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이명주기자] “여러분, 보고 싶었어요.”
김히어라, 아니 프리다 칼로가 관객들에게 안부를 물었다. 공연 도중 “정말 보고 싶었다”고 인사했다.
지나간 날들을 회상했다. 가상의 토크쇼 주인공이 됐다. ‘고통의 여왕’이 겪었던 아픔과 상처를 하나씩, 또 하나씩 꺼내 보였다.
‘디스패치’가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NOL유니플렉스를 찾았다. 뮤지컬 ‘프리다’를 관람했다.
이날 공연은 김히어라, 아이키, 이지연, 박시인 페어로 진행됐다. 이들이 여러 캐릭터를 넘나들며 프리다의 삶을 무대로 옮겼다.
‘프리다’는 멕시코 화가 프리다 칼로의 마지막 순간을 담은 창작극이다. 그가 토크쇼 ‘더 라스트 나이트 쇼’(The Last Night Show)에 출연한 상황을 가정하여 스토리가 진행된다.
액자식 구성으로 해석의 여지를 넓혔다. 프리다의 입을 통해 과거를 다방면에서 촘촘하게 들여다본다.
무대 위 재연도 있다. 인생의 변곡점들이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이어졌다. 관객으로 하여금 사건의 한복판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줬다.
김히어라는 약 2년 만에 무대로 복귀했다. ‘프리다’ 재연 때와 마찬가지로 프리다 역을 맡았다. 김소향, 김지우, 정유지와 쿼드러플 캐스팅됐다.
겉모습부터 프리다 그 자체였다. 짙은 눈썹과 새까만 머리카락, 온몸을 감싼 코르셋 등으로 캐릭터와 완벽한 합을 이뤘다.
감정의 파고 또한 섬세하게 표현했다. 인생 사이렌이 울리는 순간마다 완급을 조절했다. 처연하면서도 대담한 연기로 극의 몰입을 도왔다.
특히 넘버 소화력이 이전 시리즈에 비해 일취월장했다. 그가 ‘코르셋’(Corset)을 부르자 객석 곳곳에서 감탄사가 들렸다.
‘난 프리다 칼로/ 괜찮아 달라질 뿐/ 사라진 건 아니니까’, ‘피하지 않아/ 다만 견딜 뿐’ 구간에선 폭발적인 고음을 내질렀다. 무대를 압도하는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디에고’(Diego)는 감정의 밑바닥을 건드렸다. 각 마디에 절절한 그리움을 담아냈다. 읊조리는 듯한 창법으로 슬픔을 극대화했다.
클라이맥스는 그의 독무였다. 김히어라는 꽃잎이 떨어지는 무대 한가운데에 서서 고통을 춤으로 승화했다. “미친 듯이 그려야 해. 그림은 내 고통의 유일한 탈출구”라고 노래했다.
첫 공연이었던 만큼 개인적인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프리다 아빠가 천장에 거울을 달아준 것처럼, 내게도 쓰러졌을 때 포기하지 말라고 알려준 가족이 있다”고 했다.
대학 졸업 후 처음으로 가족들이 공연을 보러 왔다고 언급했다. 다시, 무대에 오른 딸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여러분에게도 ‘거울’처럼 힘이 되는 무언가가 있으시겠죠? (그렇다면) 충분한 삶 아닐까요. 행복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편 뮤지컬 ‘프리다’는 오는 9월 7일까지 NOL 유니플렉스 1관에서 공연된다.
<사진=EMK뮤지컬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