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 | 부산=유하늘기자] 5살, 처음 연기를 시작했다. 어떤 이들은 이 배우의 시작을 처음부터 지켜봤을 것이다. 또 다른 이들은 함께 성장했다.
아역 시절 '친절한 금자씨'(2005)로 얼굴을 알렸다. 이후 '추격자'(2008), '해운대'(2009), '동창생'(2013), '우아한 거짓말'(2014), '비밀'(2015) 등 다양한 장르를 거쳐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배우 김유정이 18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동서대학교 소향씨어터 신한카드홀에서 열린 '액터스 하우스'에 참석했다. 연기에 대한 진심과 성장 과정을 들을 수 있었다.
이날 현장은 글로벌 관객들로 가득 찼다. 팬들은 뜨거운 환호로 맞이했다. 김유정은 "자리를 채워주셔서 감사하다"며 허리 숙여 인사했다.
김유정은 온 스크린 초청작 '친애하는 X'로 부산을 찾았다. 지옥을 벗어나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는 백아진 역을 맡았다. 오는 11월 공개를 앞두고 있다.
강렬한 변신을 알렸다. 백아진은 극한의 욕망과 절제를 동시에 짊어진 인물이다. 김유정은 "이전의 밝고 긍정적인 캐릭터와는 완전히 다른 역할"이라고 밝혔다.
그는 "처음엔 해보지 않은 역할에 대한 두려움이 앞섰다"면서도 "지금 도전하지 않으면 인생의 중요한 경험을 놓칠 것 같았다"고 출연 계기를 밝혔다.
이응복 감독과의 호흡에 대해선 "감독님이 배우로서 존중해주셨다. 캐릭터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구체적으로 알려주셨다"며 "덕분에 새 역할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김유정은 최연소로 부산국제영화제 '액터스 하우스'의 주인공이 됐다. 그는 "좋아하는 곳에서 많은 분들과 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영광이다"고 소감을 전했다.
BIFF와의 인연도 남다르다. 아역 시절 출연한 '친절한 금자씨'(2005), '비밀'(2015) 등 여러 작품이 영화제에 초청됐다. 지난 2013년에는 '동창생'으로 처음 레드카펫을 밟았다.
김유정은 "당시 많은 분들이 환영해주셨다. 그 열기가 아직도 생생하다"며 "그 뒤로도 영화제에 올 때마다 강한 에너지를 얻고 돌아간다"고 떠올렸다.
이어 "기억이 안 나는 시점부터 연기를 시작했다"며 "이전에는 주어진 일을 본능적으로 소화했다면, 지금은 스스로 선택한다. 이제는 연기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어느덧 데뷔 22년 차. 인생의 절반 이상을 연기에 바쳐왔다. 김유정은 어린 시절부터 대선배들과 호흡해오며 많은 것을 터득해왔다.
그는 연기를 '마인드맵'에 비유했다. "인물마다 뻗어나가는 가지들의 모양이 제각각이다. 색깔, 모양, 길이 등 모두 다르다"며 "연기하면서 마인드맵을 짜듯 캐릭터를 구성하고 다듬는다"고 말했다.
현장에서의 특별한 일화도 소개했다. "늘 누군가의 아역으로 출연하다가, 제 아역이 처음 나온 적이 있었다. 뭉클했다. 현장에서 제일 사랑하고 싶은 존재였다"고 회상했다.
"다들 저를 이모, 삼촌의 마음으로 바라봐주셨죠. 지금의 저도 자연스럽게 그 눈빛을 하고 있더라고요. 경험하고 나니,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봐줬던 어른들이 생각납니다."
성인이 된 뒤로는 의도적으로 밝은 캐릭터를 찾기 시작했다. 그는 "어린 시절 맡았던 역할들이 주로 가혹한 현실을 반영했다"며 "성인이 되어서는 긍정적인 태도로 세상을 바라보고, 그 힘을 나누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김유정은 최근 다녀온 산티아고 순례길 후일담도 전했다. "33일간 매일 걷다 보니 두려움을 내려놓게 됐다. 이제는 '그냥 걷자'가 '그냥 하자', '그냥 즐기자'로 바뀌었다"며 웃었다.
"많은 분들이 '그곳에 가기 전과 후로 인생이 나뉜다'고들 하잖아요. 정말 그런 것 같아요. 가치관도 성립됐고, 시야도 더 넓어졌습니다. 연기할 때도 용기내서 해내는 순간도 더 많아졌고요."
새로운 역할에 대한 도전 의지도 강조했다. "언젠가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을 연기해보고 싶다"며 "지금 나이는 사회초년생이라 어려움이 있다. 아직은 꿈을 꾸는 역할 위주로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팬들에게 진심을 전했다. "오늘 이 시간이 헛되지 않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좋은 배우로서, 좋은 작품으로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사진=정영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