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유하늘기자] '세계 최초 청각장애 아이돌'.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최초' 수식어다. 빅오션은 지난 2024년,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 위에 첫 발을 내디뎠다.
이들은 원래 아이돌이 아니었다. 지석은 데뷔 전 알파인 스키 선수였고, PJ는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활동했다. 찬연은 대학병원 청능사로 근무했다.
서로 다른 삶을 살던 멤버들을 하나로 모은 건, 장애를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이었다. 청각장애를 둘러싼 편견을 깨기 위해 아이돌 데뷔를 선택했다.
"장애라는 편견에 맞서 싸우며 치열한 삶을 살아왔습니다. 저희처럼 각자의 싸움을 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힘이 되고 싶었습니다." (지석)
빅오션이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쇼킹케이팝센터에서 3번째 미니 앨범 '더 그레이티스트 배틀'(THE GREATEST BATTLE) 발매 기념 미디어 쇼케이스를 열었다.

'더 그레이티스트 배틀'에는 총 8곡을 담았다. 더블 타이틀곡 '원 맨 아미'와 '콜드 문', '얼라이브', '백' 등이다. 전 트랙 인스트루멘탈(악기) 버전도 함께 준비했다.
이번 앨범의 키워드는 '전투'다. 기존의 밝고 희망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한층 강렬하고 절제된 분위기로 빅오션의 새로운 챕터를 예고했다.
트랙 구성 역시 '기적처럼 승리하는 전투'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얼라이브'로 살아 있음을 선언하고, '원 맨 아미'에서 홀로 싸움을 선택한다.
이어 '백'에서는 패배를 딛고 돌아오는 의지를, '콜드 문'에서는 절제된 감정을 통해 완성된 내적 성장을 그려냈다. 앨범 전체가 한 편의 전투극처럼 전개된다.

타이틀곡 '원 맨 아미'는 본격적인 전투의 시작을 알리는 곡이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끝내 승리하는 의지를 담았다.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을 모티브로 했다.
파도(팬덤명) 역시 이 서사와 맞닿아 있다. 울들목에서 거센 물살이 전세를 뒤바꾼 명량해전처럼, 팬들 역시 승리를 이끄는 원동력이라는 것.
멤버 전원이 작곡에 참여했다. 찬연은 "긴박한 분위기가 느껴지길 바랐다. 멤버들과 계속 의견을 주고받았다"며 "채택되진 못했지만, 작사에도 도전했다. 좋은 경험이었다"고 회상했다.
PJ는 "청각장애를 가진 작곡가의 작업 방식을 보며 음악을 이해하는 법을 배웠다"며 "장치의 도움을 받지만, 결국 몸의 감각과 근육의 힘으로 기억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떠올렸다.

멤버들은 이날 '원 맨 아미' 무대를 처음 선보였다. 서로 눈을 맞추며 군무를 완성했다. 묵직한 808 베이스와 전통 군악기 사운드로 전투의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퍼포먼스도 명량해전 콘셉트로 꾸몄다. 배를 형상화한 군무와 학익진 대형이 펼쳐졌다. 20명의 댄서가 수어 터팅으로 적군을 표현했다.
반면 '콜드 문'은 전투 이후 성숙해진 내면을 그린 곡이다. 경쾌한 신스팝에 뉴디스코 그루브를 더했다. 밝은 사운드와 대비되는 절제된 감정선이 인상적이다.
쉽고 중독적인 가사가 여운을 남긴다. 특히 후렴구 '유 앤 미 임파서블'에 맞춘 수어 동작이 포인트다. 지석은 "서로에게 끌리지만, 가까워질 수 없는 마음을 달과 지구에 비유했다"고 설명했다.

팀명 빅오션은 '바다처럼 무한한 잠재력으로 전 세계에 뻗어나가겠다'는 의미다.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전하고자 멤버들이 직접 지은 이름이다.
그러나 시작은 쉽지 않았다. 멤버마다 청력 정도가 달라 같은 박자와 리듬도 다르게 느껴졌다. 보조기기와 독순법(입술의 움직임을 보고 대화 내용을 알아내는 방법)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찬연은 "같은 소리라도 사람마다 빠르거나 느리게 들린다"며 "연습실 거울을 보며 동작을 맞추는 연습을 반복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가수에게는 익숙한 방식이지만, 우리에게는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며 "멤버들과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맞춰갔다"고 덧붙였다.

빅오션은 데뷔 전부터 글로벌 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브라질, 미국, 인도네시아 등 세계 각지에서 응원 메시지가 이어졌다. "용기를 내줘서 고맙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지석은 "정해진 틀 안에서만 꿈꿔야 하는 현실이 두려웠다"며 "음악을 몸으로 표현하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웃으며 말했다.
녹음 과정에서 도움을 받고 있는 인공지능(AI)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찬연은 "AI가 범죄에 악용되는 사례도 있다. 빅오션이 AI의 긍정적인 선례를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멤버들이 듣고 싶은 수식어는 '독기돌'이다. 지석은 "많은 분들이 '빅오션이 독기를 품었다'고 느껴주셨으면 좋겠다"고 진심을 전했다.
빅오션은 이날 오후 6시 주요 음원사이트를 통해 '더 그레이티스트 배틀'을 공개했다.

▲ 지석

▲ PJ

▲ 찬연
<사진=송효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