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정태윤기자] 럭비는 국내에선 아직 비인기 종목이다. 게임의 룰을 제대로 아는 대중도 드물다. 이런 스포츠를 드라마로 옮겼다.
과연 통할까 우려도 있었지만, 결과는 합격점이었다. 첫회 시청률은 최고 4.8%로 출발했다. 6회는 8.3%까지 치솟았다. 약 2배 가까운 상승이다.
종목은 낯설지만 전형적인 스포츠의 길을 따른다. 요약하자면 '꼴찌 팀의 기적'. 실력을 인정받지 못하던 팀이 시련과 한계를 극복하며 성장한다.
익숙한 구조 속에서도 차별화 포인트를 더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코믹함이다. 그 중심에는 코미디로 돌아온 배우 윤계상이 있었다.
여기에 라이징 배우들이 럭비부로 뭉쳤다. 청춘의 패기를 뜨겁게 발산했다. 투박하지만 진하게 하나되는 과정을 그리며 시청자들의 응원을 끌어냈다.
다음은 SBS-TV '트라이: 우리는 기적이 된다'(극본 임진아, 연출 장영석, 이하 '트라이')의 기적 포인트다.
◆ 스포츠물 | 궤적을 알 수 없는 럭비공처럼
지난 2019년 SBS-TV '스토브리그'는 본격 스포츠물 흥행의 물꼬를 텄다. '야구팬만 보는 드라마가 될 것'이라는 우려를 깨고 흥행에 성공했다.
'라켓소년단'(2021년)은 청소년 배드민턴을 다뤘다. 힐링 스포츠물로 호평받았다. 그 바통을 '트라이'가 이어받았다. 이번엔 럭비를 전면에 세웠다.
야구나 배드민턴 보다 다이나믹한 플레이로 장르적 재미를 살렸다. 시원한 러닝 스피드와 파워풀한 충돌이 동시에 펼쳐져 볼거리를 만들어냈다.
비인기 종목이라는 약점은 전형적인 성장 서사로 풀었다. 한양체고 럭비부는 26전 25패 1무의 최약체. 감독 부재, 무너진 팀워크 속 참 스승을 만나 성장한다.
드라마는 럭비의 특성을 삶에 비유한다. 양쪽 끝이 뾰족한 타원형 모양의 럭비공은 궤적을 예측하기 어렵다. 어디로 튈지 모를 공을 붙잡기 위해 수많은 시도와 도전이 이어진다.
득점 방식 역시 골이 아닌, '트라이'다. 장애물을 넘고 부딪히며 골라인 너머에 공을 내리꽂아야 한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목표를 향해 달리지만, 여정이 어디로 향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 투박한 은유를 선수들의 땀방울을 통해 전달한다. 온몸으로 버티며 전진하고, 마침내 기회를 잡아 잔디에 공을 누르는 순간.
이들의 도전은 우리의 삶과 닮아 있기에 더 뜨겁게 응원하게 된다.
◆ 윤계상 | 영리한 웃음과 진심
치열한 스포츠의 세계에 코미디로 윤활류를 부었다. 그 중심에는 괴짜 감독 주가람(윤계상 분)이 있다. 가람은 한때 선수로 아이돌급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도핑 스캔들로 불명예 은퇴 후 잠적했다. 3년 만에 만년 꼴찌 럭비부 신임 감독으로 복귀한다. 폐부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윤계상은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감자별 2013QR3' 등, 시트콤의 모습을 다시 꺼냈다.우스꽝스러운 표정, '킹받게' 하는 말투와 똘기로 빌런들을 흔들었다.
한없이 가벼워 보이지만, 본질을 꿰뚫는 눈은 매서웠다. 가람은 낙인 때문에 럭비부의 신임을 얻지 못했지다. 그러나 진심으로 다가갔다.
연습장을 이탈한 성준(김요한 분)의 집에 찾아가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성준이 발목 부상을 걱정하며 자신의 신발을 척 내주기도 했다.
가람은 럭비팀에게 "너희들은 실패하지 않게 해주겠다"며 진심으로 임했다. 스카우터 영업을 위해 문전박대를 당해도 문을 두드리고 또 두드렸다.
가람은 자신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후배들이 같은 길을 걷지 않도록 이끌었다. 그의 장난스럽지만, 뜨거운 진심에 시청자들도 위안을 얻었다.
◆ 루키즈 | 김요한 성장했고, 김단 발견했다
럭비부는 신예 연기자들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김요한이 구심점이 돼 이끌었다. KBS-2TV '학교 2021' 이후 4년 만에 드라마로 복귀했다.
만년 꼴찌 럭비부를 이끄는 주장 '윤성준'으로 변신했다. 성준은 타고난 능력보다는, 피나는 노력이 더 어울리는 FM 선수다. 숱한 위기 속에서도 팀을 지키려 한다.
김요한은 풋풋한 얼굴에 깊이를 추가했다. 냉혹한 스포츠 세계. 그 속에서 축구 국가대표인 쌍둥이 동생과 끊임없이 비교당하며 느끼는 감정을 다채롭게 그려냈다.
외면도 윤성준과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했다. 김요한은 실제로 태권도 선수 출신이다. 타고난 운동 신경으로 럭비 경기신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촬영 전 3개월간 럭비 선수들과 함께 훈련을 받으며 완벽한 체격을 완성했다. 덕분에 2회, 성준이 트라이를 성공시키는 순간도 짜릿하게 표현됐다.
김단은 안방극장 데뷔작이다. '트라이'가 찾아낸 숨은 보물이다. 피지컬 천재 '문웅'으로 등장했다. 한양체고 럭비부를 살릴 뉴페이스다.
순수한 얼굴과 사투리 연기로 풋풋한 얼굴을 그렸다. 깊이 있는 감정신도 훌륭히 소화했다. 문웅은 럭비를 반대하는 아버지 때문에 꿈을 숨겨왔다.
가람을 만나며 럭비를 향한 진심을 담담히, 또 폭발적으로 토해냈다. 타고난 운동 신경과 순수한 열정이 만나 활기 넘치는 에너지를 전달했다.
'트라이'는 낯선 종목을 익숙한 성상 서사와 매력적인 캐릭터로 풀어냈다. 스포츠물의 전형 속에서 또 하나의 기적 이야기를 완성했다.
이제 반환점을 돌았다. 가람의 중증 근무력증 상태가 알려지며 위기에 직면했다. 한양체고 럭비부는 무사히 첫 경기를 마칠 수 있을까.
'트라이'는 15일 오후 9시 50분 7회를 방송한다.
<사진출처=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