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정태윤기자] "따뜻한 밥 한 상이라고 생각하고 차렸습니다." (김태용 감독)
따뜻한 엄마의 음식이라는 보편적인 정서에 엄마와의 남은 숫자가 보인다는 독특한 설정을 더했다. 메시지는 명확하다. 영화가 끝나고 엄마와 한 끼라도 함께 하고 싶게 하겠다는 것.
배우 최우식과 장혜진은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 이후 다시 한번 모자로 재회했다. 다가오는 설날, 힐링 무비로 극장가를 울릴 예정이다.
최우식은 "시나리오를 읽으며 저도 성장했다. 영화의 맨 마지막 메시지를 보면서 같이 질문을 던져볼 수 있을 거다. 같이 성장하는 힐링 영화"라고 소개했다.
영화 '넘버원'(감독 김태용) 측이 29일 오후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언론시사회를 열었다. 배우 최우식, 장혜진, 공승연 등이 자리했다.

'넘버원'은 엄마의 음식을 먹을 때마다 하나씩 줄어드는 숫자가 보이기 시작한 하민(최우식 분)이 주인공이다. 그 숫자가 0이 되면 엄마(장혜진 분)가 죽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우와노 소라 작가의 단편 소설 '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는 328번 남았습니다' 원작을 각색했다. 일상적인 한 끼의 풍경에 시간이 숫자로 보인다는 판타지적 설정을 가져왔다.
김태용 감독은 "원작에는 음식이 두드러지지 않는다. 이 영화를 만들면서 엄마가 보고 싶을 때마다 엄마 음식을 따라 했는데, 그 맛이 잘 안 나더라. 그런 모습을 영화에 고스란히 담았다"고 밝혔다.
영화에는 김 감독의 개인적인 기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부산 음식인 소고깃국과 콩잎이 등장한다. 그가 어린 시절 엄마와 함께 다녔던 익숙한 도시를 고스란히 담기도 했다.
그는 "영화 '거인'도 제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라며 "그때 다녔던 노포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내 마음이 담겼던 음식을 배우, 스태프들과 같이 먹는다는 게 뜻깊었다"고 전했다.

김 감독은 최우식과 '거인' 이후 12년 만에 재회했다. 김 감독은 "'육아계에선 오은영이라면, 최우식은 나'라고 생각한다"며 캐스팅 이유를 밝혔다.
이어 "영화의 분위기가 '거인'과 정확히 반대다. 거인 때 우식이의 연기를 기적이라고 표현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며 "그때는 우식이가 저에게 기댔다면, 이번엔 제가 우식이에게 기댔다"고 치켜세웠다.
"사투리 연기가 굉장히 어려운데 디테일하게 공부를 해오더라고요. 주연배우로서 책임감이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김태용)
최우식은 부담감을 갖고 캐릭터를 준비했다. "'거인'을 좋아해 주신 분들이 많기에, 이번엔 어떻게 더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부담감이 있었다. 사실 제가 감독님께 많이 기댔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때 저는 24살, 감독님은 27살이었다. 서로 경험이 많이 없었기에 좋은 시너지가 나왔다고 생각한다"며 "지금은 경험이 쌓인 상태에서 하니 수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현장에서의 기억이 정말 즐겁게 남아 있어요. 제가 굳이 모니터까지 찾아가지 않아도 감독님은 다 알고 계셨어요. 정말 행복하게 연기를 했던 것 같아요." (최우식)

최우식과 장혜진과도 모자 호흡을 선보였다. 최우식은 "'기생충' 때는 가족들의 앙상블이 중요했다면, 이번엔 1:1로 교류해야 하는 신이 많았다. 이미 친한 상태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어색한 것 없이 연기했다"고 말했다.
장혜진은 "우식이가 실제 제 아들과 정말 닮았다. 얼굴도 성격도 너무 비슷해서 어려운 점이 없었다"며 "우식이의 연기를 보면서 '나도 저렇게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았다"고 전했다.
장혜진은 다양한 엄마 역할을 소화하고 있다. '넘버원'은 어떻게 달랐을까. 그는 "은실은 상처도 많이 받고, 힘든 일도 많이 겪어서 더 이상 눈물이 나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소개한 은실은, 참고 참다가 감정을 터뜨리는 사람이다. '어떻게 하노'가 아닌, '이렇게 해보자'며 다음을 생각하고, 그래서 일부러 농담으로 걱정을 대신하기도 하는 인물이다.
"엄마는 각자 다른 사연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은실은 자신의 삶을 열심히, 유쾌하게 살아가는 여자예요. 은실이 너무 가엽고 기특했어요. 저 같고, 저의 엄마 같고, 시어머니의 모습 같기도 해서 멀지 않게 느껴졌습니다." (장혜진)

장혜진에게 복병은 의외로 사투리 연기였다. 그는 부산 출신으로, 이미 다수의 작품에서 부산 사투리를 연기해 왔다.
그는 "사투리를 서울 사람들이 알아듣게 쓰면 '저게 부산 사투리냐'라는 소리를 듣고, 정말로 쓰면, '무슨 말인지 못 알아 듣겠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 정도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처음엔 (발음을) 뭉갰다가, 다시 정확히 해보기도 했다. 그런데 연기하면서 너무 신경이 쓰여서 그냥 마음 가는 대로 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장혜진에 대해 "선배님이랑 제가 같은 초등학교 출신이더라. 사투리는 말만 아니라 그 속에 있는 정서를 표현해야 하는데, 선배님은 제 마음을 알아서 캐치해주셨다"고 떠올렸다.
"후반 작업하면서 혜진선배와 함께한 것이 천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거인' 때 최우식을 만난 것처럼요. 선배님 없었으면 어떻게 완성했을까 싶어요." (김태용)

공승연은 하민의 여자친구 려은을 맡았다. 려은은 원작에는 없는 인물이다. 김 감독이 하민과 은실 사이에 다리 같은 역할을 만들고 싶어 추가한 캐릭터다.
그는 "려은의 '결핍은 결점이 아니라 가능성'이라는 대사처럼, 결점은 많지만 그걸 콤플렉스로 생각하지 않고 당당히 드러내는 단단한 친구"라고 소개했다.
영화에서 무거움 대신, 가벼움을 담당한다. 하민과 티키타카로 영화에 숨 쉴 공간을 담당한다. 공승연은 "감독님이 읽어주면 따라 읽으면서 말의 맛을 살리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영화의 엔딩 크레딧도 특별하다. 감독, 배우, 스태프들, 그리고 예비 관객들의 부모님 사진을 모아 보여준다. 장혜진은 "엔딩 크레딧 영상만으로도 하나의 작품"이라고 귀띔했다.
마지막으로 김태용 감독은 "저희는 먼저 우는 것이 아닌, 관객들이 울기까지 조용히 기다려주는 영화"라며 "따뜻한 밥 한 상이라 생각하고 차렸다. 그 다음 밥은 엄마와 먹을 수 있는 소중한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넘버원'은 다음 달 11일 극장에서 개봉한다.
<사진=이승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