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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너무 피곤하다, 진짜"…하정우, 이 대사의 진심 (비공식작전)

[Dispatch=이명주기자] "무인(무대인사)하는구나. ㅋㅋㅋ 함께 드가즈아(들어가자)."

하정우가 카톡 대화창을 열었다. (다행히, 오돌뼈는 없었다.) 발신자는 김용화 감독. 둘은 '국가대표', '신과 함께'로 쌍천만을 달성했다.

"어제 지훈이랑 '더문' 포스터 앞에서 사진을 찍어 감독님께 보내드렸어요. 왜 이렇게 됐을까.(웃음) 우리가 같은 날 개봉 안 했다면 분명히 응원하러 가고 오고 훈훈한 현장이 벌어졌을 텐데..."

한국 영화 6편이 올여름 극장가를 찾는다. 개봉일 기준 '밀수'(감독 류승완), '비공식작전'(감독 김성훈), '더문'(감독 김용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 '달짝지근해'(감독 이한), '보호자'(감독 정우성) 순이다. 심지어 '비공식작전'과 '더문'은 같은 날 관객들과 만난다. 

그럼에도, 하정우는 초연했다. "류승완 감독과도 카톡 주고 받으면서 '이번 여름 시장이 정말 중요하다. 한국 영화가 다시 부흥할 수 있는 시점이다. 다같이 응원하고 파이팅하자'고 했다"고 했다. 

하정우를 만났다. '이래도 되나' 싶을 만큼 솔직한, '비공식작전' 후일담을 들었다. 

◆ 환상의 티키타카

'비공식작전'은 버디 액션 스릴러물이다. 실종된 동료를 구하기 위해 레바논으로 떠난 외교관과 현지 택시 기사의 이야기다. 

실제 사건에서 출발했다. 1986년 대한민국 외교관 레바논 피랍 사건을 모티브로 삼았다. 도재승 서기관은 대사관 출근 중 무장 괴한에 납치됐다. 무사 귀환까지 1년 9개월, 석방 과정은 여전히 기밀문서로 남아 있다. 

하정우는 대한민국 외무부 중동과 소속 서기관 민준 역을 맡았다. 피랍된 외교관 '몸값'이 든 가방을 들고 레바논 땅을 밟는 인물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기획한 작품이잖아요. 실제 인물의 엄청난 고난과 비극적인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갈까, 어디까지 희극적 상황 만들어낼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어요." 

그는 김성훈 감독과 촬영 일주일 전까지 아이디어를 주고받았다. 충분한 대화 끝에 답을 찾았다.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외교관 민준 캐릭터를 완성했다. 

"공항에서 판수와 처음 만나 한적한 거리에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있어요. 시나리오는 되게 딱딱해요. 그 상황 자체가 블랙 코미디 요소일 수 있겠다, 이 정도 선까지는 가능하겠다 하면서 풀어냈어요. 톤 앤 매너 정하는 게 가장 어려웠던 것 같아요."

주지훈(판수 역)과 다시 만났다. 두 사람은 '신과 함께' 전편을 흥행시킨 바 있다. 이번 작품에서도 환상의 티키타카를 펼친다. 김 감독 말처럼 '라틴 댄스' 같은 합을 선보인다. 

"상대 배우가 '몸과 마음을 던져서 하는구나' 느낄 때가 있어요. 전도연, 김윤석 등 선배들과 작업할 때 그래요. 마음이 편해지고 경계심이 사라지는 느낌이요. 주지훈과도 그런 순간을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물 흐르듯 연기할 수 있었죠."

◆ 피곤하다, 진짜

'비공식작전'이 빛을 보기까지 약 5년이 걸렸다. 하정우는 지난 2018년 9월 해당 작품 시나리오를 받았다. 김 감독을 향한 믿음 하나로 출연을 결정했다. 

"믿음이 전부였어요. 상업 영화로서 미덕이 있는 시나리오는 아니었거든요. '터널'도 마찬가지였고요. '터널'을 하면서 김 감독과 작업하면 '온도 높일 수 있겠다' 자신했죠. 엄청 집요하게 노력하는 분이거든요."

다만 예상치 못한 난관에 직면했다. 크랭크인을 앞두고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것. 해외 로케이션이 대부분인 만큼 제작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만 2년을 기다렸다. 그동안 하정우는 도미니카에서 넷플릭스 '수리남'을 찍었다. 이후 '비공식작전' 촬영을 위해 모로코로 날아갔다. 

"도미니카부터 시작해서 모로코까지 반년 넘게 해외 생활을 했어요. 오랜 시간 집을 떠나 해외에 있다 보니 뭔가 군대 갔다 온 느낌? 촬영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는데 좀 느낌이 이상하더라고요."  

