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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것은, 거대한 헛수고다"…박찬욱, 어쩔 수가 없는 디테일

[Dispatch=김지호기자] ※ 이 인터뷰에는 영화 '어쩔수가없다'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영화 '어쩔수가없다'의 엔딩. 이병헌(만수 역)이 드디어 취업에 성공한다. 공장 소등 시스템의 시범 가동을 관리하는 일. 그는 공장을 배회하지만, 사실상 하는 일은 없다. 이건, 진짜 행운일까?

이병헌이 기세등등하게 퇴장하며, 마지막으로 하나 하나 불이 꺼진다. AI의 판단으로 기계가 인간을 밀어내는 장면이다. 그 텅 빈 공간은 암흑이 채운다. AI가 지배하는 세상, 인간은 무의미해진다.

박찬욱 감독은 잠들기 직전, 이 암흑 VFX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탄식했다. 그도 그럴 게, 이미 영화의 후반 작업이 모두 끝났다. 베니스영화제 심사용으로 제출까지 한 후였다.

그래도 그는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한밤중에, 암흑 VFX를 요구했다. "너 이거 할 수 있어? 아니, 꼭 해야 돼!" 마지막, 진짜 마지막, 진짜 진짜 마지막까지, (수정은) 어쩔수가 없었다.

'디스패치'가 최근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박찬욱 감독을 만났다. 이 영화에 기울인 마에스트로의 노력을 들을 수 있었다.

◆ 15년을 기다렸다

박 감독은 지난 2010년, 도널드 웨스트레이크 작가의 소설 '액스'(The Axe)의 판권을 사들였다. 각색을 시작한 건 그보다도 전이다. 그만큼 마음이 급했다. 초기 초고는 이경미 감독과 함께 집필했다.

"스토리 보드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만들었고요. 영화 전체의 로케이션 스카웃팅도 직접 했죠. 장소를 캐나다로도 생각하고, 뉴질랜드에서도 정하고, 무수히 많은 제지공장들과 주택들을 들여다보고…."

그러나 크랭크인 자체가 쉽지 않았다. "이런 과정을 다 거쳤는데도 무산되고 또 무산됐다. 한 작품이 끝나면 '도끼'를 만지고, 또 다른 작품을 하고 '도끼'를 만졌다. 그런 시간을 십여 년 넘게 보낸 셈"이라 회상했다.

주인공 '만수'는 처음부터, 이병헌이었다. 과거 이병헌이 할리우드에서 '지.아이.조'를 촬영하던 시절. 박 감독은 이병헌에게 "넌 너무 어리니 빨리 나이를 먹어라"고 채근했다.

15년 뒤, 드디어(?) 이병헌이 작품에 합류했다. "결국, (15년의 세월은) 이병헌을 만나기 위해서였다"며 웃었다. "이 영화를 일찍 만들었다면, 이병헌과 못 만났을 것"이라며 "당시엔 너무 젊지 않았냐"고 덧붙였다.

이병헌이라는 존재

그렇다면, 왜 이병헌이어야 했을까. 박 감독은 "이병헌이라는 배우는 그 누구보다 호소력이 강하다고 생각한다. 눈만 봐도 설득된다. 순간 순간 관객들이 홀딱 넘어간다"며 이병헌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극중 만수가 실수하거나 어리바리하게 굴면, 관객 입장에서 '아 저러면 안되는데!' 하고 안타까워하길 바랐죠. 그러다가 어느 순간, 관객이 '내가 왜 (만수의 살인을) 응원하지?' 하고 스스로 묻길 바랐습니다."

그는 "관객들이 '만수가 이젠 멈췄으면 좋겠다', '다른 해법을 찾았으면 좋겠다', '내가 이렇게 감정을 투자한 만수가, 더 이상 (범죄자로) 전락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왔다 갔다 하는 영화가 목표였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병헌은 감독의 바람을 성실히 또 완벽하게 수행한다. 행복의 절정에서 한 순간에 추락하고, 실직이라는 현실에 고통 받는다. 살인을 결심하고, 계획하고, 실행한다. 관객이라면, (도덕적) 혼란이 어쩔수가 없다.

"예를 들면, 만수가 범모(이성민 분)에게 '돈 못 벌면 집이라도 팔아!'라고 하죠. 이건 관객이 만수에게 하고 싶은 말일 겁니다. '그러는 넌 왜 그러냐?'고 묻는다면, 만수는 할 말이 없겠죠. 도덕적 질문을 끊임없이 하길 바랐습니다."

