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이명주기자] 역대급 '롱디' 연애다.
연인과의 거리는 무려 2억 2,250만 km. 한 명은 지구, 또 다른 한 명은 화성에서 서로의 안녕을 기원한다.
아름다운 러브 스토리가 찾아왔다. 보는 내내 미소가 지어지고, 마음이 포근해진다. 급기야 눈가까지 촉촉하게 만드는 '이 별에 필요한'(감독 한지원)이다.
'현실'에 가까운 서사를 '초현실'적으로 그려냈다. 96분간 청춘들의 성장기가 펼쳐졌다. 주인공들은 서로를 향한 굳건한 사랑을 자양분 삼아 기꺼이 전진했다.
넷플릭스 영화 '이 별에 필요한'(감독 한지원) 측이 27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언론 시사회를 열었다.
시사회 직후 간담회도 진행됐다. 한지원 감독을 비롯해 배우 김태리, 홍경이 참석했다. 작품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이 별에 필요한'은 넷플릭스의 첫 번째 한국 애니메이션이다. 2050년 서울을 배경으로 한다. 두 청춘 남녀가 꿈과 사랑을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다.
제목엔 중의적 표현이 사용됐다. 한지원 감독은 "지구라는 '이 별'과 멀리 떨어져야 하는 연인의 '이별'이라는 의미 모두를 담았다"고 소개했다.
"작품 속 이별은 (연인들 사이의) 헤어짐만 상징하는 게 아니에요. 내면의 상처, 트라우마 등과 이별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다루고 싶었어요."
이 영화는 시각적 쾌감이 상당하다. 근미래 서울을 2D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했다. 세운상가, 노들섬, 서울역사 등 익숙한 공간에 미래적인 요소들을 가미, 보는 즐거움을 더했다.
감독 취향이 반영됐다. 한지원 감독은 "평소 자주 가는 장소들이다. 매일 보는 풍경을 다루기로 방향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김태리와 홍경은 첫 목소리 연기에 도전했다. 김태리가 최첨단 기술을 연구하는 우주인 난영을 맡았다. 화성 탐사의 꿈을 향해 직진하는 인물이다.
애니메이션 더빙은 어린 시절부터 품고 있었던 꿈이었다. "(처음 제안이 들어왔을 때) 꿈만 같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었다. 처음 해보는 작업이다. 영어 대사도 현지인처럼 해내야 했다. 김태리는 "내 전문 분야가 아니지 않나. (솔직히) 걱정이 됐다"고 고백했다.
"감독님이 함께하고 싶은 이유를 말해줬거든요. (그걸 들으니)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죠. 또 영화로 만들어지면 어떤 그림일까 궁금했어요."
홍경은 뮤지션의 꿈을 잠시 접어둔 제이로 분했다. 제이는 밝은 에너지와 달리 내면에 어두운 그림자를 품은 캐릭터다.
그는 "주저 없이 하고 싶었다"고 했다. "시나리오 자체가 매력적이었다. 2050년이면 상상만 할 수 있는 미래인데 감독의 작화가 추가됐을 때 흥미로울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 모두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쳤다. 김태리는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며 난영이 우주 탐사 중 위기에 빠지는 신을 거론했다.
그는 "가장 열악한 상황을 (대사가 아닌) 호흡만으로 전달해야 했다. 울음기가 섞이고 고통까지 수반돼 있는 호흡"이라고 첨언했다.
"실제 연기를 하라고 했으면 나오지 않았을 호흡이었거든요. 애니메이션에서 사용하는 호흡은 다르다는 걸 느꼈어요. 감독님께 자문을 구했죠."
홍경은 "목소리로만 연기해야 해서 고충이 있었다"면서도 "우리만 할 수 있는 표현이 분명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런 부분들을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더빙 역할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두 사람은 창작 과정에 깊이 관여했다. 캐릭터 설정에 아이디어를 냈다. 전체 대사를 외운 뒤 실사 촬영까지 감행했다.
김태리는 "너무 재밌었다"며 "어떻게 구현될지 모르지 않나. 홍경과 같이 대본을 분석하고 호흡하면서 연극 무대처럼 만들어 갔다"고 회상했다.
"(실사 촬영) 작업 전체가 너무 설렜어요. (작품이 완성되길) 기다리는 것도 설렜고요. (완성본을) 볼 때 '이렇게 만들어졌구나' 즐거웠던 도전이었습니다."
이러한 촬영은 목소리 연기에도 도움이 됐다. 홍경은 "자유로움을 느꼈다"면서 "다양한 표현을 잡아보자는 목적이 있어 김태리와 자유롭게 뛰어놀았다"고 만족했다.
새로운 시도는 또 있었다. 김태리와 홍경이 '이 별이 필요한' 오리지널 사운드트랙(OST) 작사 및 가창에 참여한 것.
이들은 듀엣곡 '라이프 고즈 온'(Life goes on) 노랫말을 썼다. '서로에게 쓰는 편지'에서 시작했다. 김태리는 "(배우가 작사한다면) 좀 더 신선하고 다른 지점이 있지 않을까 했다"고 계기를 밝혔다.
두 사람의 도전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라이프 고즈 온'을 함께 불렀다. 홍경은 솔로곡 '본 보야지'(Bon Voyage)도 소화했다.
김태리는 "내 목소리로 OST가 나온다는 건 영광스러운 일이어서 욕심이 생기면서도 걱정이 됐다"며 "감독이 '엄청 듣고 싶다' 해주셔서 용기를 냈다"고 털어놨다.
마지막으로 한지원 감독은 "오랜만에 나온 한국 애니메이션"이라면서 "모든 걸 갈아 열심히 만들었다. 즐겁게 즐겨주시길 바란다"고 바랐다.
김태리 또한 "한국 명소들이 많이 나온다"며 "애니메이션에서만 볼 수 있는 상상의 파도를 함께할 수 있다.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추천했다.
한편 '이 별에 필요한'은 오는 30일 넷플릭스에서 전 세계 최초 공개된다.
<사진제공=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