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김지호기자] 왜 아직도 극장이 필요한가?
영화 '아바타:불과 재'(이하 '아바타3')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이다. '아바타3'는 극장에서만 가능한 체험이 무엇인지, 러닝타임 197분 동안 집요하게 증명한다. 한 마디로, 기술의 예술이다.
메마른 국내 극장가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아바타3' 덕분이다. 이미 개봉 전에만 60만 장의 티켓을 팔았고, 관객평도 극찬 세례다. IMAX관, 4DX, 3DX를 추천하는 온라인 후기가 쏟아진다.
그도 그럴 게, '아바타3'의 기술력은 압도적이다. 제작비 4억 달러(약 5,900억 원)를 쏟아부었다. 3,000명 이상의 스태프가 4년 넘게 3,500개의 VFX 샷을 만들어냈다. 영화의 전 장면을 특수효과로 채웠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 스스로도 "머릿속으로 상상한 이미지를 그대로 구현할 수 있는 단계에 왔다"며 기술적 진보를 실감했을 정도다. 영화를 보고 나면, 이 인터뷰가 과장이 아님을 실감하게 된다.

특히, 전작 '아바타 : 물의 길'에서 봤던 수중 시퀀스가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하늘 사람들의 흉포함에 맞서는 툴쿤들의 위대한 선택, 그리고 나비족들의 투쟁이 장엄하고 스펙타클하게 어우러진다.
그 외의 모든 장면도, 시쳇말로 '눈뽕' 체험을 하기 충분하다. 판도라 행성을 아름답게 드러내고, 잔인하게 파괴하고, 치열하게 방어했다. 티켓값을 톡톡히 했다는 관람평이 쏟아지는 이유다.
경이로운 시각 체험에 걸맞게, 스토리도 진일보했다. 침략->판도라의 투쟁->에이와의 개입(?)->극적 승리라는 기승전결 구조를 기반으로, 좀더 디테일한 서사를 보여준다.

특히 재의 부족 망콴족은 '아바타' 시리즈의 주제 의식을 명확하게 만드는 선택이다. 망콴족은 에이와 여신을 거부하고, 손에 하늘 사람들의 총을 들어 가해자 포지션에 서는 부족이다.
'아바타' 시리즈의 하늘 사람들은 미국 제국주의 잔혹사의 재현이다. 망콴족은 제국주의 논리에 동화된 원주민이, 가해자가 되는 순간을 담는다. 물론, 이 동맹이 절대 동등하지 않다는 점은 명백하다.
키리(시고니 위버 분)의 능력과 정체성도 여전히 신비했다. 키리와 에이와 여신의 투샷도 계속해서 기억에 남는 장면이다. 스파이더(잭 챔피언 분)의 신체적 변화도 그 다음을 궁금하게 한다.
다만, 한계도 분명하다. 동어 반복은 주제 의식을 강화하지만, 거꾸로 신선도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그 중에서도 납치와 구출의 반복이 지나치다. 쿼리치 대령(스티븐 랭 분) 역시, 3편에서 퇴장한다면 적절하다.

<사진출처=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