헛수고의 아이러니

이 작품에 흐르는 주된 정서는 블랙 코미디다. 한 남자의 연쇄 살인을, 웃프게 그린다. 박 감독은 "사실, 쓰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면서도 "원작보다 웃길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은 했다"고 말했다.

"3명의 공동 각본가가 있었는데, 그들에게도 '코미디로 웃기게 만들어달라'고 했습니다. 물론 피지컬 코미디로 발전할 줄은 몰랐지만요. 이병헌 역시 시나리오 읽고 가장 먼저 '웃어도 되냐'고 묻더라고요. 정확하게 읽었다고 답했습니다. "

20세기의 명작 '모던 타임즈'를 예로 들었다. "인생을 총체적으로 묘사하기 위해서는, 유머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다만 그 유머는 연민에 기초한 것이어야 한다. 냉소주의로 빠지는 건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작과의 근본적 차이도 소개했다. "제 영화의 드라마를 만든 부분은, '가족이 알게 된다'는 것"이라며 "만수가 자기 가족을 지키려고 하는 행동. 바로 그것 때문에 이 가정은 망가지고 붕괴된다. 이 거대한 패러독스가 원작과 다르다"고 짚었다.

"AI의 등장도 커다란 아이러니입니다. 사람 경쟁자들을 제거하니 결국 AI라는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나는 거죠. 제가 좋아하는 말은 '헛수고' 인데, 바로 '거대한 헛수고'라는 테마와 맞닿아 있습니다."

디테일, 어쩔수가없다

박찬욱 감독은 누구나 인정하는 완벽주의자다. 숨겨둔 디테일을 찾는 건, 그의 작품을 보는 재미 중 하나다. '어쩔수가없다'도 마찬가지. 작품에 있는 모든 요소들이 단 하나도 허투루 쓰이지 않는다.

예를 들면, 만수에게 살해당하는 피해자 3인방은 공통점이 많다. 범모, 시조(차승원 분), 선출(박희순 분). 그들은 모두 만수와 무언가를 공유하는 분신들이다. 제지 전문가, 알콜중독, 해고당한 백수, 딸 사랑….

흥미로운 건, 이병헌·차승원·박희순이 모두 1970년생이라는 것. (이성민만 유일하게 1968년생이다.) 박 감독은 "만수의 피해자들이 만수의 분신이라는 점이 대 원칙이었다. 때문에 동갑이면 가장 좋고, 비슷한 연배이길 바랐다"고 말했다.

집이 자연 친화적이며, 캐릭터들이 집에 애착을 가졌다는 점도 공통 분모다. "만수와 선출은 집에 집착한다. 범모의 집은 장인의 집이지만, 거기에 음악감상실이 있다. 음향을 위해 골판지와 제지들을 붙인다"고 소개했다.

"미리(손예진 분)가 전화로 만수에게 식물인간이라고 놀리는 대사가 있어요. 만수 집의 핵심은 자연 환경, 계절의 변화를 담는 것이었죠. 그래서 오프닝을 여름의 절정에 찍었고요. 낙엽지고, 찬바람 불고, 겨울을 예고하는 비가 올 때 영화가 끝납니다."

거장의 오늘, 그리고 내일

영화는 이미 해외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25일 기준, 아직도 '로튼 토마토' 100%를 유지하고 있다. 오스카 레이스의 시작이라 불리는 토론토 국제 영화제에서 관객상도 수상했다.

국내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거장의 작품인 데다, 국내 대표 배우들의 열연까지 보장된 작품. 현재까지는, 관객 반응이 엇갈린다. "역시 박찬욱"이라는 후기가, 긍정과 부정을 동시에 내포한다.

박찬욱 감독은 평온함을 유지하고 있다. "작품할 때엔 기를 쓰고 하지만, 그 외 평소에는 크게 노력하지 않는다. 별로 긴장하지도, 기대하지 않는 성격이다. 천성이 그런 것 같다. 평가에 대해서도 덤덤한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작품에선, 배우들과의 만남이 제일 중요했다. 이병헌과 서로 말로만 '작품 같이 하자'고 25년을 말해오다가, 드디어 성사가 됐다"며 "다른 처음 만나는 배우들도 너무 좋았다"고 했다.

"만수나 범모는 직업인으로서의 정체성이 자신의 전부인 사람들입니다. 영화에선 그걸 어리석다고 묘사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저 자신이 그런 것에 대해서 반성도 됩니다. 너무 모든 것을 (작업에) 쏟지 않으며, 현명하게 살고 싶습니다."

<사진제공=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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