 되고, 패션보다는 더 깊이 있는 언론 기자로서 일하게 돼죠. 2편에선 미란다가 겪는 어려움을 앤디도 겪게 됩니다." (메릴 스트립)
앤 해서웨이는 "디지털 혁명이 우리 삶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1편에선 22살,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인물이었다. 경험은 적은데 아이디어만 많은. 2편에선 자신의 삶을 충실히 살며 스킬도 쌓고 자신감이 쌓인 상태에서 미란다의 잠재적 파트너가 된다"고 스포했다.

1편에선 패션계를 넘어 남녀할 것 없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 메릴 스트립은 "여자분들이 좋아할 영화라는 건 알았지만, 그것보다 더 큰 성공을 했다. 남성들이 이 영화를 보고 '뭔가를 느꼈어'라고 말하는 건 쉽지 않는데, 미란다는 여성으로서 남성들의 공감도 끌어냈다"고 설명했다.
2편에선 또 한번의 경계선을 넘는다. 메릴 스트립은 "20년 동안 세계가 글로벌화 되면서 더 큰 야심을 갖게 된다. 굉장히 혼란스러운 상황들을 맞게 되지만, 거기서 살아나가는 걸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70세 이상의 여성이 보스 연기를 하는 건 보기 힘든데 제가 대표성을 가지고 맡게 돼 기쁘다"며 "50세가 넘은 여성들이 어느새 조금씩 사라지고 그들의 의견이 문화에 반영되지 못하는 일이 있는데, 미란다같이 존재감 강한 사람을 다시 보여드릴 수 있어 기쁘다"고 부연했다.

앤디 역시 또 한 번의 성장을 보여준다. 앤 해서웨이는 "전편은 저에게 정말 많은 걸 줬다. 세상에서 제일 멋진 여배우와 만나 많은 영향을 받았다. 이후 배우로서 많은 문이 열리고 기회가 생겼다. 그 도전을 통해 성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편에선 앤디가 자신의 돈으로 모든 공과금을 낸다. 이번엔 조금 더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공감하시길 바란다. 그리고 앤디의 따뜻한 에너지도 느끼실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마지막으로 메릴 스트립은 2편에 대해 "제가 '이것이 메시지입니다'라고 정의하고 싶진 않다. 사람마다 느낄 메시지가 다르기 때문이다. 일단 보시고, 재미를 느끼시고, 그저 여러분들이 느끼고 싶은 대로 느끼셨으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는 오는 29일 전 세계 최초로 극장에서 개봉한다.

<사진=송효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