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김지호기자] "그는, 낭만 가인이자 음유시인" (서정시학)
문학 계간지 '서정시학'(사단법인 시사랑회)이 창간 100호를 맞아 '시사랑 음유시인상'을 제정했다. 제1회 수상자는 한국의 대표적인 싱어송라이터 최성수다.
최성수는 지난 8일 고려대학교 백주년기념관에서 서정시학의 '시사랑 음유시인상'을 수상했다. 서정시학은 1990년 창간된 시 전문지. 디지털 시대에 시와 노래가 하나가 돼야 한다는 비평적 시각을 모색해왔다. 이를 계기로 해당 문학상을 제정했다.
서정시학 측은 "최성수 선생은 포크팝·팝발라드 장르의 탁월한 싱어송라이터"라며 "그는 이미 시인의 범주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왔다. 시와 노래가 하나로 통하는 지평을 개척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어 "최성수 선생은 낭만 가인이자 음유시인으로서, 오랜 시간 서정적 멜로디와 노랫말을 우리에게 건네주었다"며 "그의 예술적 성취에 커다란 경의와 함께 수상의 영예를 드리고자 한다"고 전했다.
최성수는 "노래 가사를 쓸 때 시는 아주 좋은 참고서다. 운율이 살아있는 서정적인 시를 보면 곡을 붙이게 된다"며 "앞으로도 좋은 시를 좋은 멜로디에 실어 나르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수상 소감을 말했다.
오세영 시인(서울대 명예교수·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은 최성수 음유시인의 히트곡을 인용한 축사를 남겼다. "하나였던 시와 노래가 '남남'으로 분리됐다가 이제 '해후'를 했다"며 "앞으로 잘 '동행'할 수 있도록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최성수는 올해로 데뷔 40주년을 맞았다. '남남', '기쁜 우리 사랑은', '애수', '동행', '풀잎사랑', '해후', '행복한 사람', '사랑의 인사', '그대는 모르시더이다', '장미의 눈물', '목련꽃 필때면' 등 다채로운 명곡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음반 '시가풍류방'(2017년)에서 시로 노랫말을 만들었다. 도종환의 '구름처럼 만나고 헤어진 많은 사람 중에', 김용택의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안도현의 '그리운 당신이 오신다니' 등을 수록했다.
<다음은 최성수 수상소감>
노래 가사를 쓸 때 시는 아주 좋은 참고서입니다.
시를 읽다보면 어떤 시는 저도 모르게 멜로디를 붙여 흥얼거리게 됩니다. 그 이유는 노래에 리듬이 있듯이 시에도 운율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운율이 살아있는 서정적인 시를 보면 곡을 붙이게 되어 제 작곡 노트에 150여 편의 시들이 쌓이게 되었습니다.
2016년 싱어송라이터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을 받게 되었을 때 문학계는 물론 음악계에도 큰 파문이 일었습니다. 대중가수가 문학상이라니! 그러나 그가 위대한 아티스트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었습니다. 밥 딜런이 위대한 것은 그가 쓴 노랫말의 낱말에 철학과 의미를 담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노랫말이 좋지 않았다면 또 멜로디가 없었더라면 그렇게 오랫동안 대중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을까요?
오늘 저에게 음유시인이라는 상을 주시는 것은 예전에는 한 몸이었던 시와 노래가 따로 분리된 것을 다시 통합시키는 임무를 주시는 것이라 생각하고 좋은 시를 좋은 멜로디에 실어 나르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저를 시의 세계로 이끌어 주신 사단법인 시사랑회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오세영 시인 축사>
시는 그리스 로마 시대부터 노래로 불려왔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턴가 시에서 운율과 서정성이 사라졌습니다. 이런 시대에 '음유시인 상'이야말로 서정시의 정통성을 찾는 데 아주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
최성수 음유시인께 당부드립니다. 하나였던 시와 노래가 '남남'으로 분리됐다가 이제 '해후'를 하였으니, 앞으로 잘 '동행'할 수 있도록 힘써주시길 바랍니다.
<사진제공=서정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