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다이노스와 KIA 타이거즈의 지난 15일 창원 마산구장이었다.
클리닝타임 때 누군가가 색다른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이름하여...?!
트리바이크를 타고 나타난 두 명의 NC 다이노스 치어리더,
김연정(왼쪽)과 송윤화였다.
그동안 아주 드물게...
야구장 응원단석 근처에 모습을 드러낸 응원단장과 치어리더의 얼굴들이 있었지만,
공식석상인 그라운드에 나타나 관중들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는 경우는 이때가 처음이었다. 세월호 참사 사고 여파에 따른 응원자제 요청 후 꼭 1개월만의 일이었다. 이날 김연정은 장내아나운서 역할을 체험하는 등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신선한 재미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지난 한 달 동안,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 치어리더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며 지내왔을까. 참고로, 프로야구 9개구단 치어리더를 비롯한, 스포츠 각 종목의 거의 대부분 치어리더들은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결론적으로, 아무런 활동을 하지 못했다. 경기장은 물론 일반 행사장에서도 그 모습들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일정 자체가 전면 취소됐다는 뜻이다.
서울 강남의 한 피트니스클럽이었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부랴부랴 이곳으로 달려온 여고생 치어리더가 있었다.
프로배구 대한항공과 여자프로배구 흥국생명, 여자프로농구 하나외환 치어리더로 활동중인,
'아프리카 치어리더팀(이하 아프리카팀)'의 여고생 치어리더 신유진(가운데)이었다.
<고백할 게 있다. 원래 피트니스에서 또한 연습실에서 연습을 할 때 짙은 화장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취재요청을 하면서, "사진을 찍어야하니 화장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 점 미리 밝히는 바다.>
-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신유진 학생, 어떻게 지내고 있냐고요?
대답은 똑같았다...
고3 치어리더 신유진도..
역시 고3 치어리더 양수진도..
김한나도..
같은 대답이었다.
"매일 운동하고, 운동 끝나면 잠시 쉬다가 연습실로 이동해서 연습하고. 매일 똑같아요." 사실 아프리카 치어팀은 프로야구단 치어리더 활동을 하지 않는다. 프로농구와 프로배구의 겨울시즌이 끝난 후 '비수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감춰진 사실이 있었다. 어느 치어리더팀이든 마찬가지로 5월은 '성수기'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5월은, 1년 중 행사가 가장 많은 달이란다. 하지만 모든 행사 취소로 말미암아 일체의 활동이 멈춰진 것이었다.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매일 운동하고, 매일 훈련하고의 반복이었다. 현재 활동중인 모든 치어리더가 매한가지로 '올스톱'이었다.
한 가지 다행(?)인 건...
- 저는 부모님께 용돈을 받는 입장이라 별문제 없는데요..
다시말해 그말은,
신유진과 같은 학생입장에선 돈을 쫓는 입장이 아니라, 치어리더의 개점휴업이 크게 문제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신유진은 대학입시와 치어리더 활동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추구하는 욕심쟁이다. 공부도 상위권이다.
그러면서 신유진은...
- 하지만 언니들은..
현재 일절 수입이 차단된 치어리더들 즉,
'언니'들을 걱정하는 것이었다.
기특한 생각도 전했다...
어떤 기특한 생각이었을까?
- 저랑 비슷한 또래 학생들이잖아요..
고교 3학년에 재학중인 신유진이 언급한 '비슷한 또래'란,
세월호 참사의 안산 단원고 희생자들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아울러 신유진은 "치어리더로서의 활동과 수입이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지금은 활동을 하지 않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그게 맞다고 본다."
신유진 뿐만이 아니었다...
옆자리에서 함께 운동중인..
김한나 치어리더의 생각도..
양수진(왼쪽) 치어리더의 생각도..
모두 마찬가지라고 했다.
"치어리더 활동, 아직은 아닌 것 같습니다."
또 누가 있었을까...?
누구시죠?
아니, 이 환상의 몸매 주인공은?
아프리카 치어팀의 맏언니 이선영이었다.
헌데, 왼쪽 무릎이...
왼쪽 무릎의 붕대는?
- 불의의 사고로..
- 수술했어요..
- 약 3개월 재활을 해야한다고 합니다..
사실, 이선영 치어리더는...
대학원을 마친 석사 출신 치어리더다.
약 1개월 전, 뜻하지 않은 사고로인해 수술을 받아야 했고. 지금은 재활중에 있었다. 실제는 6개월 정도 지나야 본격적인 치어리더 활동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왼쪽 발목에, 오른쪽 발목에, 이번엔 왼쪽 무릎에 아예 부상을 달고(?)사는 이선영이었다.
본격적인 운동 모습을 지켜봤다...
사실 이 아프리카 치어팀은 체계적인 훈련시스템으로 정평이 난 팀이다.
일주일에 하루를 제외하곤..