낯선 이국땅에서의 촬영은 쉽지 않았다. 그가 지냈던 숙소는 전기를 쓰면 두꺼비집이 내려갔다. 

아찔한 상황도 있었다. 주지훈이 현지 주민이 던진 유리병에 다칠 뻔한 것. "보신 그대로였다. 굉장히 위험한 동네였다. (사람이) 지나가면 건물 위에서 쓰레기를 던지더라"고 회상했다. 

쓰레기 매립장 촬영은 유독 버티기 어려웠다. 하정우는 해당 신을 포함한 로케이션 중 "너무 피곤하다, 진짜"라는 말을 내뱉었다. 시나리오엔 없던 애드리브였다. 

"정말 현기증이 나고 오바이트가 쏠릴 정도로 냄새가 나는 곳이었어요. 그런 데만 골라가면서 촬영한 게 정말 끔찍했죠. 냄새를 맡고 있는 것 자체가 피로감이 쌓였습니다. '진짜 피곤하다'는 말이...그렇게 뱉을 수밖에 없었어요.(웃음)" 

◆ 물리면, 큰일

고난은 계속됐다. 귀국 후 이어진 국내 촬영 역시 힘듦의 연속이었다. 약 2개월간 전국 곳곳을 돌며 비공식 작전을 치렀다. 

하정우는 영화 말미 탈출 신에 대해 "옥천 오픈 세트장에서 촬영했는데 엄청 무서웠다"고 고백했다. 

"제가 유난히 걱정이 많다 보니까 무술팀에서 (와이어) 남들 2개 메줄 것을 3개 메줬어요. 안전하다는 걸 저한테 확인시켜주고.(웃음)"

들개떼에 쫓기는 장면은 경기도 평택에서 찍었다. 테이크가 길어질수록 개들 행동반경이 커졌다. '물리면 큰일 나겠다' 싶어 필사적으로 뛰었다. 

"얼마나 공포스럽냐면 눈빛이 (훈련 받은) 개의 눈빛이 아니에요. 필사적으로 뛰는 게 실제 마음입니다. 창문을 올려야 하는데 난 안전장치가 없으니까 내 목을 물 것 같고. 아니나 다를까, 거기로 들어오더라고요."

크고 작은 사고도 발생했다. 해당 신 촬영 중 스태프 일부가 개에 물린 것. 보호장비 착용 등 선제적 조치에도 막지 못했다.  

하정우는 "촬영팀은 개 2번 물렸다. (스태프) 허벅지 물고, 차 앞으로 돌진하고, 아비규환이었다. 총 7회차 정도 찍었는데 평택의 밤이 하여튼, 끔찍했다"고 덧붙였다. 

촬영 과정은 힘들었지만 결과물은 만족스럽다고 평했다. 시나리오보다 더 멋지게 구현된 장면도 건졌다. 고생한 보람을 느꼈다.  

"아틀라스 산맥이 보이는 장면이 있어요. 산맥의 아름다움과 민준의 피곤함이 절묘하게 대조를 이루죠. 네팔과 경계선도 없는 돌산 도로를 2시간 올라가서 찍었는데… 고생해서 찍은 그 장면이 너무 아름다워서 보람 있었습니다."

◆ '감독' 하정우

차기작 관련 이야기도 나왔다. 하정우는 오는 9월 크랭크인 예정인 '로비' 연출을 맡는다. '허삼관'(2015) 이후 약 8년 만이다. 골프 소재 영화로 감독과 주연 배우를 겸한다. 

하정우는 "골프 배운 지 얼마 안 됐다. 걷는 걸 좋아하니까 라운딩 가보라고 해서 참여했는데 너무 좋더라. 자연에 선택받은 느낌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골프 라운딩 중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상대 플레이어에게서 평소와 전혀 다른 이면을 봤다는 것. 무심코 지나칠 일상에서도 영화 소재를 찾고 있었다. 

"내가 아는 사람이 아니더라고요. 굉장히 차분한 사람이 골프장 안에서는 야수, 변태로 변해 있고. '이 이중성, 입체감은 뭐지, 왜 이렇게 될까' 싶었어요."

올 하반기에는 '1947 보스톤'(감독 강제규) 개봉을 앞뒀다. 말 그대로 눈코 뜰 새 없는 스케줄을 소화해야 한다. 

"피곤하지 않냐고요? 영양제 잘 챙겨 먹고요. 절대 오버 안 하고. 예전 같으면 무대인사 끝내고 한 잔 했거든요. '내일은 몰라' 하면서요. 요즘엔 모른 척하면 큰일나죠. '내일'을 위해 절제하고 있어요."

<사진제공=(주)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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