하루를 제외하곤...?
훈련(운동)과 연습을 멈추지 않는 팀으로 유명하다.
이번 세월호 참사 여파로..
치어리더 활동이 사실상 멈춰진 상태에서도 거의 매일 훈련과 연습을 이어갔다고 한다.
다시 재게될 활동을 염두에 두고 말이다. 이는 곧, 모든 치어리더들의 현재를 짐작케하는 대목이었다. 훈련과 연습의 반복, 그것이었다.
신유진은...?
앗! 그런데..
앗! 신유진은..
앗! 고3인데..
앗! 아직 고3인데..
고3, 신유진...?
- 고3이랑, 운동이랑 무슨 상관이 있냐고요~~~
이때, 이선영의 반응은...?
- 피트니스 코치쌤의 터치는, 이상한 생각의 그 터치랑 달라요~
런닝과 근육강화 훈련에 이어...
벌받는 중인가요?
유진이는 지금,
"허벅지 근력강화 훈련중입니다."
다음은...?
- 김한나 살려~
- 떨어질까봐 무서워요~~
- 양수진: 표정관리 너무 힘들어요~~~
헌데, 이 훈련이...
장난이 아니었다.
팔굽혀펴기에 이어..
- 하나 둘, 하나 둘..
뛰고 또 뛰고.
또, 풍선을 이용해...
- 하나 둘..
- 하나 둘~
사정이 그렇다보니...
- 아이고 힘들어. 유진이 살려..
유진이 살려달라고...?
- 공부가 더 쉬웠어요. 공부가~~~
그랬다.
거의 매일매일이 '지옥훈련'이었다.
-힘든가요?
힘드냐고요?
- 아니요..
아니라고...?
- 아무리 힘들어도..
- 열심히 할 자신있습니다. 파이팅!!
아프리카 치어팀의 김한나, 신유진, 양수진(왼쪽부터)이었다.
두 시간의 체력훈련이 끝나자...
이들 네 명 치어리더가 자리를 옮기는 것이었다.
연습실이었다.
헌데, 그 연습실 풍경이...?
[5월 중 행사 및 계획은 '전면 취소'였다.]
그건, 그렇다치고...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던가..
- 어디서 가져온건가요?
- 네, 집에서 엄마가 챙겨주신거고요..
- 이렇게 하루 세끼를 먹고 있습니다..
살이 찔래야 찔 수 없었다.
두 시간의 체력훈련과 그리고..
그리고...?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이들만의 특별한 연습이 기다리고 있었다.
독일 유학파 출신의 안무가와 함께하는,
'안무연습'이었다.
그나마...
신유진의 표정은 밝아보였다.
"안무연습 때가 가장 즐겁다"고 했다.
"안무연습 때가 가장 진지하다"고 했다.
"안무엽습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과연 그랬을까...?
과연,
신유진의 이날 저녁이 즐겁고 행복하기만 했을까.
신유진 뿐만이 아니라..
오후 6시부터 시작된 네 시간의 안무연습이 모든 멤버들에게 어떻게 느껴졌을까.
진짜, 즐거움?
진짜, 행복?
마냥, 진지?
- 자세를 똑바로 하라고. 자세를~~~
안무쌤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연습실을 울렸다.
윗몸을 들란 말이야~
신유진, 알았냐고~?
몸치(?) 신유진...^*^
- 아 악, 아파요. 쌤~~~~~
지금, 유진이는요...
신유진, 정신차려..
신유진~~~
- 저, 살아있어요..
정말이지...
별의 별 훈련이 다 있었다.
어떤 훈련...?
- 종이컵 떨어트리면 알지?
몸의 군형을 잡아주는 훈련이었다.
진짜, 유진이는요...
- 참자..
- 참어..
- 악착같이 참자고~~~
드디어, 이날 저녁 10시...?!
치어리더 신유진의 하루는 이렇게 마무리되고 있었다.
매일매일 막연한 '준비중'에 있는 치어리더의 현재, 일상이었다. 한편, 지난 20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LG의 경기에서 KIA 응원단장과 치어리더들이 모습을 보인곳은 응원단상이 아닌 외야 샌드파크였다. 아이들과 놀아주며 응원을 대신하고 있었다. 경기중에는 관중석을 돌며 분리수거 캠패인을 벌이기도 했다. "그냥 손놓고 있자니 답답하기도 하고, 이대로 응원중단이 계속되면 팬들에게 잊혀질까 나온것이다"고 했다. 마냥 놀리지 않는 KIA 타이거즈 '구단의 배려'도 있었다고 한다.
어찌됐든, 서로의 지혜를 모아야하는 지금이 아닐까. 응원단·치어리더, 그들도 생활인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오랜 시간 취재협조를 해준 아프리카 치어리더팀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는 바다.
디스패치 줌인스포츠=강명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